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유도영웅 이창수, ♥아내 위해 탈북→"브로커에 7억 사기..2개월 시한부선고"('특종세상')[종합]
OSEN 김나연 기자
발행 2023.05.25 22: 51

유도영웅 이창수가 탈북 후 가정을 꾸린 근황을 전했다.
25일 방송된 MBN '특종세상'에서는 전 북한 유도 국가대표 선수 이창수가 출연했다.
이창수는 1980년대 국제 대회를 휩쓸었던 북한 유도영웅. 그는 1989년 유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대만 국가대표선수였던 아내 진영진씨와 첫 만남을 가졌고, 그와 만나기 위해 1991년 탈북을 결심했다.

32년이 지나 다시 만난 이창수는 진영진씨와 함께 지내고 있었다. 어느덧 훌쩍 자란 세 아들도 모두 유도를 하고 있다고. 이창수는 "둘째가 현직 국가대표고 셋째는 실업팀에서 운동하고 있다"며 세 아들이 받아온 상과 메달 등을 자랑했다.
1989년 유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처음 만났던 당시 이창수의 경기를 보고 호기심을 가졌다는 진영진은 "같은 호텔 선수 중에 혼자 메달땄다. 가서 악수하면서 '축하합니다' 했는데 정말 전기가 왔다. 손장난을 치더라. 지금 세상에서 이렇게 하면 미친X이다"라고 밝혔다. 이창수 역시 "지금 하면 잡혀간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진영진은 "그때 89년 세계선수권대회 끝나고 마지막으로 사진 한 장 찍자고 했다. 오케이 했는데 남편이 어깨동무하고 사진 찍힐때 뽀뽀를 하더라. 그래서 대만 가서도 못 잊는거다. 계속 생각나고. '나한테 왜 뽀뽀했지? 나 좋아하나?' 통화도 못하고.. 내가 너무 순진한 여자였다"고 말했다.
이후 1년뒤 아시안 게임에서 재회한 두 사람은 매일같이 데이트를 하며 애정을 키웠다. 진영진은 "(이창수가) 항상 장미꽃 한 송이 가져오고 초콜릿 하나 가져왔다"고 말했다. 이창수는 "사전 가져와서 '내가 하고싶은말은 이거' 하면 번역 되지 않나. 책보면서 대화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창수는 1990년 베이징 아시안 게임 결승에서 한국의 정훈 선수에게 패배한 후 바로 탄광행 버스를 타야했다. 그는 "경기가 끝나고 북한에 갔는데 버스타라더라. 버스 탔다. 탄광으로 바로 가더라. 그때가 제일 창피했다. 화려하던게 다 없어지고 탄광 석탄 푸면서 '이게 뭔가'하는 생각이 들더라"라고 털어놨다.
결국 이창수는 북한체제에 대한 실망과 연인에 대한 그리움으로 탈북을 결심했다. 그는 "북한 선수단은 국제대회 갈때만 비행기 탄다. 들어올때는 비행기 못탄다. 비행깃값 없으니 기차타고 온다. 사람들 내릴때 같이 내리려고 했더니 뒤에서 잡더라. '아이고 잡혔구나' 했다. 그래서 가만히 생각했다. 이거 타고 가면 죽을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살 것이라고"라며 탈북 당시를 회상했다.
이창수는 탈북 다음해인 1992년 결혼했다. 아내 진영진 역시 수많은 반대에도 이창수 한사람을 위해 한국행을 택했다. 진영진은 "한해 한번씩 만났다. 89, 90, 91년. 그리고 바로 92년에 결혼했다"고 말했다. 이창수는 "나도 부모형제 다 버렸지만 자기도 다 버리고 왔지 않나. 마음은 고맙고 표현은 못하고"라고 아내를 향한 고마운 마음을 털어놨다.
이후 오랜만에 집을 찾은 큰아들과 며느리, 막내아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낸 이창수는 떨칠수 없는 죄책감에 시달렸다.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들을 향한 그리움에 사무친 것. 이창수는 어머니의 사진을 하염없이 쳐다보며 슬픔에 잠겼다.
진영진은 "남편이 이것때문에 사기 많이 당했다. 1만달러, 2만달러 브로커한테 계속 보내줬다. 나중에 중간에서 조선족 기자까지 사기쳤다. 자기가 기자라서 항상 북한에 갈수 있다고 했다. 어머니랑 사진까지 찍고 보내줬다. 물어보니까 정말 어머니가 맞다더라. 지금까지 7억원 날렸다. 누가 믿겠냐. 정말 돈 엄청 날렸다"고 속상해 했다.
