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루사 남발, 배지환 과속에 감독이 직접 단속 나섰다…“속도 조금만 늦춰”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3.05.25 06: 00

빠른 발을 갖고도 속도를 주체하지 못해 주루사와 견제사가 늘고 있는 배지환(24·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이에 사령탑이 직접 과속 단속에 나섰다.
배지환은 지난 24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PNC파크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홈경기에 8번 2루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2안타로 활약했다. 다만 멀티히트에도 그의 표정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2안타가 각각 견제사와 주루사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배지환은 0-2로 뒤진 3회 선두로 등장, 텍사스 선발 네이선 이오발디 상대로 좌전안타를 쳤다. 최근 5경기 연속 안타. 내셔널리그 도루 공동 2위(14개)가 출루하자 배터리의 견제가 심해졌다. 투수 이오발디에 이어 포수 요나 하임까지 1루에 견제구를 던지며 배지환의 빠른 발을 경계했다. 

[사진] 배지환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결과는 배지환의 패배였다. 1사 후 앤드류 맥커친 타석 때 결국 투수 견제구에 견제사를 당했다. 피츠버그 벤치의 요청에 따라 비디오판독이 진행됐지만 원심은 번복되지 않았다. 
배지환은 1-6으로 뒤진 8회 1사 주자 없는 가운데 빠른 발을 앞세워 내야안타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번 안타의 결말도 새드 엔딩이었다. 2사 1루서 나온 맥커친의 우전안타 때 2루를 지나 3루로 향하던 도중 우익수의 2루 송구를 보고 2루로 재빠르게 돌아왔지만 태그아웃됐다. 심판의 비디오판독에도 원심이 그대로 유지됐고, 배지환은 헬멧을 땅에 던지며 짙은 아쉬움을 표했다. 
배지환은 왜 2루 귀루를 택한 것일까.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에 따르면 배지환은 “2아웃이라 무조건 3루로 가야한다고 생각했는데 상황을 제대로 읽지 못하며 결국 아웃을 당했다”라고 아쉬워했다. 이에 피츠버그 데릭 쉘튼 감독은 “일단 가기로 마음먹었으면 스피드를 살려서 계속 가야 한다. 외야수가 2루로 공을 던지는 걸 봤다고 해도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사진] 배지환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배지환은 빅리그 2년차를 맞아 피츠버그의 주전 한 자리를 꿰차며 44경기 타율 2할6푼4리 2홈런 12타점 14도루로 활약 중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조금씩 디테일에서 약점을 드러내고 있다. 빠른 발을 갖고도 경험 부족과 의욕 과다로 인해 주루사를 당하는 경우가 잦아졌다. 도루 시계 또한 6일 토론토전 이후 13경기째 멈춰있는 상황. 그 사이 1위 로날드 아쿠나 주니어(애틀랜타)와의 격차는 6개로 벌어졌다. 
이에 사령탑이 직접 과속 단속에 나섰다. 쉘튼 감독은 “배지환은 속도를 조금 늦출 필요가 있다. 지금 속도는 조금 빠르다”라며 “속도가 빠른 젊은 선수들은 일을 흘러가는 대로 하지 않고 무언가를 창조하려고 노력한다. 배지환 또한 지금 너무 무리한 행동을 하려고 한다. 무기를 함부로 사용하면 정말 중요한 순간 그걸 쓸 수 없다”라고 힘줘 말했다.
배지환 또한 자신의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그는 “경기에서 우리 팀이 지고 있으면 나는 정말 팀원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 물론 나 또한 내가 조금은 과하다는 걸 알고 있다”라며 “현 시점에서 나의 가장 큰 숙제는 경기의 상황을 읽고 스피드를 사용할 때와 사용하지 않을 때를 구분하는 것이다”라고 속내를 밝혔다.
그러나 이 또한 경험이고, 배지환은 이제 갓 빅리그 54경기를 뛴 새내기다. 쉘튼 감독은 “아픈 만큼 성숙해지기 마련이다. 이제 앞으로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으면 된다”라고 선수를 격려했다.
미국의 한 영화를 보면 ‘진정한 어른이 된다는 건 계기판은 210까지 있지만 60으로밖에 달릴 수 없는 것’이라는 대사가 나온다. 지금 배지환에게 딱 어울리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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