'황선홍호 너마저' 한국 축구, 충격의 올림픽 탈락→男 구기 종목 전멸...여자 핸드볼만 생존
OSEN 고성환 기자
발행 2024.04.26 09: 22

최후의 보루였던 황선홍호마저 무너졌다. 한국이 2024 파리 올림픽에서 남자 구기 종목 전멸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맞이하게 됐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한국 23세 이하(U-23) 올림픽 대표팀은 26일 오전 2시 30분(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겸 2024 파리 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 8강전에서 인도네시아와 맞붙어 패했다.
양 팀은 2-2로 정규시간을 마친 뒤 연장전에서도 승자를 가리지 못했다. 최후의 승자는 인도네시아였다. 한국은 승부차기에서 10-11로 패하며 탈락했다.

이번 경기는 파리행을 위한 8부 능선이었다. 대회 3위까지는 올림픽 본선에 직행하고, 4위는 아프리카 기니와 대륙간 플레이오프 자격을 얻는다. 일단 준결승까지는 진출해야 본선 티켓을 노릴 수 있었다.
하지만 한국은 8강에서 여정을 마치며 세계 최초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이 무산됐다. 올림픽 무대에 한국 축구가 없는 건 지난 1984년 로스엔젤레스 올림픽 이후 40년 만이다.
반면 신태용 감독이 지휘하는 인도네시아는 역사상 첫 대회 4강 진출을 일궈냈다. 인도네시아는 조별리그에서 호주, 요르단을 제압하며 처음으로 대회 8강 무대를 밟은 데 이어 한국까지 물리치며 돌풍을 이어가게 됐다. 지난 1956년 멜버른 대회 이후 68년 만의 올림픽 본선행에 가까워진 인도네시아다.
한국은 전반 15분 라파엘 스트라위크에게 선제 실점하며 끌려갔다. 경기력에서도 크게 밀렸다. 황선홍호는 전반 내내 크로스에 의존했지만, 이영준이 빠진 최전방은 높이에서 강점을 발휘하지 못했다. 인도네시아의 공격이 더 매서웠다.
한국은 전반 45분 상대 자책골로 1-1 동점을 만들었지만, 추가시간 또 한 번 스트라위크에게 실점하며 또 리드를 허용했다. 후반에는 교체 투입된 이영준(김천)이 퇴장당하는 악재까지 겹쳤다. 그럼에도 정상빈(미네소타)의 귀중한 동점골로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가며 희망을 살렸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고개를 떨궜다. 한국은 연장전에서도 두 줄 수비로 버티는 데 성공했지만, 승부차기에서 10-11로 패하며 준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파리 올림픽도 모두 물거품이 됐다.
9회 연속 올림픽 진출의 역사가 황선홍호에서 마감됐다. 한국 축구는 1988 서울 올림픽부터 2020 도쿄 올림픽까지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올림픽 무대를 밟으며 세계 최초 기록을 썼다. 그러나 도하에서 충격적인 패배를 맛보며 영광스런 발자취가 끊겼다.
한국 축구뿐만 아니라 한국 스포츠계 전체로 봐도 뼈아픈 탈락이다. 축구를 비롯한 야구, 농구, 배구 등 메이저 구기 종목 중 2024 파리 올림픽에 나서는 종목은 단 하나도 없다.
야구는 아예 올림픽에서 제외됐다. 농구는 남녀 둘 다 최종 예선에도 오르지 못했고, 배구도 예선 탈락한 지 오래다. 콜린 벨 감독이 이끄는 여자 축구 역시 아시아 지역 2차 예선에서 B조 2위를 기록하며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여기에 황선홍호까지 인도네시아에 덜미를 잡히면서 메이저 구기 종목은 그야말로 전멸하게 됐다.
이제 2024 파리 올림픽에 출전하는 한국의 구기 종목은 여자 핸드볼이 유일하다. 남자 종목은 하나도 생존하지 못했다. 한국 축구의 참사이자 한국 스포츠 전체의 안타까운 몰락이다. 파리에서는 휘날리는 태극기를 이전 대회만큼 많이 볼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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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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