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리머니하다 시즌 끝났다…WBC 폐지론 고개, 베츠 반박 "기이한 사고일 뿐"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3.03.17 05: 00

푸에르토리코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8강 진출을 이끈 특급 마무리투수 에드윈 디아즈(29)가 세리머니를 하다 무릎을 다쳐 시즌 아웃됐다. 지난겨울 디아즈에게 메이저리그 역대 마무리투수 최고액 계약(5년 1억200만 달러)을 안겨준 뉴욕 메츠의 월드시리즈 우승 도전에도 먹구름이 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17일(이하 한국시간) 디아즈가 오른쪽 무릎 슬개골 힘줄이 파열되는 부상을 입어 이날 수술을 받는다고 전했다. 재활에 최소 8개월 걸리는 부상. 빌리 에플러 메츠 단장은 “일부 선수들이 이 수술을 받고 6개월 만에 돌아왔지만 예외적인 케이스”라며 사실상 디아즈의 시즌 아웃을 인정했다. 
디아즈는 전날(16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2023 WBC 1라운드 D조 도미니카공화국과의 지면 탈락인 ‘데스 매치’에 9회 구원등판, 3타자 연속 탈삼진으로 푸에르토리코의 5-2 승리를 지켰다. 8강 진출이 확정된 순간 푸에르토리코 선수들이 환호하면서 마운드로 향했고, 디아즈를 둘러싸며 축하 세리머니를 했다.

[사진] 푸에르토리코 투수 에드윈 디아즈가 세리머니를 하다 무릎 부상을 당한 뒤 코치와 트레이너에게 들린 채 그라운드를 나오고 있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진] 푸에르토리코 투수 에드윈 디아즈가 세리머니를 하다 무릎 부상을 당한 뒤 휠체어를 타고 경기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 데 모여 껑충껑충 뛰던 중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했다. 디아즈가 갑자기 쓰러지면서 축제 분위기가 일순간에 싸늘하게 식었다. 오른쪽 무릎을 만지며 통증을 호소한 디아즈는 스스로 걷지 못했다. 부축을 받아 그라운드를 빠져나간 뒤 휠체어에 실려 경기장을 떠났다. 걱정하는 관중들을 향해 오른팔을 들어보였지만 어두운 표정은 감출 수 없었다. 푸에르토리코 대표팀에서 함께 뛰고 있는 2살 친동생 투수 알렉시스 디아즈는 계속 눈물을 흘렸다. 
푸에르토리코는 경기를 이기고도 초상집이 됐다. 중견수 키케 에르난데스는 “클럽하우스 분위기가 조용하다. 매우 불행한 일이 일어났고, 경기를 이긴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반대편 덕아웃에서 상황을 본 도미니카공화국 외야수 후안 소토도 “정말 보기 힘들었다. 이런 상황은 정말 불편하고, 무력감을 느끼게 한다”며 안타까워했다. 야디어 몰리나 푸에르토리코 감독은 “모든 것은 신의 손에 달렸다. 디아즈가 무사하길 바라며 그를 위해 기도한다”고 말했지만 신은 디아즈를 외면했다. 
디아즈의 부상으로 WBC에 대한 회의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3월에 열리는 대회이다 보니 큰 부상을 당하면 선수 개인부터 구단의 한 해 농사까지 망칠 수 있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올해 월드시리즈 우승 도전에 올인했으나 하루아침에 마무리투수를 잃은 메츠로선 그야말로 날벼락이다. 
[사진] WBC 미국 대표팀 무키 베츠, 피트 알론소.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사고일 뿐, WBC 탓으로 몰아가선 안 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미국 대표팀 외야수 무키 베츠는 “누구에게나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WBC 탓으로 돌릴 수 있지만 기이한 사고일 뿐이다”고 반박했다. 같은 메츠 소속인 미국 대표팀 1루수 피트 알론소 역시 “디아즈 소식을 듣고 정말 마음이 아프다”며 “매일 구장에 나가면 다칠 가능성이 있다. 늘 위험이 따르고, 누구나 다칠 수 있다. 우리는 운동 선수이고, 안타깝지만 부상은 경기의 일부”라고 말했다. 
야구에서 ‘세리머니 부상’이 처음 있는 일도 아니다. 지난 2010년 LA 에인절스 강타자 켄드리스 모랄레스가 끝내기 만루 홈런을 치고 홈에 들어오며 점프 세리머니를 하다 발목이 부러졌고, 그 여파로 2011년 시즌까지 통째로 날렸다. 2009년 시카고 컵스 투수 라이언 뎀스터는 팀 승리에 기뻐하다 덕아웃 난간에 발이 끼여 골절상을 입었고, 2001년 미네소타 트윈스 유틸리티 데니 호킹은 첫 끝내기 홈런을 치고 동료들과 기뻐하다 코뼈가 부러졌다. 
[사진] 에드윈 디아즈가 세리머니를 하다 쓰러지자 푸에르토리코 선수들이 당황하며 덕아웃에 손짓을 하고 있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황당하면서도 안타까운 부상은 WBC가 아니라도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다만 메츠로선 ‘디아즈가 WBC에 나가지 않았더라면…’ 하는 가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일은 앞으로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주축 선수들의 WBC 참가를 반대하는 근거로 두고두고 활용될 수 있다. /waw@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