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대 헌신한 ‘안경 에이스’와 ‘장발 클로저’…자칫 롯데 260억 플랜 어그러진다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3.03.15 08: 30

올 겨울 가장 많은 투자를 했고 투자에 비례해서 관심을 받았던 롯데 자이언츠다.
지난해 10월 말, 안경 에이스’ 박세웅과 5년 90억 원의 비FA 다년계약을 체결했다. 군 입대를 앞두고 있지만 FA도 앞두고 있던 20대의 젊은 선발 투수를 가치가 껑충 뛰기 전에 입도선매로 붙잡았다. 이는 투자의 신호탄이었다.
곧이어 개장된 FA 시장에서도 일찌감치, 활발하게, 그리고 치밀하게 움직이면서 포수, 유격수 등 취약 포지션을 보강했다. 프레이밍이 좋은 포수 유강남을 4년 80억 원에 데려왔다. 20홈런을 칠 수 있는 장타력에 견실한 수비력을 갖춘 노진혁은 4년 50억 원에 영입했다. 또한 FA 시장에서 애매한 위치였고 평가가 떨어져 있던 잠수함 한현희와도 3+1년 최대 40억 원의 계약을 맺었다. 롯데가 한현희가 최고의 능력을 발휘하며 인센티브와 옵션을 모두 채울 것으로 계산할 경우, 롯데는 지난 겨울에만 총 260억 원이라는 엄청난 투자를 했다.

WBC 대표팀 소속으로 헌신한 박세웅과 김원중 /OSEN DB

사실 롯데가 그동안 투자를 안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만큼은 목적성과 방향성을 갖고 투자를 했다. 이전 3시즌 가량 움츠렸고 때를 기다린 돈보따리를 풀었다. 올 시즌 롯데를 바라보는 시선이 사뭇 다르다. 
그러나 이 260억의 투자 효과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온전한 전력이 갖춘 채 시즌 중 찾아올 수 있는 고비와 변수도 무사히 넘겨야 한다. 스프링캠프에서는 “강별철 감독님 이후 최고인 것 같다”라고 말하면서 역대급 훈련량을 소화하며 시즌을 준비했고 실전 연습경기도 무사히 치르면서 감각을 끌어올렸다. 모든 것이 순조롭다.
하지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국가대표팀에 선발된 선발 박세웅과 마무리 김원중의 컨디션 변수는 계산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 변수는 자칫 롯데의 계산을 어긋나게 하고 플랜을 꼬이게 할 수 있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은 WBC 1라운드에서 탈락하면서 3개 대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이라는 수모를 맛봤다. 지난 14일 귀국했다. 박세웅과 김원중은 이번 대표팀에서 가장 컨디션이 좋았고 또 헌신했던 투수들이었다. 
박세웅은 10일 한일전 4-13의 콜드게임 대패 위기에서 등판해 1⅓이닝 무실점 11구로 경기를 마무리 지은 뒤 하루 휴식 후 12일 체코전 선발 등판해 4⅔이닝 59구 1피안타 8탈삼진 무실점 혼신투를 펼쳤다.
김원중은 등판 빈도가 잦았다. 지난 6~7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WBC 공식 평가전 2경기, 9일 호주전 10일 일본전, 12일 체코전까지 모두 등판했다. 7일 동안 5경기 등판했다. 다른 투수들의 컨디션이 온전치 않았기에 피치 못하게 등판했지만 그만큼 벤치에서 신뢰했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분명 단기간에 많은 경기에 등판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컨디션을 빠르게 끌어올렸고 국제대회 단기전이라는 긴장감과 부담감을 짊어진 상황 속에서 피로도를 잊은 채 던졌다. 후유증 우려는 없지 않다. 물론 선수들은 괜찮다고 한다.
김원중은 “감독님께서 믿어주셨기 때문에 그 자리에 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그 자리에 나갈 수 있는 투수들은 많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경기를 준비했다”라면서 “시즌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기 때문에 잘 준비해서 경기에 나가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라며 혹사 우려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팬들을 안심시켰다.
박세웅은 한일전 불펜 피칭 이후 체코전 선발 등판에 대해서 “한일전 등판을 불펜 피칭했다고 생각했다. 무리 있거나 지장 있진 않았다"라면서 별 다른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롯데 래리 서튼 감독은 일단 두 선수가 복귀한 뒤 상태를 면밀히 체크해야 한다. 그는 “내가 현장에 있지 않아서 대표팀 상황을 정확히 모른다. 배영수 코치가 현장에 있다. 충분히 잘 케어할 것이라고 믿는다”라면서 “두 선수 모두 높은 수준의 국제무대에서 신체적, 정신적으로 준비를 잘했다. 아직 시즌이 시작되지 않았음에도 열심히 준비해서 좋은 활약을 펼쳤다. 자랑스럽다. 국가대표라는 자긍심도 생겼을 텐데 이번 대회 활약은 2023시즌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설명하면서 18일 LG전에 선수단에 합류할 것이라고 밝혔다.
만약 토종 에이스와 주전 마무리 투수가 시즌 초반, WBC의 후유증을 겪는다면 롯데의 시즌 초반도 구상대로 흘러가지 않을 수 있다. 박세웅을 대신해서 서준원, 한현희, 나균안, 이민석 등의 토종 선발들이 있고 마무리 김원중이 흔들리더라도 지난해 임시 마무리를 맡았던 최준용, 20홀드 셋업맨 구승민 등 대안들도 있다.
그러나 기존 전력들을 다시 세팅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은 분명 팀 전체적으로도 좋지 않은 징조다. 롯데는 향후 박세웅과 김원중의 상태를 예의주시 할 필요가 있다. 롯데의 구상을 현실로 이끌 핵심들이기에 두 선수가 후유증 없이 건강하기를 바라야 한다.
롯데 박세웅과 김원중 /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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