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프트 깨는 번트안타→3볼에서 홈런포…‘4할 타자’는 클래스가 다르다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1.05.16 07: 02

‘4할타자’ 강백호(KT)에게 수비시프트는 큰 장애물이 되지 않았다. 두 차례의 절묘한 번트로 롯데가 꺼내든 회심의 우편향 시프트를 완전히 파괴시켰다.
지난 15일 사직 롯데전에서 5타수 3안타(1홈런) 2타점 맹타로 팀의 5-4 역전승을 이끈 강백호. 그런데 3안타 중 홈런을 뺀 나머지 2안타가 모두 번트로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다. 호쾌한 스윙을 앞세워 정면승부를 즐겨 하는 강백호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롯데 내야는 이날 좌타자 강백호 타석에서 우편향 수비시프트를 가동했다. 3루수 한동희가 유격수 자리로 이동했고, 1-2루 간을 유격수 이주찬과 2루수 안치홍이 지키는 극단적인 시프트가 펼쳐졌다. 당겨 치는 성향이 강한 좌타자 강백호를 범타로 잡겠다는 의지였다.

20일 오후 창원NC파크에서 '2021 신한은행 SOL KBO 리그' NC 다이노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진행됐다.5회초 1사 2루 KT 강백호가 1타점 적시타를 날리고 있다. /  soul1014@osen.co.kr

KBO리그 타자들은 풀스윙을 통한 강한 타구를 수비시프트 극복 방법으로 꼽는다. 겉으로 보기엔 수비수가 없는 쪽으로 타구를 보내면 될 것 같지만, 말처럼 쉽지가 않다. 빈 곳을 노릴 경우 본래의 타격 밸런스를 잃을 위험도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원래 자신이 치는 방향으로 타구를 보내되, 힘을 실어서 수비수를 뚫는 방법을 추천한다.
그러나 강백호는 이날 빈 곳을 노리는 방법을 택했다. 그것도 번트로 말이다. 첫 타석부터 재치가 넘쳤다. 1회 2사 주자 없는 가운데 1B-1S에서 롯데 선발 나균안의 3구에 3루 쪽 번트를 시도했고, 타구는 3루 라인 안쪽을 따라 굴러가다가 3루 베이스를 맞고 절묘한 내야안타가 됐다.
이후 선두로 나선 4회 두 번째 타석에서도 상대가 우편향 시프트를 가동하자 이번에는 2B-0S에서 다시 3루 쪽으로 번트안타를 날리며 번트로만 일찌감치 2안타를 완성했다. 뒤늦게 3루 쪽으로 이동해 타구를 잡은 3루수 한동희는 허탈한 미소를 지었다.
강백호의 활약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2-4로 뒤진 8회 무사 1루에서 롯데 필승조 김대우를 만나 3B-0S에서 번트가 아닌 호쾌한 스윙으로 우측 담장을 넘기는 동점 투런포를 때려냈다. 이후 박경수의 역전타까지 나온 KT는 결국 롯데에 5-4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강백호는 “감독님께서 3볼 상황에서도 자신 있게 스윙하라고 믿어주셔서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는 동점포 비결을 전했다.
강백호는 이날 활약 속 4할 타율(.401) 복귀와 함께 타율 1위, 안타 1위(55개), 타점 공동 1위(37개), 출루율 1위(.465) 등 각종 타격 지표 최상위권을 유지했다. 수비시프트를 무려 두 차례나 번트로 뚫어내며 홈런 포함 3안타 경기를 치른 결과였다. /backligh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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