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시청률 지분은.." 김병철, 로코까지 되는 마성의 하남자 [인터뷰 종합]
OSEN 장우영 기자
발행 2023.06.05 11: 10

로코의 기운이라고는 없어 보이는 캐릭터에서 ‘귀엽다’는 반응을 이끌어 내는 이 남자. 어떤 캐릭터를 맡아도 ‘파국이’라는 별명이 따라오는 이 남자. 어떤 작품에서도, 어떤 캐릭터를 맡아도 존재감이 드러나는 배우 김병철이다. ‘태양의 후예’,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 ‘SKY 캐슬’에 ‘닥터 차정숙’까지. 흥행 보증 수표라는 말은 김병철을 위해 있는 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병철이 인생 캐릭터를 새로 썼다. 김병철은 지난 4일 종영한 JTBC 토일드라마 ‘닥터 차정숙’(극본 정여랑, 연출 김대진 김정욱)에서 서인호 역으로 열연하며 흥행을 이끌었다.
‘닥터 차정숙’은 20년 차 가정주부에서 1년 차 레지던트가 된 차정숙(엄정화)의 찢어진 인생 봉합기를 그린 드라마. JTBC 역대 드라마 시청률 4위에 오를 정도로 뜨거운 인기를 자랑한 ‘닥터 차정숙’에서 김병철은 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나쁜 남편’ 서인호를 탁월한 완급 조절 연기로 그려내며 매력적인 악역을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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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로서 ‘닥터 차정숙’을 보게 된 김병철은 OSEN과 인터뷰에서 “생각보다 좋은 호응이 있어 감사하고 기쁘다. 시청률을 볼 때마다 웃음이 나고 그런다. 20%에 가까운 시청률은 예상하지 못했다. 대본이 재미있는 건 확실했고, 재미있게 보실 수 있겠다 싶었다. 제작발표회 당시 감독님께서 두 자릿수를 예상하셨는데, 저도 그 정도가 되면 좋겠다 싶었는데 좀 더 나와서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폭발적인 시청률을 자랑하며 종영한 ‘닥터 차정숙’. 김병철의 활약이 없었다면 ‘닥터 차정숙’의 인기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김병철은 시청률 지분을 묻자 “잘 모르겠다. 시너지를 내서 작품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이 잘 된 건 이야기나 캐릭터 등이 전반적으로 잘 맞았기 때문이다. 성장만 있는 이야기도 아니고, 감동만 있는 이야기도 아니고, 코믹한 이야기만 있는 것도 아니다. 그 균형이 잘 맞춰져서 호응을 얻었던 것 같다. 그런 시너지 측면에서 생각해 보게 되고, 그걸 분리해서 내가 ‘닥터 차정숙’의 시청률에 얼마나 기여를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웃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김병철이 ‘서인호’라는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표현하지 못했더라면 ‘닥터 차정숙’의 인기는 상상할 수 없었다. 김병철은 극 중 대장항문외과 과장 서인호로 분하 진지와 유쾌를 능수능란하게 오가는 하드캐리 열연을 펼쳤고, ‘어떻게 봐도 나쁜 놈’ 서인호에게서 ‘귀엽다’, ‘밉지 않은 악역’이라는 반응을 이끌어냈다.
김병철은“현실적이라서 더 공감할 수도 있고, 더 와닿기 때문에 더 비난 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 조건 자체가 부담이 되진 않았다. 연기이고, 사람의 모습을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반응이 있다면 오히려 좋은 평가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아내를 무시하고 아이들에게 권위적인 모습이 ‘SKY 캐슬’ 캐릭터와 비슷한 느낌이라 부담이 되긴 했지만, 처해있는 상황이 달라서 차별점들을 생각하며 작업했다”며 “‘어떻게 봐도 나쁜놈’이라는 말은 농담 섞어서 과장된 말이긴 하다. 나쁘기만 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는데, 아주 나쁜 사람도 어떤 면은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본다. 한쪽 면만 있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캐릭터를 구축할 때도 그런 부분을 염두했고, 나쁘기만 한 면만 아니라 다른 면이 부각될 수 있도록, 살아있는 사람처럼 그려졌으면 좋겠다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인호가 마냥 나쁘게 보이진 않았다. 허당끼도 있고, 코믹하게 그려진 면들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최승희와 있을 때는 최승희에게 최선을 다하고, 차정숙과 관계에서는 부부로서 최선을 다하고, 부모로서도 강압적이고 아내를 무시하는 부분은 있었지만 그게 가족을 잘 영위하고자 하는 서인호만의 행동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불륜, 혼외자라는 가장 큰 잘못을 저질렀지만 그걸 잠깐만 옆으로 밀어 놓고 생각해 봤을 때, 차정숙이 20년을 서인호와 같이 살았는데 마냥 나빴다면 같이 못살았을 것이다. 서인호의 다른 면들이 이 부부가 계속 살게 만드는 요인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비호감 캐릭터, 빌런임에도 ‘귀엽다’는 반응이 있을 정도로 서인호의 인기는 폭발적이었다. 