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그 마음 안다" 첫 승 날아갈 뻔했지만…7실점 불펜 보듬은 양현종, 이래서 대투수인가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4.04.14 12: 20

“첫 승이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대투수’ 양현종(36)은 지난 13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을 마친 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양현종은 6이닝 5피안타 2볼넷 8탈삼진 2실점 호투를 펼친 가운데 7회초까지 11점을 뽑아낸 타선 지원에 힘입어 시즌 첫 승 요건을 갖추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9점차 큰 리드 상황이라 여유가 있을 줄 알았는데 7회말 폭풍이 몰아쳤다. 
양현종에 이어 올라온 좌완 불펜 김사윤은 2사 후 이진영을 5구째 뜬공을 유도했다. 우측 파울 라인으로 향한 타구를 좌익수 소크라테스 브리토가 따라갔지만 어이없게 놓치며 뭔가 꼬이기 시작했다. 다음 공 슬라이더가 빠지면서 이진영의 몸을 맞힌 김사윤은 요나단 페라자에게 안타, 안치홍에게 볼넷을 주며 이어진 2사 만루에서 노시환에게 2타점 좌전 적시타를 맞은 뒤 사이드암 윤중현으로 교체됐다. 

KIA 양현종. /KIA 타이거즈 제공

KIA 양현종. /KIA 타이거즈 제공

윤중현은 김태연에게 우중간 적시타, 이재원에게 중전 적시타를 맞아 김사윤의 책임 주자 2명을 모두 홈에 불러들였다. 이어 최인호에게 우월 스리런 홈런 맞아 순식간에 11-9, 2점차로 쫓겼다. KIA는 부랴부랴 필승조 장현식을 투입해 7회 7실점으로 어렵게 급한 불을 껐지만 8회 곽도규가 안타와 볼넷 2개로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KIA 김사윤. /KIA 타이거즈 제공
KIA 윤중현. /KIA 타이거즈 제공
여기서 전상현이 노시환을 2루 인필드 플라이, 김태연을 유격수 병살타 유도하며 실점 없이 막고 어렵게 리드를 지켰다. 9회 무사 1루에서 나온 최지민이 3타자를 아웃시키며 KIA가 11-9로 승리, 양현종의 시즌 첫 승리도 이뤄졌다. 
양현종은 “첫 승이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 다른 선발투수들이 모두 승리해서 나도 약간 쫓기는 기분이 있었는데 오늘 타자들이 점수를 넉넉하게 빼줘서 편하게 던질 수 있었다”며 “던질 때마다 내 뒤에서 공 가는 길이 잘 보이는 중견수에게 공이 어떤지 많이 물어본다. (최)원준이가 오늘 체인지업이 좋다고 해줬고, 거기에 힘을 얻어 조금 더 자신 있게 던졌다”고 말했다. 이날 양현종은 최고 146km, 평균 141km 직구(50개) 다음으로 체인지업(34개)을 많이 던졌다. 체인지업으로 뺏어낸 헛스윙 삼진만 5개로 우타자에게 위력을 떨쳤다. 
기분 좋게 첫 승 요건을 갖추고 내려갔지만 7회 7실점으로 아찔했던 상황이 벌어졌다. 양현종은 “이게 야구인 것 같다. 언제 뒤집어질지 모르고, 따라갈지도 모르는 게 야구라고 생각한다”며 “물론 윤중현, 김사윤 선수는 잘하려고 한 것이다. 난 그 마음을 안다. 점수차가 많이 났을 때 깔끔하게 막아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을 때 마음을 나도 어렸을 때 많이 겪었다. 두 선수가 의기소침하지 않고 힘을 냈으면 좋겠다”고 격려했다. 
KIA 양현종. /KIA 타이거즈 제공
KIA 양현종. /KIA 타이거즈 제공
KBO리그 역대 통산 최다 선발승 167승을 기록 중인 양현종이지만 입단 1~2년차 때는 선발과 구원을 오갔다. 슬럼프에 빠졌던 2012년에도 중간으로 던졌던 그는 구원으로 통산 101경기(113⅔이닝)에 등판해 2승3패9홀드 평균자책점 5.38의 성적을 남겼다.추격조 역할을 하던 때가 있었고, 중간투수들의 고충을 모르지 않는다. 직접 경험해봤기 때문에 이런 조언과 격려가 더 힘이 된다. 
양현종은 “우리 중간 투수들이 자기 역할을 잘해주고 있다. 한 가지 조금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면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타이트한 경기가 많다는 것이다. 날씨가 더워지고 여름이 되면 지칠 수 있을 텐데 그때를 위해 선발투수들이 1이닝이라도 더 던져줘야 한다. 잘하고 있는 중간투수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선발들에게 이닝에 대한 주문을 많이 하고 있다”며 “경기 후반을 책임지는 중간투수들의 부담감이 엄청나다고 생각한다. 이 자리를 빌어 고맙고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진심을 나타냈다. 
KIA 양현종. /KIA 타이거즈 제공
KIA 양현종, 이범호 감독. /KIA 타이거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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