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 맞았다"…'웅남이' 박성광, 선입견 넘고 40억 첫 상업작 완성(종합)[인터뷰]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23.03.16 20: 08

 “제가 멘털이 센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매일이 긴장의 연속이다. 어제는 잠도 제대로 못 잤다.”
박성광 감독은 16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개봉을 앞둔 심경을 묻자, “좋은 분들을 만나서 작년에 촬영을 마쳤고 긴 기다림 없이 딱 적당한 시기에 극장 개봉을 하게 됐다. 잘됐으면 좋겠다”라며 첫 번째 장편 상업작을 연출한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박성광의 첫 장편영화 ‘웅남이’(배급 CJ CGV, 제작 영화사 김치·스튜디오 타겟)는 인간을 초월하는 짐승 같은 능력으로 국제 범죄 조직에 맞서는 웅남(박성웅 분)의 좌충우돌 코미디 액션영화. 김황도 작가가 쓴 원안을 2021년에 받았고, 그해 봄부터 각색에 들어갔다. 박성웅, 이이경, 최민수, 염혜란, 오달수, 윤제문, 백지혜, 서동원, 한다솔, 그리고 정우성 등 인기 배우들의 캐스팅을 마친 그는 지난해 전체 촬영을 마쳤고 드디어 이달 22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박성광 감독은 ‘웅남이’의 각색 과정에 대해 “지난 2021년 늦봄에 작가님으로부터 원안을 받아서 시나리오 쓰기를 시작했다”며 “사실 저는 조금 더 여유를 갖고 완성하려고 했는데 막판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박성웅 선배가 스케줄이 비었을 때 시나리오를 빨리 드려야했기 때문에.(웃음)”라고 전했다.
박 감독은 그간 ‘욕’(2011), ‘슬프지 않아서 슬픈’(2017) 등의 단편영화를 연출했고 ‘구스 베이비’(2019), ‘빌리와 용감한 녀석들2’(2013), ‘빌리와 용감한 녀석들 3D’(2012) 등의 애니메이션에서 목소리 연기를 펼쳤다. 개그 프로그램과 스탠딩 무대에서 웃음을 기반한 코믹연기를 선보여왔기에 멀티 엔터테이너로 불러도 마땅하다.
그러나 그는 장편 상업작을 연출하려는 과정에서 개그맨이라는 이유로 선입견에 시달렸다고 털어놨다.
“제가 단편 두 작품을 찍고 나서 상업영화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여러 군데 제작사를 돌아다니면서 시나리오 수정을 거의 30번 정도 했다. 드디어 제작사 측에서 ‘마음에 든다’고 하셔서 투자자까지 찾아갔다. 근데 투자사 측에서 제 이름을 듣고 ‘이분이 개그맨 박성광이냐. 그러면 안 되겠다’고 하셨다더라. 그리고 제가 쓴 초기 시나리오에는 코믹보다 누아르가 많았다. 이에 대해 투자사 측에서 ‘지루하다. 누아르를 더 뺐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투자를 받기까지 쉽지 않았다는 박성광은 “제가 초기에 완성했던 시나리오엔 웅남이보다 웅북이의 분량이 많았다. 나복천(오달수 분)과 이정식(최민수 분)이 만나는 서사도 있었는데 ‘지루하다’고 하셔서 다 뺐다. 제거하다 보니까 스토리가 앞뒤가 안 맞게 되어서 코미디를 더 넣는 방향으로 수정했다. 그렇게 완성한 게 지금의 버전이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나의 처음 생각이 맞았다. 조금 더 우겨볼 걸 그랬다. 물론 제가 주장한 부분도 있었지만 (상업작은 처음이라) ‘혹시 내 말이 틀리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있었다”고 관계자들의 의견을 좀 더 반영했다고 밝혔다.
박성광은 이어 “투자하실 분들이 ‘박성광 감독’이라는 말만 듣고 ‘처음엔 개그맨 감독이어서 부정적으로 생각했다’고 하시더라. 근데 제가 그들에게 ‘재미있게 만들 자신이 있다’고 확신을 드리니까 나중에 걱정 없이 결정을 하셨다”며 “물론 투자자분들이 지금도 노심초사 걱정이 많으실 거다. 이 영화가 관객들의 사랑을 받아서 제가 그분들의 도움에 보답하고 싶다”고 했다. "이 영화의 제작비로는 40억 원 가량"이 들어갔다.
‘웅남이’는 웅남이와 웅북이 역을 동시에 맡은 박성웅, 조직의 보스 이정식 역의 최민수, 그리고 웅남의 절친이자 유튜버 말봉을 연기한 이이경의 조합이 이색적이다. 주변에서는 이 배우들을 어떻게 캐스팅한 것인지 감독의 인맥이 대단하다고 말한다.
박성광은 배우 라인업에 만족감을 드러내며 “제가 배우 복이 많다. 평소 저의 장점은 인복인데 이번 영화를 통해 이렇게 좋은 배우들과 좋은 제작사를 만났다. 제가 앞으로 더 착하게 살아야 할 거 같다”고 밝혔다.
‘웅남이’는 코미디와 정극, TV와 영화의 차이를 고민하며 치열하게 표현방법을 고민한 박성광으로 인해 성립된다.
이어 박 감독은 “제가 개그맨이라는 점이 상업영화를 연출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도 있지만, 어떻게 보면 디딤돌이 되기도 하는 거 같다. 다른 감독님들은 첫 장편영화를 내놓기까지 저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렸을 수도 있는 거 아닌가. 그래서 제 이름 앞에 ‘개그맨’이라는 수식어가 붙어서 오히려 감사한 마음도 든다. 이제는 그걸 즐기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영화 연출에 관심이 있는 후배 개그맨들이 나아갈 길을 다져주고 싶다는 박성광은 “물론 제가 개그맨으로서 영화 연출의 시초는 아니다. 하지만 후배들이 원한다면 갈 수 있도록 제가 길을 닦아놓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그렇다고 해서 앞으로 제가 개그맨을 안 하겠다는 말은 아니다. 저는 개그맨 출신 감독이 아니라, 개그맨 겸 감독이다.(웃음)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드리고 싶다. 평생 개그맨으로 살고 싶다.”
‘웅남이’는 오는 22일 극장 개봉한다.
/purplish@osen.co.kr
[사진] 웅남이문화산업전문회사, CJ CG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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