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 앞에서 폭풍 오열.. 황봉주, "3세트전부터 눈물이"[인터불고 WGP]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21.07.18 17: 33

'실핀'을 꼽고 등장, 세계 무대 결승전까지 진출하며 돌풍을 이어가던 황봉주(38, 경남)가 세계 1위 딕 야스퍼스(네덜란드)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 
황봉주는 18일 오후 강원도 원주에서 열린 '호텔 인터불고 원주 월드 3쿠션 그랑프리 2021(인터불고 WGP)' 개인전 결승서 세계 랭킹 1위 야스퍼스에 0-3(3-18, 11-17, 4-23)으로 완패했다. 
이로써 전국 무대 8강이 최고 성적이었던 황봉주는 처음 출전한 국제 무대에서 결승 무대까지 진출해 돌풍을 일으켰다. 최고의 이변이자 기대를 모은 채 결승전에 오른 황봉주지만 정작 마지막에는 기량을 제대로 선보이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사진]파이브앤식스 제공

특히 자신의 우상이자 롤 모델이던 야스퍼스와 당당히 맞선 황봉주지만 스스로도 만족할 만한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눈물이 폭발했다. 황봉주는 야스퍼스의 우승을 축하해주는 것도 잊은 채 그 자리에 앉아 연신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황봉주는 경기 직후 "그냥 울다가 끝났다"면서 "왜 그런지 모르겠다. 3세트 들어가기부터 눈물이 계속 흘렀다. 제대로 치지도 못하고 끝나고 축하도 못해줬다"고 아쉬워했다. 다음은 황봉주와 일문일답이다. 
-대회 소감은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기본적으로 운이 많이 따랐다. 잘 치는 선수들과 경기를 많이 해서 개인적으로 도움이 많이 됐다.
-왜 울었나
▲그냥 눈물이 났다. 잘 모르겠다. 처음 느낀 감정에서 나온 눈물이라 설명을 못하겠다. 
-긴장했기 때문인가. 아니면 우상 야스퍼스와 맞대결에서 제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인가
▲처음엔 별 느낌이 없었다. 그런데 결승전이 시작되고 나니까 긴장이 됐다. 상대 때문인지, 결승 때문인지. 1세트 시작부터 긴장됐다. 야스퍼스가 8강에서 내게 졌다. 그래서인지 처음보다 상당히 신경쓰면서 치는 것 같았다. 좋은 배치도 업었고 긴장 상태에서 팔이 굳어 버렸다. 1,2세트가 지나간 후에는 질질 짜면서 경기를 했다. 3세트 시작 전부터 감정이 올라와서 울었다. 무슨 감정인지 모르겠다.
-앞으로 일정은. 준우승 상금(5000만 원)은 어떻게 쓰나
▲집(김해) 가서 한잔만 먹고 바로 연습할 것이다. 상금은 대출금 갚을 생각이다. 
-결승 앞두고 어떤 전략이었나.
▲전략을 세우진 않았다. 기본적으로 나보다 실력이 좋은 상대였기 때문이다. 괜히 뭔가 해볼려고 하다가 안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냥 씩씩하게 쳐야 한다는 생각만 했는데 그게 안됐다. 준비도 따로 하진 않았다. 연습 루틴을 지켰다.
-야스퍼스가 뭐라고 했나
▲제대로 우승을 축하하지도 못해 미안하다. 막판에 감정이 올라와 버렸다. 먼저 다가와 '좋은 게임이었고, 좋은선수였다. 결승전은 나도 힘들다. 나도 최선을 다했다'고 말해주더라.
-시상식 때 세미 사이그너가 1등 시상대에 올라서라고 말하더라
▲잠깐 좋았다. 
-머리 스타일이 화제였다
▲노리고 한 건 아니다. 머리를 기르다 보니 앞머리 가려서 뭐 하나 꽂아야겠다 생각했다. 겉으로 표나지 않는거 꽂자는 생각이었다. 머리카락이 항상 짧았는데 이번에 길러 보고 싶었고 그냥 냅뒀다. 주변에서 자르라는 사람도 있고 실핀을 사주겠다고 계속 기르라는 사람도 있다.
-멘탈이 강한게 장점이었는데
▲사실 결승전에서도 평소대로 칠 줄 알았다. 이기고 지고를 떠나 김준태와 칠 때(3위 결정전)도 원하는대로 쳤다. 그런데 그러지 못했다. 내가 경험이 부족했던 것 같다. 이번 대회를 경험 삼아 멘탈 보다 실력을 더 올릴 것이다. 기본 실력이 올라가면 멘탈은 자연스럽게 따로 온다고 믿는다.
-토브욘 블롬달(스웨덴)과 맞붙고 싶진 않았나
▲개인적으로 김준태 대신 블롬달을 원했다. 올라왔으면 했다. 당연히 준태가 올라 왔으면 했지만 이번 대회에서 3번 만나 이이겨보지 못해서 한 번은 이기고 싶었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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