부모님, 형제를 데려오고 싶다는 절박한 마음에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매달렸지만 모두 사기였다는 것. 이창수는 "북한 가서 우리 엄마 만나서 사진까지 찍어왔길래 이번엔 되는가보다 했었다. 근데 역시나 사기더라. 내가 영양실조로 실려갔던 적 있다. 밥을 하나도 안먹고 보름동안 술만 마셨다. 술마시고 취하면 자고 일어나면 술마시고. 한동안 그러면서 살았다. 집사람도 많이 힘들었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진영진은 "중환자실도 두번, 세번 들어갔다 나왔다. 간경화, 알코올 중독 진단 받고 폐에 물도 많이 차서 의사가 오래 못산다고 했다. 그때 정말 너무 힘들었다"고 알코올 중독으로 2개월 시한부 선고 받고 몇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겼다고 밝혔다.
이창수는 "세상에 제일 나쁜 놈이 가족가지고 장난치는놈이다. 자기도 가족이 있을거면서. 이젠 잊기로 했다. 내가 노력하면 노력할수록 더 아파지고 그리움이 깊어지는걸 느꼈다. 이제 그러면 안된다, 나도 가장인데.."라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대만 유도팀 총감독, 지난 올림픽까지 한국 대표팀에 있었던 이창수는 현재 일용직에 임하고 있었다. 가족의 만류를 뒤로한 채 일용직 생활을 택한 그는 "위험하다고 생각하니까 걱정을 많이 하는거다. 아내도 내가 설마 이 일을 할지 몰랐다. 가보니까 일당이 세다. 하루 25만원 이상이다. 다른데 일하면 월급이 160-180이다. 그런데 이건 열흘만 해도 그거보다 많지 않나"라며 "새로운 인생의 이창수다. 유도복 입은 이창수는 과거 이창수고, 토류판 이창수는 새로운 인생의 이창수다. (유도계의 이창수에 대한) 서운함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창수는 탈북민 출신 지인과 만나 북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북한 가서 안전하게 조용히 갔다 오는 방법은 없지?"라고 물었고, 지인은 "가는 경우는 있다. 몰래몰래 돈받고 하는 경우 있는데 워낙 유명한 사람들 가족은 세월 지나도 계속 집중감시 하니까. 돈을 만불씩 보내주는 사람이 있는데, 가족 중 보위부 수용소 안간사람 없다. 돈 받으면 티가 나지 않나. 자꾸 찾아보려고 하고 도와주려고 하게 되면 100프로 보위부한테 걸린다고 봐야된다. 도와주려다 죽는경우도 많다"고 단호히 말했다.
이창수는 "못 일어나고 누워있어도 그런 부모 한명이라도 있으면 좋겠다. 내가 크면서 사랑받았던 것도 다 보답 못해드린게 후회스럽다. 모셔와서 잘 모시려고 했는데 그것도 안된다. 아버지고, 엄마고, 형제고 정말 만나면 내가 최선 다해서 우리 가족 책임질 것"이라며 "조금만 더 참고 살아줘. 꼭 만날거야"라고 간절한 마음을 전했다.
특히 갑작스레 배와 다리가 부은 이창수는 아내와 함께 병원을 방문하기도 했다. 의사는 "간이 조금 커져있는 느낌이 약간 있다. 사진 다시 찍어봐야될것 같다"며 "다리 붓는거랑 배 나온 부분이 복수가 고여있을 수 있고 가장 큰 원인은 간이 딱딱하게 굳어지는 간경변때문일수 있다. 혹시 간에 나쁜 혹 생겼을까봐 걱정되는 부분이다. 절대 술 마시면 안된다. 한방울도 마시면 안된다. 술담배 반드시 끊어라"라고 경고했다.
건강 관리를 위해 이창수를 데리고 산을 찾은 진영진은 "낚시도 가고 등산하고 이렇게 공동 취미를 같이 하자"고 말했다. 그는 "항상 호진이 아빠 여러가지 생각 너무 많다. 항상 술만 먹는다. 호진 아빠 저한테 뭐든 이야기하고 싶은거 얘기해달라"고 털어놨다.
이창수는 "힘들면 나 혼자 힘들면 되지 왜 같이 힘들어야되냐"고 말했지만, 진영진은 "항상 힘들면 술만 생각하고 술만 먹었잖아. 이렇게 하는거 방법이 아니다. 서로 같이 이갸기 해야된다. 꼭 이야기해달라. 마음이 어디 아프거나 제가 잘못한게 있으면 직접 얘기해달라"라고 당부했다.
이후 이창수는 유도 수제자인 아들과 함께 유도를 하기도 했다. 이창수는 "하나밖에 없던 내가 여기와서 가족 만들고 가족에서 행복을 찾고 나의 모든것이 됐다. 힘들고 어려워서 포기하고 싶을때 잡아준게 가족이다. 내 가족은 내가 만든 가족이라 내가 죽어도 책임져야되는 내 전부"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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