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복귀 어려울거야" 10개월 만에 돌아온 손준호 범죄자 취급..中 매체의 왜곡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24.03.27 18: 39

중국의 한 매체가 10개월여 만에 구금됐다가 풀려난 손준호(32)와 관련해 왜곡된 정보를 전달하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중국 포털 '소후닷컴'은 26일 '손준호가 자백을 거부했으며 중국 외교부가 강력하게 대응했다'는 제목의 글에서 손준호와 관련해 몇 가지 잘못된 사실을 전달하고 있다. 
중국 슈퍼리그 산둥 타이산에서 뛰던 손준호는 지난해 5월 15일 중국 상하이 훙차오공항을 통해 귀국하려다 연행됐다. 이후 랴오닝성 차오양시 공안국에 형사구류된 '비(非)국가공작인원 수뢰죄'로 조사를 받아왔던 손준호는 10개월 여만에 지난 25일 귀국했다. 

19일 오후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파주 국가대표 트레이닝 센터(NFC)에 소집됐다.대표팀 손준호가 훈련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2022.09.19 /ksl0919@osen.co.kr

손준호 2022.09.23 / soul1014@osen.co.kr

비(非)국가공작인원 수뢰죄는 정부 기관이 아닌 기업 기타 단위에 소속된 사람이 자신의 직무상 편리를 이용해 타인의 재물을 불법 수수한 경우 등에 적용된다. 결국 손준호는 당초 산둥 타이산에 불어닥친 승부조작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 뇌물 혐의로 조사를 받아왔던 것으로 보인다.
손준호 2023.03.28 /sunday@osen.co.kr
이 매체는 우선 손준호의 심경을 처음 전했던 박문성 축구 해설위원의 말을 전했다. 박 위원은 이날 손준호로부터 전화를 받은 후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전화를 받자마자 울더라. 다 큰 사람이 울면서 '많은 사람들이 신경 써주고 관심 가져주고 잊지 않아서 돌아올 수 있었다. 많이 고맙다'고 말하더라"고 밝혔다. 
이어 박 위원은 "지난주 이미 석방이 됐다고 했다. 비행기 타고 한국에 내리기 전까지는 누구에게도 알릴 수 없었다고 하더라. 또 잡혀갈까 봐 무서웠던 것"이라면서 "'모든 복잡한 과정은 정리가 됐다. 다시는 중국에 가지 않아도 되고 그런 어려움을 겪지 않아도 된다'라고 말하더라"면서 손준호가 자신의 혐의를 모두 벗었다는 점을 전달했다. 
그런데 이 매체는 "손준호가 전화로 '다시는 중국에 가지 않을 것'이라고 외쳤다"고 전달했다. '중국과 얽힌 모든 과정은 끝났다. 다시는 중국에 가지 않아도 되고 그런 어려움을 겪지 않아도 된다'는 손준호의 말을 왜곡한 것이다. 마치 손준호가 실제 '중국이 싫어져서 이제 더 이상 가고 싶지 않다'고 말한 것처럼 박 위원의 말을 왜곡한 것이다.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26일 오전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오는 28일 우루과이와의 평가전을 앞두고 훈련을 펼쳤다.A대표팀 손준호와 이강인이 훈련에 나서고 있다. 2023.03.26 / dreamer@osen.co.kr
더불어 이 매체는 손준호가 중국 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수사를 받고 유죄 판결을 받은 외국인 선수가 됐다고 했나 하면 체포되기 전 한국으로 도망치려 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산둥 타이산 선수단 전체가 지난해 5월 초 당국에 소환돼 심문을 받았으나 손준호만 빠졌고 며칠 후 이상 분위기를 감지한 손준호가 한국으로 탈출하려다가 체포됐다는 것이다. 
이 매체는 손준호의 혐의인 비(非)국가공작인원 수뢰죄는 김경도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진 조선족 출신인 진징다오와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다. 진징다오가 손준호와 같은 팀이었고 언어 소통이 원활하다는 점에서 손준호도 승부 조작에 관여했을 것이라는 추측이었다. 둘의 관계로 인한 공범 가능성은 여러 차례 중국 매체에서 다룬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 매체는 "중국 측이 확실한 증거를 제시하고 유죄 판결을 받았으나 한국으로 돌아간 손준호는 지금까지도 자신의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으며 한국 언론들이 손준호 자신이 결백하다는 태도를 옹호하고 있다"고 강조, 사실상 손준호를 범죄자로 취급했다. 한국 누리꾼들이 319일 만에 체포됐던 손준호에 대해 '열심히 하면 모든 것이 괜찮을 것'이라고 지지하는 것도 한국 언론들이 손준호의 결백 주장을 계속 알렸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이 27일 오후 서울 성산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카메룬과 ‘2022 카타르월드컵’을 앞두고 친선경기를 가졌다.전반 한국 손준호가 상대 패스를 끊고 있다. 2022.09.27 / dreamer@osen.co.kr
특히 이 매체는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26일 정례 브리핑에서 손준호의 석방과 관련한 질문에 자세한 설명 없이 "원칙적으로 중국은 법치 국가고, 엄격히 법에 따라 사건을 처리하며, 법에 따라 당사자의 각종 합법적 권익을 보장한다"고 밝힌 사실을 전했다. 하지만 "손준호가 아무리 '자신은 결백하다'며 무죄를 주장하지만 법치주의 국가인 중국에서는 법에 따라 엄격하게 처리된다"면서 이상한 해석을 갖다 붙였다. 
또 "손준호는 과거 산둥 타이산에서 뛰며 리그 우승과 FA컵 우승을 도왔다. 체포되기 전까지 한국 국가대표팀 현역이었고 카타르월드컵 대표로 출전하기도 했다"면서도 "손준호가 앞으로 프로축구로 복귀하는 것은 아주 어려울 것이다. 한국 언론과 대한축구협회의 태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마치 범죄 혐의로 인해 선수생활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뉘앙스를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손준호는 26일 자신의 소셜 미디어(SNS)를 통해 "무사히 돌아와 가족들과 편안한 시간을 보내고, 평범한 일상을 누릴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면서 "오랜 시간 잊지 않고 관심 가져주시고 기다려주시고 걱정해 주신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국내 복귀 소감을 전했다. 
대표팀 손준호 2021.09.02/youngrae@osen.co.kr
손준호의 에이전시인 NEST의 박대연 대표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손준호가 일단은 부산 자택에서 가족과 쉬면서 정신적으로 회복하는 데에 집중하려고 한다"면서도 "정신적, 신체적으로 준비가 된다면, 당장 올여름 그라운드 복귀를 추진하려 한다"고 전했다.
또 박 대표는 혐의의 일부에 대해서라도 '유죄'에 준하는 판단이 내려질 경우 손준호의 그라운드 복귀는 불투명해질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일단은 준호가 안정을 취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해 그 부분에 대해서는 묻지도 않았다"면서 "정확한 건 법률대리인이 파악하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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