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야구 '로봇 심판' 시대 열렸다 "볼 판정 불신 NO, 공정성 담보"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3.03.28 21: 07

“삐~ 스트라이크.”
28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대전고등학교 야구부 선수들과 김의수 대전고 감독, 김인철 청주고 감독, 문용수 율곡고 감독, 박재현 제주고 감독,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 심판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자동 볼·스트라이크 판정 시스템(로봇 심판) 시연회가 열렸다. 투수의 공이 존을 통과했을 때 심판이 착용한 이어폰을 통해 ‘삐’ 소리와 함께 ‘스트라이크’ 음성이 울렸다. 볼 판정시에는 둔탁한 소리만 나왔다. 
로봇 심판은 고정된 위치에 설계된 카메라 센서를 통해 공의 위치, 속도, 각도 등을 측정해 스트라이크존 통과시 해당 투구 위치를 측정해 자동으로 볼·스트라이크 판정을 한다. 판정 결과는 음성으로 이어폰을 낀 심판에게 전달된다. 심판 고유 권한이었던 볼 판정이었지만 이제는 기계의 힘을 빌려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게 됐다. 공식 도입을 앞두고 이날 시연회에서 최종 테스트를 했다. 

28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 로봇 심판 시연회가 열렸다. /waw@osen.co.kr

로봇 심판 시스템을 운영하는 스포츠투아이의 박유나 팀장은 “로봇 심판은 PTS(Pitch Tracking System)라는 투구 추적 시스템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투구를 스트라이크와 볼로 판정해 (수신기로) 심판에게 전달하는 방식이다. 광학 트래킹으로 카메라 총 3대로 투구를 추적한다”며 “카메라를 통해 위치값을 측정하고, 이 위치값을 통해 우리가 입력한 기준점에 따라 볼 판정을 ‘삐’ 소리로 전달한다”고 밝혔다. 
이 시스템은 지난 2020년 8월부터 KBO 퓨처스리그에 도입돼 2년 반 동안 일부 경기에만 시험 운영되고 있다. 초기에는 통신상 문제로 판정까지 걸리는 시간이 2~3초 딜레이돼 원활한 경기 진행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제는 기계 판독 후 심판에게 실시간으로 전달된다. 이날 시연회에서도 시간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다. 홈플레이트를 지난 직후 ‘삐’ 소리가 울렸다. 시연회에서 타석에 들어서 로봇 심판 판정을 대전고 투수 라현웅은 “처음에는 조금 느리게 느껴졌는데 경기에 지장이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다만 프로보다 넓은 아마추어에 맞는 존 설정이 과제로 떠올랐다. 최초로 설정한 존에선 심판이 스트라이크라고 생각한 공이 볼로 여러 개 판정됐고, 감독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김원재 KBSA 심판위원은 “프로 기준으로 하다 보니 아마추어보다 존이 상하좌우로 전부 다 좁다”고 했다. 프로와 달리 성장기인 아마추어 타자들의 체형 변화에 맞는 존 설정도 현장 지도자들의 요구 사항 중 하나였다. 
28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 로봇 심판 시연회가 열렸다. /waw@osen.co.kr
기술적으로 전부 해결이 가능한 문제들이다. 박유나 팀장은 “선수들의 신체 조건을 수치화하면 존을 바로 설정할 수 있다. 협회에서 존을 정해주면 우리는 그에 맞춰 로직만 수정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시연회 도중 공을 1~2개 넓힌 존으로 설정한 뒤 스트라이크 판정이 늘었고, 타자들의 키에 따라 설정한 값에 맞춰 볼 판정도 이뤄졌다. 
이날 시연회에서 투수로도 나선 박재현 제주고 감독은 “50개 정도 공을 던졌는데 내가 느끼기에 애매한 판정은 3~4개 정도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기계가 워낙 정확하니 신뢰를 해야 하고, 기준이 잡히면 그에 맞춰나가야 한다”며 “전국 고교 야구선수들의 평균 신장이 있을 것이다. 그 신장에 맞춰 존을 설정하면 선수들의 적응에 도움이 될 것이다”는 의견을 냈다. 존 설정은 현장 지도자들과 심판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결정하는데 아마추어에 맞게 좌우 존을 공 1개씩 넓히고, 세로 직사각형 끝에 걸치는 변화구도 잡아주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이날 시연회를 찾은 양해영 KBSA 부회장은 “볼 판정에 대한 불신을 없애기 위해선 기계 도움을 받는 게 가장 빠르다고 생각했다.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말은 옛말이다. 지금은 그런 것이 통하지 않는 시대”라며 “큰 오류가 없다면 로봇 심판을 빨리 도입해야 한다고 봤다. 학생 선수들의 입시, 프로 진출에 있어 볼 판정 하나가 중요하다. 요즘 시대의 화두가 공정인 만큼 모든 선수들에게 일률적으로 적용하고, 공정성을 담보하는 시스템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대전고 투수 라현웅도 “아쉬운 볼 판정이 있으면 선수들이 속상해했다. (로봇 심판이 도입되면) 오심 때문에 경기가 흐트러지거나 서로 감정 상하는 일이 없을 것 같아 좋다”고 반겼다. 
협회는 빠르면 내달 3일 목동야구장에서 열리는 2023 신세계 이마트배 전국고교야구대회 16강전부터 로봇 심판을 공식 도입할 예정이다. 현재는 목동구장에서만 로봇 심판 시스템 환경이 갖춰져 있다. 양해영 부회장은 “전국대회가 열리는 목동구장에서 로봇 심판을 우선적으로 도입하지만, 앞으로 각 지자체들와 협력해 가능하면 조금 더 확대해볼 생각이다”고 밝혔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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