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닥터 김사부3’ 유연석, ‘본원서 쫓겨온 띨띨이’의 금의환향 [김재동의 나무와 숲]
OSEN 김재동 기자
발행 2023.06.04 13: 31

[OSEN=김재동 객원기자] 강동주(유연석 분)가 돌담병원에 처음 나타났을 때, 누군지 묻는 오명심(진경 분)의 질문에 장기태(임원희)는 말했었다. “본원서 쫓겨온 띨띨이 같습니다.”
3일 방송된 SBS 금토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3' 12회에서 그 ‘띨띨이’ 강동주가 돌아왔다. 돌담 외상센터 센터장으로. 그런 강동주를 두고 김사부(한석규 분)는 “나보다 더 센 놈”이라고 표현했다. 강동주로선 ‘센터장’이란 직함보다, ‘김사부보다 더 센 놈’으로 돌아왔으니 금의환향이다. 말 그대로 청출어람 청어람의 주인공.
강동주의 금의환향을 이끌어 낸 것이 김사부다. 강동주는 학창 시절 아버지를 여의었다. 거산대병원 응급실로 후송된 아버지는 힘 세고 빽 있는 환자들에 우선 순위에서 밀려 제대로 치료도 못받고 사망했다. 그 분노를 야구방망이에 실어 응급실에서 난장을 치다 김사부에게 제압됐다.

그때 김사부는 말했었다. “야구빠따 같은 것 백 번 휘둘러 봐야 그 사람들 니 얼굴도 기억 못해. 분노 말고 실력으로 되갚아 줘. 알았니? 진짜 복수 같은 걸 하고 싶으면 그들보다 나은 사람이 돼라. 니가 바뀌지 않으면 아무 것도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의사가 됐지만 순탄치 않았다. 아버지에게 기회를 안주었던 바로 그 의사 도윤완(최진호 분)이 그를 돌담병원으로 내쳤다. 정선의 카지노호텔서 술을 마시며 사직서를 작성하던 중 심정지 환자를 만났다.
CPR을 시행하고 심장 제세동기를 사용하려는 순간 만류하는 김사부가 등장했다. 취기어린 객기로 김사부가 제세동기 사용없이 환자를 살려내면 제 목을 걸겠다고 호언장담 했다. 김사부는 간단한 하임리히 요법으로 환자를 살려내고는 목 대신 손목을 받겠다고 압박했었다.
올가미인 줄 알았던 그 약속은 구명줄이었다. 김사부에게 하드 트레이닝을 받은 강동주는 2022년까지 미국 내 4,500여 개의 병원 중 ‘최고의 병원’으로 7년 연속 선정된 미국 미네소타주 메이요 클리닉의 초청을 받았다. 그리고 김사부의 돌담외상센터 ‘플랜 A’의 주인공이 되어 돌아왔다. 플랜 B 차진만(이경영 분)의 낙마 직후에.
차진만의 낙마는 세대교체, 가치관 교체의 의미가 크다. 차진만은 3년 전 우상민이란 전공의를 잃었다. 수술 중 우상민은 중심정맥관(C라인)을 제대로 잡지 못해 환자를 잃었다. 의료소송을 당했고 차진만은 “네가 잘못했으니 네가 책임져”라고 압박했다. 우상민은 책임을 지겠다며 투신했다.
서우진(안효섭 분)과의 대화에서 차진만은 “생명을 다루는 의사로서의 책임감을 알려주고 싶었을 뿐인데 그런 선택을 할 줄은 몰랐다”고 토로한다.
서우진이 답했다. “살아가는 세상이 다릅니다. 요즘 청춘들은 가능성의 시대가 아니라 버텨내야 하는 세상을 살고 있으니까요.”라고. 즉 힘들어도 미래를 꿈꿀 수 있었던 선배들과는 달리 뒤 없는 벼랑 끝에서 오늘을 살아내야 하므로 밀리는 순간 끝이라는 의미다.
