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들에게 물려주겠다" 태극마크 반납, 베이징金 주역들이 하나둘 떠난다
OSEN 홍지수 기자
발행 2023.03.15 08: 00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좌완 중 한 명인 김광현(35·SSG 랜더스)가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주역들이 그렇게 떠나고 있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 선수단이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회 일정을 마무리하고 1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지난 2013년, 2017년에 이어 대회 3연속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아쉬운 성적을 갖고 돌아왔다. 이강철 감독이 선수단 대표로 취재진을 만나 열심히 노력한 선수들을 감싸며 “내가 잘못했다. 내가 모든 비난을 받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김광현이 입국장을 나서고 있다. 2023.03.14 / soul1014@osen.co.kr

선수들은 무거운 표정으로 공항을 빠져나갔다. 김광현도 조용히 떠났다. 야구 팬들에게 실망스러운 결과를 보여줬기 때문에 그 누구도 웃으면서 말을 건넬 분위기가 아니었다.
대신 김광현은 집에 가는 길에 SNS를 통해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그리고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이제 태극마트를 후배들에게 물려주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국가대표 김광현을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는 김광현은 “국가대표는 꿈이었고 자부심이었다. 2005년 청소년 국가대표부터 이번 2023 WBC까지 나라를 위해, 대한민국 야구를 위해 뛴 나에게 자부심을 느낀다”고 글을 올렸다.
김광현은 지난달 12일 소속팀 SSG 1차 스프링캠프가 차려진 미국 플로리다주 베로비치에서 취재진을 만났을 때도 “어렸을 때부터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것은 항상 자랑스러웠다. 정말 영광스러운 자리다”고 소회를 털어놓았다.
‘아직도 김광현이고 양현종인가’라는 시선에 김광현은 “대표팀에 나간다는 것 자체가 큰 경험이다.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다. 어떻게 연습하는지, 어떻게 플레이하는지 보고 배우는 게 있다. 나도 대표팀 경험이 많지만 배울점은 계속 있다”면서 “자부심을 많이 느낀다. ‘아직도 김광현인가’라는 말은 나름대로 자부심을 느끼게 한다. 내가 어린 후배들과 있어도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그런 그가 이번 대회를 끝으로 대표팀 은퇴를 결정했다. 물론 어느정도 예상된 일이기는 하다. 김광현이 나갈 만한 대회는 앞으로 3년 뒤 2026 WBC 대회 또는 2028년 미국 LA에서 열릴 예정인 올림픽 정도다. 앞서 2024년 7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릴 예정인 올림픽에서는 야구 종목이 빠졌다.
2026년이면 자기관리를 잘 하는 김광현이 소속팀에서는 뛸 수 있겠지만 그 때야말로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줄 때다. 3년 뒤면 김광현 나이는 38세가 된다. 김광현이 잘 해서 태극마크를 달게 된다면, 후계자가 없다는 뜻이다. 한국 야구를 걱정해야 할 일이다.
결정은 내려졌다. 이제 현역으로 태극마크를 단 김광현은 볼 수 없다. 김광현은 “대표팀을 하면서 많이 성장했고, 많이 배웠다. 가슴에 태극기를 달고 경기에 임했을 때의 심정, 금메달을 목에 걸고 애국가를 제창하던 그 때는 평생 자랑거리이자 자부심이다”고 되돌아봤다.
2017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이승엽(두산 베어스 감독), 2020시즌 종료 후 은퇴한 정근우, 지난해가 마지막 시즌이 된 이대호 등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주역들이 하나 둘 현역에서 은퇴했다.
1982년생 오승환(삼성 라이온즈)이 남았고, 베이징 올림픽 당시 젊은피였던 김현수(LG 트윈스),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 강민호(삼성) 등 아직 다수가 현역이지만 30대 후반, 40대가 됐다.
베이징 올림픽 이후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로 승승장구를 이어가던 선수들은 하나 둘 떠났다. 이번 WBC 대회 주장을 맡은 김현수도 35세다. 적지 않은 나이다.
직접 대표팀 은퇴를 선언하지 않은 선수들도 있지만 다음 국제대회 시기를 고려하면 앞으로 베이징 올림픽 주역들이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것은 흔적으로만 간직해야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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