이런 반응에 대해 김병철은 “귀엽다라는 반응이 있을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웃긴데 슬픈 웃프다도 아니고, 웃긴데 나쁜, ‘웃쁘다’라고 표현해야 할 것 같다. 일부러 더 귀엽게 보이려고 노력을 하진 않았다. 잘못을 인지하고 있고, 들키지 않아야 하고, 그런 상황을 들키면 안된다는 게 서인호에게는 압박이다. 그러다 보니까 몰려서 실수도 하게 됐다고 생각한다. 그걸 결과적으로 귀엽게 보시는 분들도 있고, 안쓰럽게 보실 수도 있을 것 같다”며 “서인호가 워낙 부정적인 인물이라 시청자 분들이 보기 싫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고, 작가님이 그런 서인호의 부정적인 면을 완화하고자 코미디를 많이 활용하셨다. 드라마 주요 인물을 보기 싫어지면 곤란하기에 우려가 됐는데, 인물의 다양한 면을 드러내면 좋겠다 싶어서 코미디적인 부분을 잘 녹여서 해야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김병철의 노력도 있었지만 서인호가 완성될 수 있었던 부분에는 차정숙 역의 엄정화, 최승희 역의 명세빈과 호흡도 있었다. 김병철은 엄정화와 호흡에 대해 “함께 오래 산 사이를 연기 해야 했는데, 어색하게 보이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호칭을 ‘누나’라고 부르고, 말도 좀 편하게 했다. 일부러 좀 그렇게 하자고 제안을 주셨고, 나도 그런 관계를 위해서 접근을 그렇게 해야겠다 싶었다. 서로 상의를 하는 과정이 좋았고, 둘이 나오는 장면을 재미있어 하시는 부분도 있어서 효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고, 명세빈과 호흡에 대해서는 “명세빈이 연기한 최승희가 연기하기 아주 어렵다고 생각했다. 구현을 잘 해내야 시청자 분들이 보실 거고, 서인호와 최승희가 나오는 장면도 보기 싫은 느낌이 없을 것 같았다. 그런 고민이 있었는데, 명세빈도 그런 이야기를 해서 함께 리딩을 하며 맞춰 나갔다. 개인적으로 대본 읽으면서 연습하고 어렵게 생각한 지점들에 대해 의견을 나누며 호흡을 맞췄다. 그런 부분이 좋은 결과를 만드는데 일조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병철의 노력과 배우들 사이의 케미 등이 시너지를 내면서 김병철은 ‘도깨비’의 박중헌 역 이후 새로운 인생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그럼에도 김병철이 활약하면 꼭 ‘도깨비’ 박중헌의 별명인 ‘파국이’가 따라오는 상황. 예전 캐릭터들이 오버랩되면서 새로운 면이 부각되지 않아 아쉬울 수 있지만 김병철은 “‘도깨비’ 캐릭터가 인상적이어서 그런 별명이 따라다니는 것 같다. ‘파국이’가 계속 유지되는 건 대부분 드라마가 갈등 요소를 가지고 있고, 이야기가 진행되면 부정적인 요소가 필수적이다. ‘파국이’라는 별칭이 있는 상태에서 드라마 작업을 하면 거의 필수적으로 그런 국면에 처하게 되는데, 자동적으로 연상이 되는 것 같다.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이유는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고, 잘 작동하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제는 ‘마성의 하남자’라는 별명까지 생긴 김병철. 악역임에도 여러 별명을 만들어내며 사랑 받고 있는 김병철은 “제 연기를 보신 분들의 긍정적인 반응이라고 생각해서 감사하다. ‘마성의 하남자’라는 별명으로 많이 불러주시는 것 같다. 실제로 나는 상남자, 하남자는 아니고 중남자 정도 되는 것 같다. 중남자의 특징은 눈에 잘 안 띄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웃었다.
차정숙의 인생봉합기이자 성장 이야기를 다룬 ‘닥터 차정숙’을 통해 김병철도 성장했다. 그는 “연기자 김병철로서 로코라는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는 경험을 했다. 부정적인 역할이어서 로코와 바로 연결되긴 어렵겠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코 불모지 같은 캐릭터에서 귀여움을 느끼게 했다는 점은 가능성을 열어둔 게 아닌가 싶다. 저변을 넓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장르를 특별히 선호한다기보다는 안 해봤던 장르 경험해보는 것도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오랜 무명 기간을 이겨내고 드디어 빛을 보며 ‘흥행 보증 수표’, ‘믿고 보는 배우’가 된 김병철. 그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2001년에 연극으로 데뷔해서 20년을 조금 넘었다. 그런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다. 예전을 돌아보면서 추억에 잠기는 편은 아닌데 그때 그때 작업에 집중하는 편이다. 다음 작업 생각하는 편이다. 작품을 통해서 시청자 분들과 다양하게 소통할 수 잇는 방법은 뭘까 생각하는 편이다”라며 “시청자 분들에게 너무 감사하다. 그런 관심이 저에게는 감동적이고 다음 작엄을 해나갈 수 있게 만드는 동력이라고 생각한다. 그 힘을 받아서 또 다른 흥미로운 작업들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인사했다. /elnino8919@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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