그에 앞서 돌담을 떠날 의향은 없는지 묻는 질문에 서우진은 말했다. “제가 있는 병원이 전국 최고의 병원이 되면 됩니다. 돌담병원 에이스가 전국 최고의 에이스가 되면 되구요.” “그게 부용주의 낭만이냐?”는 질문에는 “아뇨 그건 제 꿈입니다.”고 답했다.
이어 덧붙였다. “사부님도 가끔은 터프하실 때가 있습니다. 근데 어떤 상황에서도 저를 포기하신 적이 없으셨어요. 어떤 상황에서도 제 편이 돼주셨고요.” 남들이 꿈을 포기한, 그런 시대를 살면서 자신은 꿈을 꾼다는 모순에 대한 해답으로 들린다. 믿어주는 뜸직한 선배가 있다면 아무리 세상이 각박해도 꿈을 꿀 수 있다는 말. 차진만이 보여주지 못한 믿음을 언급한 것이다.
차진만이 세대를 대표해서 낙마해야 되는 이유는 그의 가치관이 인습에 기초했기 때문이다.
차진만은 대한민국 의료계가 의사들에 대한 존경은 저버리고 사명감으로만 의사들을 옭아맨다고 본다. 차진만이 바라보는 세상은 부득이한 죽음조차 도의적으로 사과하는 순간 개떼처럼 달려들어서 의사를 가해자로 만들고 살인범으로 몰아붙이는 세상이다.
따라서 세상이 의사를 함부로 대하게 두어서는 안된다. 의사가 소중한만큼 환자의 생명보다 의사의 안위를 위협할 수 있는 무리하고 모험적인 의학적 처치는 지양해야 마땅하다. 세상이 의사를 돈만 밝히는 사회악으로 치부하는 만큼, 의사끼리라도 똘똘 뭉쳐 의사들의 권익을 지켜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자면 병원은 무결해야 되고 이선웅(이홍내 분)의 적녹색약같은 결격사유도 용납돼선 안된다.
그리고 그런 차진만의 시각을 김사부는 ‘부질없고 쓰잘데기 없는 짓’으로 일축한다. 김사부의 원칙은 ‘의사는 사람을 살린다’다. 그것이 히포크라테스 이후로 시대정신과 무관하게 지켜오고 지켜 나가야 될 명제고 전통이다. 차진만이 매료된 의료계의 관행적 인습은 그 명제를 훼손시키는, 한 마디로 개 코 씹어먹는 소리일 뿐이다.
젊어서 차진만은 열정이 있었고 용기도 있었다. 수많은 성취도 이뤘다. 그렇게 지금의 차진만이 됐지만 마침내 알게 됐다. 그가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은 없다는 걸. 그의 독백처럼 모든 선택에는 다 대가가 따른다. 다만 시간이 많이 흐른 뒤에야 잃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할 뿐이다.
어쨌거나 차진만은 떠나고 강동주는 돌아왔다. 그 강동주는 과연 메이요 클리닉으로 떠나기 전, 돌담 병원의 그 강동주로 돌아온 것일까?
도윤완에 가까웠던, 그리고 차진만 같았던 박민국(김주헌 분)은 그 이름값에도 불구하고 돌담을 떠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의사로서 닥터 부용주에 대한 존경심이 한 몫했다”고 밝히면서 김사부에 크게 감화된 모습을 보여왔다.
하지만 차진만 축출과정에선 “난 어떤 경우에도 사람을 두고 거래하지 않습니다. 어떤 인생도 그런 취급을 받으면 안된다고 생각해요”라는 김사부의 뜻을 거스르고 차진만 퇴출을 거래했다. 실리와 가성비를 거론하면서.
돌담을 떠나있던 세월 강동주는 과연 어떤 의사로 성장했을까? 혹시 자본주의 첨단을 걷는 미국식 의료체계 속에서 가치관의 변화를 겪지는 않았을까? 돌담과, 또 김사부와 동떨어진 지향점을 바라보는 것은 아닐까? ‘본원서 쫓겨온 띨띨이’면 순한 맛이라도 있을 텐데 메이요서 스카웃된 센터장이라면 파장이 만만찮을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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