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지옥' 1주년, 비혼 장려→결혼 장려 할 수 있을까 [Oh!쎈 이슈]
OSEN 연휘선 기자
발행 2023.05.30 10: 23

'국민 멘토' 오은영과 함께 한 부부 예능 선두주자 '결혼지옥'이 1주년을 맞았다. 출연자 및 시청자와 함께 한 공개방송이 비혼 장려 프로그램의 오명을 떨치고 결혼 장려 프로그램이 될 수 있을지 전환점이 되려 한다.
MBC 예능 프로그램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약칭 결혼지옥)이 최근 방송 1주년을 맞았다. 이를 기념해 지난 29일에는 오은영 박사와 1주년 동안의 출연자를 포함한 75쌍의 부부들이 한 자리에서 만나는 공개방송 1부까지 전파를 탔다. '국민 멘토'와 만난 부부들의 지옥도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가장 눈에 띄는 건 '결혼지옥'을 거쳐간 출연자 부부들의 변화였다. 출연 당시 결혼 생활 9년 동안 아내에게 월급을 공개하지 않아 큰 질타를 받았던 '비공개 부부' 남편은 승진 소식과 함께 매월 급여 명세서를 아내에게 공유하고 있음을 밝혀 박수받았다. 남편의 폭언과 실직으로 고통받던 '선 넘은 부부' 또한 재취업 소식과 한결 부드러워진 말투로 응원을 불러일으켰다. 

그런가 하면 '섹스리스 특집'으로 화제를 모았던 부부는 공개방송에서 손을 꼭 잡고 있는 다정한 모습으로 훈훈함을 자아냈다. 이 밖에도 부부간 성격 차이가 명확했던 '평행선 부부', 서로 쳐다보지도 않던 '노룩부부', 시가 근처에 살며 부부간의 생활을 존중받지 못하던 '사면 시가 부부' 등이 참석해 달라진 근황을 보였다. 
반대로 오은영 박사를 만나 현재의 '결혼지옥'을 탈출하고 싶어하는 부부들도 있었다. 방청객으로라도 조언을 구하고자 하는 부부들이 참석해 간절함을 피력했던 것이다. 
한 40대 남편은 현재 이혼 조정 중임을 밝히며 즉석에서 상담을 받았다. 이에 오은영 박사가 "결혼 생활 동안 아내가 남편에게 반복적으로 상처를 받은 것 같다. 싫은 사람하고는 살 수 있지만 상처를 주는 사람과는 같이 살 수 없다. 남편이 그것을 깨닫고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고 조언을 건네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취미생활에 빠진 남편 때문에 '독박 육아'를 하는 아내의 사연도 공개됐다. 이에 오은영 박사는 "아내도 한 사람으로서 하고 싶고, 배우고 싶은 것이 있을 거다. 그 부분에 대한 소통이 필요하다. 부모의 역할은 돕는 게 아니라 함께 해 나가야 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결혼지옥'을 거쳐간 출연자 부부도, 공개방청까지 신청한 시청자 부부도 75쌍의 부부들은 모두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현재의 결혼생활 유지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지옥'이라는 극단적인 표현까지 사용할 정도로 치열한 갈등을 겪고 있어도 이를 해결해나가려는 모습은 '결혼지옥'의 존재 의의나 다름 없었다. 
사실 1주년을 기념하는 일이 무색하리 만큼 최근의 '결혼지옥'은 시청자들에게 큰 질타를 받아왔다. 제작진조차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인권감수성이 문제였다. 한 재혼 출연자 부부는 방송 내용으로 자녀에 대한 아동 성추행 의혹을 받으며 경찰 조사에 휘말리기도 했을 정도. 출연자 부부의 고민이나 결혼 생활 유지에 대한 의지와 별개로, 사적인 이야기를 방송으로 보여주는 과정이 자극적으로 비치며 피로도를 자극하는 점이 언제나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심지어 '선 넘은 부부', '섹스리스 부부' 등 출연자 부부들의 사연들 자체가 결혼에 대한 희망보다 절망을 선사한다며 "비혼 장려 프로그램이냐"라는 오명까지 나오는 바.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텨온 1주년. 흡사 '결혼지옥'이라는 프로그램이 버텨온 과정 자체가, 방송에 고민을 의뢰한 출연자 부부들이 결혼 생활을 버텨내는 과정과 닮았다는 기시감마저 드는 상황이다. 
실제 보는 이들로 하여금 결혼에 대한 회의감이나,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것에 대한 의문이 들게 하는 순간들조차 극복하고 살아가는 출연자들의 모습은 강도 높은 비판에도 '결혼지옥'이 유지되는 풍경과 흡사하다. 무엇보다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국민 멘토' 오은영 박사의 부부 상담에 대한 열의에는 여전히 이견이나 반론이 없는 터. 이 진정성을 무기 삼아 '결혼지옥'이 지옥도를 지워내고 '결혼 장려 프로그램'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환골탈태 수준으로 변화하는 출연자 부부들의 노력처럼, 1주년을 맞아 지난 시간들을 반추하고 시청자들의 감수성에 공감하려는 제작진의 노력을 기대한다. / monamie@osen.co.kr
[사진] 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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