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위해 탈북' 이창수, 北 가족 그리워.."브로커에 7억 사기, 충격에 죽을고비"('특종세상')[종합]
OSEN 김나연 기자
발행 2023.05.26 08: 34

북한 유도영웅 이창수의 근황이 공개됐다.
25일 방송된 MBN '특종세상'에서는 전 북한 유도 국가대표 선수 이창수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1980년대 국제 대회를 휩쓸었던 북한 유도영웅 이창수는 1989년 유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대만 국가대표선수였던 아내 진영진씨와 첫 만남을 가졌고, 그와 만나기 위해 1991년 탈북 후 이듬해 결혼했다.

32년이 지나 어느덧 훌쩍 자란 세 아들을 출가시킨 이창수는 아내와 둘이 생활 중인 일상을 공개했다. 세 아들도 모두 유도를 하고 있다고 밝힌 이창수는 "둘째가 현직 국가대표고 셋째는 실업팀에서 운동하고 있다"며 세 아들이 받아온 상과 메달 등을 자랑했다.
두 사람은 1989년 유도 세계선수권대회에서의 첫 만남을 회상했다. 아내 진영진은 "같은 호텔 선수 중에 혼자 메달땄다. 가서 악수하면서 '축하합니다' 했는데 정말 전기가 왔다. 손장난을 치더라. 지금 세상에서 이렇게 하면 미친X이다"라고 말했고, 이창수는 "지금 하면 잡혀간다"고 공감했다.
진영진은 "그때 89년 세계선수권대회 끝나고 마지막으로 사진 한 장 찍자고 했다. 오케이 했는데 남편이 어깨동무하고 사진 찍힐때 뽀뽀를 하더라. 그래서 대만 가서도 못 잊는거다. 계속 생각나고. '나한테 왜 뽀뽀했지? 나 좋아하나?' 통화도 못하고.. 내가 너무 순진한 여자였다"고 설명했다.
이후 1년뒤 아시안 게임에서 재회한 두 사람은 매일같이 데이트를 하며 애정을 키웠다. 하지만 이창수는 1990년 베이징 아시안 게임 결승에서 한국의 정훈 선수에게 패배한 후 바로 탄광행 버스를 타야했다. 결국 이창수는 북한체제에 대한 실망과 연인에 대한 그리움으로 탈북을 결심했다.
그는 "북한 선수단은 국제대회 갈때만 비행기 탄다. 들어올때는 비행기 못탄다. 비행깃값 없으니 기차타고 온다. 사람들 내릴때 같이 내리려고 했더니 뒤에서 잡더라. '아이고 잡혔구나' 했다. 그래서 가만히 생각했다. 이거 타고 가면 죽을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살 것이라고"라며 탈북 당시를 회상했다.
이창수는 탈북 다음해인 1992년 결혼했다.  진영진은 "한해 한번씩 만났다. 89, 90, 91년. 그리고 바로 92년에 결혼했다"고 설명했다. 아내 진영진 역시 수많은 반대에도 이창수 한사람을 위해 한국행을 택했다고. 이창수는 "나도 부모형제 다 버렸지만 자기도 다 버리고 왔지 않나. 마음은 고맙고 표현은 못하고"라고 아내를 향한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하지만 이창수의 마음에는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들을 향한 죄책감이 항상 자리하고 있었다. 진영진은 "남편이 이것때문에 사기 많이 당했다. 1만달러, 2만달러 브로커한테 계속 보내줬다. 나중에 중간에서 조선족 기자까지 사기쳤다. 자기가 기자라서 항상 북한에 갈수 있다고 했다. 어머니랑 사진까지 찍고 보내줬다. 물어보니까 정말 어머니가 맞다더라. 지금까지 7억원 날렸다. 누가 믿겠냐. 정말 돈 엄청 날렸다"고 털어놨다.
이창수는 "북한 가서 우리 엄마 만나서 사진까지 찍어왔길래 이번엔 되는가보다 했었다. 근데 역시나 사기더라. 내가 영양실조로 실려갔던 적 있다. 밥을 하나도 안먹고 보름동안 술만 마셨다. 술마시고 취하면 자고 일어나면 술마시고. 한동안 그러면서 살았다. 집사람도 많이 힘들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진영진은 "중환자실도 두번, 세번 들어갔다 나왔다. 간경화, 알코올 중독 진단 받고 폐에 물도 많이 차서 의사가 오래 못산다고 했다. 그때 정말 너무 힘들었다"고 알코올 사용 장애로 2개월 시한부를 선고 받고 몇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겼다고 밝혔다.
이창수는 "세상에 제일 나쁜 놈이 가족가지고 장난치는놈이다. 자기도 가족이 있을거면서. 이젠 잊기로 했다. 내가 노력하면 노력할수록 더 아파지고 그리움이 깊어지는걸 느꼈다. 이제 그러면 안된다, 나도 가장인데.."라고 말했다.
또 이창수는 탈북민 출신 지인과 만나 "북한 가서 안전하게 조용히 갔다 오는 방법은 없지?"라고 묻기도 했다. 지인은 "가는 경우는 있다. 몰래몰래 돈받고 하는 경우 있는데 워낙 유명한 사람들 가족은 세월 지나도 계속 집중감시 하니까. 돈을 만불씩 보내주는 사람이 있는데, 가족 중 보위부 수용소 안간사람 없다. 돈 받으면 티가 나지 않나. 자꾸 찾아보려고 하고 도와주려고 하게 되면 100프로 보위부한테 걸린다고 봐야된다. 도와주려다 죽는경우도 많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이창수는 "못 일어나고 누워있어도 그런 부모 한명이라도 있으면 좋겠다. 내가 크면서 사랑받았던 것도 다 보답 못해드린게 후회스럽다. 모셔와서 잘 모시려고 했는데 그것도 안된다. 아버지고, 엄마고, 형제고 정말 만나면 내가 최선 다해서 우리 가족 책임질 것"이라며 "조금만 더 참고 살아줘. 꼭 만날거야"라고 가족들을 향한 메시지를 전했다.
특히 이창수는 "하나밖에 없던 내가 여기와서 가족 만들고 가족에서 행복을 찾고 나의 모든것이 됐다. 힘들고 어려워서 포기하고 싶을때 잡아준게 가족이다. 내 가족은 내가 만든 가족이라 내가 죽어도 책임져야되는 내 전부"라고 아내와 자식들을 향한 깊은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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