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방출 포수가 왜 마운드에? 255일 만에 투수 출격, 대패 희생양 됐다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3.05.24 12: 10

KBO리그에서 방출된 포수가 왜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올랐을까. 
24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스버그 트로피카나필드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 탬파베이 레이스와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맞대결.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선두 탬파베이는 최하위 토론토를 만나 고전했다. 마운드의 난조가 뼈아팠다. 선발 타지 브래들리의 4이닝 4실점 조기 강판에 이어 잭 버디가 1이닝 6실점(5자책) 난타를 당하며 일찌감치 승기를 내줬다. 타선도 5회 이삭 파레디스의 솔로홈런으로 단 1점을 뽑는 데 그쳤다. 

[사진] 크리스티안 베탄코트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탬파베이는 1-11로 크게 뒤진 채 마지막 9회초 수비를 맞이했다. 그런데 악몽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투수 루크 레일리가 2사 후 케빈 키어마이어, 네이선 루크스, 어니 클레멘트의 연속 안타로 만루를 맞이한 가운데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를 만나 그랜드슬램을 헌납했다. 이후 캐번 비지오의 안타에 이어 맷 채프먼 상대 투런포를 허용하며 고개를 숙였다. 
1-17로 점수 차가 크게 벌어진 상황. 탬파베이는 투수 소모를 줄이기 위해 야수를 마운드에 올렸다. KBO리그 NC 다이노스에서 뛰었던 크리스티안 베탄코트였다. 주 포지션인 포수를 비롯해 1루수, 외야수까지 소화 가능한 베탄코트는 그 동안 투수로도 종종 그라운드를 밟았다. 통산 마운드 성적은 10경기(9⅓이닝)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6.75이며, 지난해 오클랜드와 탬파베이에서 4경기 평균자책점 2.25의 좋은 성적을 남겼다.
그러나 이날은 달랐다. 작년 9월 11일 뉴욕 양키스 원정 이후 255일 만에 마운드에 올라 ⅓이닝 3피안타(1피홈런) 3실점으로 1-20 19점 차 대패의 희생양이 됐다. 1-17로 뒤진 9회 2사 주자 없는 가운데 첫 타자 위트 메리필드에게 인정 2루타를 맞았고, 곧이어 돌튼 바쇼에게 1타점 적시타, 대니 잰슨 상대 좌월 투런포를 잇따라 허용했다. 이후 키어마이어를 3루수 직선타고 잡고 이닝을 끝냈다.
지난해에는 직구 최고 구속이 95.1마일(153km)까지 나왔지만 이날은 투구 의지가 없어보였다. 최고 구속이 80마일(128km)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5~60마일(80~96km)대의 느린 공이었다. MLB.com 공식 문자중계에는 이퍼스(Eephus)라는 구종이 등장했다. 높은 궤도를 그리며 느리게 날아가다가 홈플레이트 부근에서 급격히 떨어지는 아리랑볼을 일컫는 용어다. 
파나마 출신의 베탄코트는 2013년 애틀랜타에서 빅리그 데뷔 후 샌디에이고를 거쳐 2019년 NC와 계약했다. 창원NC파크 개장 1호 홈런을 쳤고, 포수로도 11경기(94이닝)를 뛰었지만 53경기 타율 2할4푼6리(203타수 50안타) 8홈런 29타점 부진 끝 7월 방출됐다. 
한국을 떠난 베탄코트는 마이너리그를 전전하다가 지난해 오클랜드에서 5년 만에 메이저리그 복귀에 성공했다. 이후 트레이드를 통해 탬파베이 유니폼을 입었고, 올 시즌 33경기 타율 2할3푼3리 7홈런 15타점 OPS .761로 팀의 선두 질주에 기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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