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세상人] 학원스포츠 불모지 e스포츠, 교육 개척자로 나선 권재환 전 MVP 감독
OSEN 고용준 기자
발행 2023.03.16 17: 24

그의 e스포츠 여정을 곁에서 지켜본지 어느덧 10년이 훌쩍 지났다. 지도자로 나선 기간만 따져도 10년이 넘었다. 어두운 밤하늘의 헤치게 하는 반딧불이 같은 존재였다. 오즈 게이밍 해체 이후 해외 리그 러브콜을 마다 하고 학원스포츠가 전무 하다 할 수 있는 불모지 e스포츠에서 새로운 사명감을 가진 교육 개척자가 됐다.
지난 2021년 2월 e스포츠 유소년 지도자로 변신했던 권재환 MVP 전 감독의 이야기다. 2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그의 성과는 놀라울 정도다. 프로 선수 양성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분야와 e스포츠 분야 취업반까지 정착시키면서 인재가 귀한 e스포츠 업계에 문화를 선도하는데 톡톡히 일조했다. 기반을 잡았지만, 그의 열정은 예전과 변함이 없었다. 그는 또 다른 도전장을 내밀었다. 소수에 불과하지만 그나마도 수도권에 집중된 e스포츠 교육기관의 인프라를 개선하고자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부산점 개원을 위해 지난 1월 부산 서면으로 내려간 권재환 원장은 MVP 시절 제자였던 ‘엣지’ 이호성과 함께 지난 한 달간 동분서주하며 정신없이 보냈다. “하루가 정말 너무 짧다”며 특유의 호방한 웃음이 매력적인 권재환 MVP 전 감독을 지난 6일 부산 서면에 위치한 ‘젠지 글로벌 아카데미(이하 GGA)’ 부산점에서 만났다. 권재환 원장은 바쁜 와중에도 오랜만에 e스포츠 팬들에게 인사할 기회라고 기뻐하면서 OSEN의 인터뷰 요청을 흔쾌히 응했다.

— 오랜만에 인사드린다. 어떻게 지내고 계셨는지 궁금하다. 알고 있기로는 2020시즌이 끝나고 해외 리그의 몇몇 팀들에서 감독 제안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었다. 감독이라는 지도자 자리를 내려놓고, 교육자가 된 사실이 놀랍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은데 어떤 계기가 있었는지 들려달라.
▲ 원래는 정말 해외 리그로 진출할 계획이었다. 실제로 다양한 리그의 팀들과 계약 조건을 조율하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이지훈 젠지 단장이 GGA로의 합류를 제안했다.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니 GGA의 비전과 교육에 대한 철학이 내 생각과도 일치했고, 이지훈 단장 역시 내가 평소에 믿고 따르던 형이었기 때문에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젠지 합류 후에는 서울에서 젠지글로벌아카데미(이하 GGA)의 코치들을 관리하다가, 이번에 GGA 부산점을 개원하면서 원장으로 부임하게 됐다.
— 부산행도 놀랍다. 수도권이라고 말하기도 힘들 정도로 e스포츠 학원인프라는 서울에 대부분의 인프라가 집중됐다. 그만큼 성공적인 정착도 어렵다는 이야기도 되는데, 부산 분원을 직접 맡게 된 이유가 있는지.
▲ 질문 주신 것처럼 서울의 e스포츠 인프라와 지방 e스포츠 인프라의 격차가 너무 크다고 생각했다. e스포츠 학원이라는 것은 실력을 키워주는 요람이자 팀과 학생을 이어줘 선수로 발돋움시키는 가교이기도 한데, 지방에 사는 학생들이 지방에는 괜찮은 학원이 없어 수업일마다 KTX를 타고 왕복하는 것을 보며 늘 마음이 편치 못했다. 때문에 열심히 노력해서 선수가 되고 싶지만 거리적 불편함 때문에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지방에 분원을 차릴 계획을 짰고, 이미 서울 GGA에서 2년을 근무하며 훌륭한 코치진을 다 꾸려놨으니, 부산에는 내가 직접 와야 학생들에게 가장 좋은 결과를 만들어줄 수 있을 것 같아 직접 내려오게 됐다.
— 지난 10년간 e스포츠 시장을 주도한 종목은 단연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였다. 최근 흐름은 어떠한지 궁금하다. 10대 학생들이 모이는 수강 과목을 알려주신다면.
▲ 부산점에서는 롤과 발로란트 수업을 운영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발로란트가 강세다. 지난번에 놀랐던 것은, 발로란트 국내 대회 결승전에 초청받아 갔는데, 관중들 대부분이 10대 남학생이었다. 이런 경우는 게임이 한창 성장중이라는 얘기다. 프로게이머의 꿈을 가진 친구들이 열정적으로 리그를 보러 올 때가, 곧 엄청나질 리그의 태동을 상징하는 것이다.
— e스포츠 교육사업에 비전이 있다고 보시는지. 권재환 원장은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는지.
▲ e스포츠 교육은 단순히 게임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e스포츠 업계와 학생을 연결하는 과정이다. 프로게이머가 된 선수도, 해외에 나가있는 코치도, 구단에서 또는 방송사나 협회에서 일하는 직원도, 미국 대학 게임 리그 장학생 신분으로 유학을 간 학생까지 GGA에서 다 나왔다. 시작은 막연히 프로게이머가 목표일지라도, 그 과정에서 자신의 e스포츠인으로서의 미래  역시 함께 설계해 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아카데미 사업은 매력이 있다. 단순한 정보 소매상으로서 끝날 일이었다면 애초에 시작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린 학생들이 우리를 통해 자신의 꿈을 찾고 펼치게 만드는 것이 목표다. 물론 당장의 목표는, 부산 경남권 학생들이 서울에 뒤지지 않는 서비스를 많이 누리게 하고 싶다.
— 오랜만에 권재환 감독을 기억하고 있는 팬 분들에게 인사 부탁드린다.
▲ MVP때 팬 분들 중 몇 분은 아직도 MVP 마이너 갤러리에서 활동하고 있다. 나 역시 가끔 들러 옛 생각을 하곤 하는데, 아직도 함께 했던 선수들을 응원해주시는 것을 너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팬들 덕분에 우리가 먹고 산다. 그리고 가끔 개인방송을 해볼까 하는 생각도 가끔 한다. 옛날 팬 분들 모여서 그 당시에 못했던 얘기하고 놀면 재밌을 것 같다. 원하시는 분들은 연락을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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