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아르헨, 월드컵 챔프들을 괴롭히던 ‘숙취 증후군’에 조종[최규섭의 청축탁축(清蹴濁蹴)]
OSEN 조남제 기자
발행 2023.03.26 11: 05

마침내 ‘숙취 증후군(The Hangover Syndrome)’은 종말을 고했다. FIFA(국제축구연맹) 월드컵 우승국들을 괴롭히던 숙성(宿醒)은 비로소 가셨다.
참으로 오랜 세월 기승을 부리던 숙취였다. 물경 사반세기가 흘러서야, 취기에서 깨어났다. 달콤했던 우승의 맛에 너무 취했던 탓이었을까? 숙취(熟醉)가 부른 숙취(宿醉)의 후유증은 세계 축구계에 ‘이상한 현상’을 초래했다.
FIFA 월드컵 정상에서 포효한 나라는 그 다음 첫 경기에서 곤욕을 치렀다. 잘해야 무승부였다. 승리의 개가를 부르는 대신 패배의 조가(弔歌)를 들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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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개선가를 높이 불렀다. 주인공은 ‘라 알비셀레스테(La Albiceleste: 하양-하늘)’ 아르헨티나였다. 리오넬 메시(36)를 선봉장으로 내세워 승리를 구가했다. 너무나도 시달렸던 숙취 증후군에서 벗어남을 소리 높여 알렸다. 서곡이 울려 퍼지는 데 24년 7개월이 걸렸다.
25년간 세계 축구계 지배하던 숙취 증후군, 메시가 버틴 아르헨티나에 무릎 꿇어
숙취 증후군은 1998년 홈에서 월드컵 첫 우승의 영광과 감격을 누린 프랑스에 슬며시 찾아왔다. 환호성의 여운이 채 사라지기도 전인 40일 만에 맞이한 오스트리아전에서, 프랑스도 깨닫지 못하는 새 ‘챔피언 징크스’의 서막이 올라갔다. 2-2, 비록 패배하지는 않았을지라도 챔프에 걸맞지 않은 결말이었다(표 참조).
바로 전 무대였던 1994 미국 월드컵에서 사상 첫 4패(覇)의 금자탑을 쌓았던 브라질은 최강의 위엄을 뽐낸 바 있었다. 정상에 오른 뒤 첫판이었던 유고슬라비아(당시)전에서 2-0 완승을 거두고 승자의 미소를 지었다.
프랑스를 첫 희생양으로 삼은 숙취 증후군은 이후 다섯 번씩이나 짓궂은 희롱으로 챔프를 곤혹스럽게 했다. 월드컵 우승 역사를 가장 화려하게 수놓은 브라질조차도 그 손길을 뿌리치지 못했다. 2002 한·일 월드컵에서 다섯 번째 승전가를 소리 높여 불렀건만, 환성이 비가로 바뀌는 데엔 3개월도 필요로 하지 않았다. 그해 8월 21일 파라과이에 0-1로 쓴맛을 봤다.
시작과 끝 동안에, 챔프들이 우승 후 첫 경기에서 받아든 성적표는 아주 초라하다. 6전 3무 3패다. 프랑스(2무), 스페인은 그나마 나았다. 패배의 늪으로까지는 내몰리지 않고 빅수를 냈다. 반면 브라질, 이탈리아, 독일은 축배 대신 고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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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가 숙취 증후군의 무릎을 꿇렸다. 등정한 뒤 3개월 5일 만에 맞이한 파나마전이 그 무대였다. 2-0으로 완승했다.
물론, 그 주인공은 메시였다. 후반 44분 프리킥 쐐기골로 2-0 완승과 함께 이상한 현상의 마지막 한 점을 찍었다. 아울러 자신의 통산 800골 이정표를 세웠다. A매치 99골과 프로 마당 701골을 엮어서 연 지평이다.
역시 ‘축구의 신’ 메시다. 메시 앞에서, 더는 희롱을 일삼지 못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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