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반대" 오열한 비니시우스... "중국인 뭐해?"-'찢어진 눈' 차별 속 사는 SON-LEE에도 '큰 도움'
OSEN 노진주 기자
발행 2024.03.27 08: 09

인종차별을 심하게 겪었던 비니시우스 주니오르(23, 레알 마드리드)가 눈물을 흘리며 "인종차별에 맞서 싸우는 것은 중요하다"라고 호소했다. 모두가 새겨들어야 하는 메시지다. 손흥민(31, 토트넘)과 이강인(23, 파리 생제르맹)에게도 도움이 되는 비니시우스의 뼈 있는 말이다.
브라질 대표팀에 차출된 비니시우스는 27일(한국시간) 스페인과의 평가전(3-3 무)을 하루 앞두고 참석한 경기 사전 기자회견에서 “계속되는 인종차별을 겪으면서 점점 축구하는 것이 싫어지고 있다”라고 충격 고백했다.
그러면서 그가 카페라 앞에서 지긋지긋하게 겪은 인종차별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다. 인종차별 반대 움직임에 불을 지폈다.

[사진] 기자회견 중 눈물 흘리는 비니시우스 주니오르 / (왼쪽부터) 이강인과 손흥민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비니시우스는 "언어적 인종차별은 스페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발생한다. 매일 집에 가면 더 슬퍼진다. 아무도 나를 지지해주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이어 눈물을 보인 그는 "미안하다. 나는 그저 축구를 하고 싶다. 내 클럽과 내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다하고 싶을 뿐"이라며 여러 차례 흐느꼈다.
[사진] 비니시우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 해 5월 비니시우스는 발렌시아 FC와의 2022-2023시즌 라리가 35라운드 맞대결(레알 0-1패)에서 인종 차별적 말을 듣고 울컥했다.
상황은 이러했다. 왼쪽 측면에서 공을 잡고 드리블하던 비니시우스는 경기장에 들어와 있던 또 다른 공에 방해받았다. 수비수가 갑자기 들어온 공을 밖으로 보낸다는 게 그만 비니시우스가 드리블하던 공을 정확히 맞히고 말았다.
공교롭게 벌어진 상황이지만 주심은 볼을 차낸 발렌시아 수비수에게 옐로카드를 줬다. 그런데 이때, 비니시우스가 골대 뒤편 관중과 언쟁을 벌였다. 인종차별적 발언(원숭이)을 들었기 때문이다.
극도로 흥분한 비니시우스는 발렌시아, 레알 선수들이 말리는데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관중과 언쟁을 벌였다.  
이후 한 차례 주심과 이야기를 나눈 비니시우스는 이어 카를로 안첼로티 레알 감독과 대화를 마친 뒤 다시 경기에 임했다. 
그러나 후반 추가시간 일이 더 커졌다. 비니시우스가 레드카드를 받는 일이 발생했다. 비니시우스가 발렌시아 관중들로부터 인종차별적 발언을 듣고 흥분했다. 모욕적 말을 한 발렌시아 관중들을 보고 삿대질을 비니시우스가 했고, 그런 그를 발렌시아 선수들이 말리기도 했다. 
[사진] 비니시우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때 발렌시아 골키퍼 마마르다슈빌리가 같이 흥분했다. 화난 채로 비니시우스에게 돌진하는 사태가 벌어졌고, 또 다른 발렌시아 선수 우고 두로도 비니시우스의 목을 조르고, 뒤로 잡아당겼다. 뒤로 넘어질 뻔한 비니시우스는 화를 참지 않고 우고 두로를 가격했다. 
이 상황을 반복해 돌려본 비디오 판독(VAR) 심판들은 비니시우스가 우고 두로를 가격한 장면만 돌려본 뒤 비니시우스에게만 퇴장을 명령했다. 우고 두로는 아무런 카드도 받지 않았다. 
경기 종료 후 비니시우스는 자신의 개인 소셜 미디어를 통해 인종차별 표적이 된 것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비니시우스는 "처음도 아니고, 두 번째도 아니도, 세 번째도 아니다. 라리가에서 인종차별은 정상적인 행위"라며 리그의 대처에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이어 "한때 호나우지뉴, 호나우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리오넬 메시가 속해있던 이 리그는 이제 인종차별자들의 소속일 뿐이다. 불행하게도 매주 일어나는 이 일에 나는 스스로를 방어할 방법이 없다. 하지만 난 강하고 인종차별주의자들과 맞서 싸울 것이다"라고 호소한 바 있다.
스페인 매체 '아스'에 따르면 스페인축구연맹(RFEF)은 레알-발렌시아전 VAR 심판들을 전원 해고했다. 비니시우스의 공격성 컷만 보고, 발렌시아 선수가 목을 조르는 장면은 생략했단 이유에서다.
[사진] 비니시우스ⓒ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번 브라질과 스페인의 평가전에선 인종차별 반대운동의 일환인 ‘원 스킨(One Skin)’ 슬로건이 내걸렸다.
레알 유니폼을 입고 스페인 리그를 누비는 비니시우스는 이번엔 브라질 대표팀 일원으로서 스페인전에 나서기 전 기자회견을 통해 “스페인이 인종차별 국가가 아니라고 확신한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인종차별주의자들이 존재한다. 경기장에도 있다. 심각한 것은 그들이 인종차별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변해야 하는데, 23세인 내가 스페인 사람들에게 인종차별이 무엇인지 알려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인종차별 반대’ 호소를 하며 눈물을 보인 그는 “축구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종차별에 맞서 싸우는 것 역시 중요하다. 유색인종들이 평범한 삶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난 축구에만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 손흥민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뛰고 있는 토트넘의 손흥민도 그동안 ‘인종 차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손흥민은 2021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전 3-1 승리 후 인종차별을 당했다. 손흥민이 일부러 넘어져 파울을 유도했다고 생각한 맨유 팬들이 손흥민의 소셜 미디어 계정에 댓글 테러를 했다. 맨유팬들은 손흥민에게 “개고기나 먹어라”라는 인종차별을 서슴지 않았다.
결국 맨체스터 경찰이 수사에 나서 범인 12명을 체포했다. 경찰은 이들을 기소하지 않고 사과문 작성과 봉사활동 등 가벼운 처벌만 내렸다. 2022년에도 손흥민은 인종차별 표적이 됐다. 첼시와 경기를 치르고 있던 손흥민에게 첼시 홈팬들은 동양인을 비하하는 의미의 ‘눈 찢는 제스처’를 취했다. 
지난해 5월 크리스탈 팰리스와 경기에서도 손흥민은 인종차별을 당했다. 후반 44분 아르나우트 단주마와 교체로 손흥민이 경기장을 빠져나갈 때 한 팬은 손흥민을 향해 손가락으로 눈을 찢는 행동을 했다.
[사진] 이강인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시즌까지 스페인 무대를 누비다가 올 시즌 직전 프랑스의 파리 생제르맹(PSG)으로 이적한 이강인도 예외는 아니다. 어처구니없게도 전 소속팀 마요르카의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으로부터 인종차별을 겪어야 했다.
당시 상황은 이러했다. 지난 해 5월 마요르카 공식 유튜브에는 '그저 신난 장난꾸러기 이강인'이라는 제목의 훈련 영상이 업로드됐다. 한국 팬들을 위해 한국어로 제목을 작성해 올리기까지 했다.
문제는 훈련 도중 나온 발언이다. 영상 1분 23초 무렵 이강인의 슈팅이 골대 오른쪽으로 빗나가자 갑자기 "치노(Chino)"라는 단어가 들려왔다. 누가 했는지 화면에 담기지는 않았지만, 훈련을 진행하던 아기레 감독이 외친 것으로 보인다.
치노는 '중국인'을 뜻하는 스페인어로 동양인을 낮잡아 지칭하는 인종차별적 단어다. 어릴 적부터 스페인에서 살아온 이강인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는 2년 전 유튜브 채널 '슛포러브'에 출연해 "어디를 가든 중국인들이 많으니까 동양인에게 치노라고 한다"라며 인종차별 사례를 직접 설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강인은 "치노"라는 외침에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넘어갔다. 물론 제대로 못 들었을 수도 있겠지만, 꽤나 큰 외침이었기에 그 역시 들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이강인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훈련을 이어나갔다.
[사진]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 큰 문제는 마요르카 구단 측도 문제를 인식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만약 인종차별 발언의 심각성을 제대로 알고 있다면, 편집 과정에서 제거했을 것이다. 그만큼 이들에게는 치노라는 말은 익숙했던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이강인은 과거에도 아기레 감독에게 치노라고 불린 적 있다. 한 소셜 미디어 유저가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아기레 감독은 훈련 도중 그를 향해 "중국인, 뭐해?"라고 외쳤다.
여러 사례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프로리그 선수들은 인종차별이 벌어질 수 있는 상황에 늘 노출 돼 있다. 비니시우스는 ‘눈물’까지 흐르면서 이를 막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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