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 뭉크 등 아픔을 명화로 승화시킨 화가들의 『치유미술관』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20.01.13 12: 02

[OSEN=홍윤표 선임기자] 지난해 연말 교보문고는 독자들의 눈에 들지 못한 좋은 책들을 손글씨 추천사를 붙여 다시 소개한 적이 있다. 이름하여 ‘통곡의 리스트’였다. 해마다 출판되는 신간 서적이 7만여 권에 이르다 보니 제대로 임자를 만나지 못하고 사장되는 책이 부지기수다. 그렇게나마 ‘양서’를 알리려는 노력은 마땅히 눈을 비비고 봐야 할 필요가 있다.
김소울이 지은 『치유미술관』 (일리 발행)도 바로 그런 책 중에 하나로 꼽을 수 있다. 2019년 10월에 출간된 이 책은 고흐와 뭉크, 칼로, 모네, 세잔, 고갱 등 세계적인 화가들이 한 인간으로서 감내해야 했던 아픔과 내면적 갈등, 또 마음의 병을 어떻게 명화로 승화시켰는지 보여준다. 그들이 고통을 이기고 명화를 그리는 과정을 다뤘다.
실제로 빈센트 반 고흐는 조현병, 알코올중독, 신경쇠약에 시달렸다. 에드바르트 뭉크는 공황장애, 우울증, 불면증, 신경쇠약에 고통스러워했다. 프리다 칼로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우울증에 맞서며 그림을 그렸다. 카미유 클로델은 조현병, 망상장애를 이기지 못하고 병사했다. 그 밖에도 숱한 예술가들이 마음의 병과 싸워야 했다. 그 고통의 결실이 ‘걸작’으로 탄생했다.

『치유미술관』 은 대가들의 삶과 그들이 남긴 명화를 다루고 있다. 미국 미술치료학 박사인 지은이 김소울은 자신을 대리하는 인물 ‘닥터 소울’을 내세워 그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이 책에 담았다. ‘닥터 소울’은 시공을 초월해 가상의 공간에서 그들을 만나 고통을 함께하고 아픔을 보듬어준다. 화가들의 간절함이 어떻게 명화로 이어졌는지를 추적했다.
이 책은 속도감 있는 일문일답, 대화체 형식으로 본문을 구성, 흡인력이 높다. “그림은 힘이 세다. 사람들을 감동에 몸을 떨게 할 수도 있고, 눈물을 흘리게 할 수도 있다. 또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고 아픔을 치유해주기도 한다. 그림을 바라보기만 해도 우리는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다”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치유미술관』 은 가상의 공간인 ‘소울마음연구소’의 내담자 일지를 묶은 것이다.
그 내담자는 한국인들이 사랑하는 유명화가들이다. 빈센트 반 고흐, 에두아르 마네, 클로드 모네…. 조금은 낯설 수 있는 베르트 모리조,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등 여류화가들도 있다. 모두 15명. 16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의 인물들이다. 그들 모두 마음의 고통을 받았던 공통점이 있다.
‘나름대로 문제’를 안고 있는 그들이 ‘소울마음연구소’를 찾아오기도 했고, 여건상 찾아올 수 없는 경우에는 연구소장 ‘닥터 소울’이 출장 상담가기도 했다. 내담자들은 상담하며 내면 깊숙이 묻어두었던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그 솔직한 속내를 듣고 그림을 바라보면 그들의 아픔을 절절히 느낄 수 있다.
가상이라고 해서 모든 내용이 허구인 것은 아니다. 필요한 상황만 설정했을 뿐 결정적 내용은 모두 사실이다. 답변 내용 중 상당 부분은 직접 그들이 한 이야기들이다. 기록으로 남아있는 그들의 말, 표현들을 가상 상황에서 풀어낸 것이다.
달리 말하면, 『치유미술관』 은 역사 속에 존재했던 화가들의 실제 이야기들, 즉 팩트(fact)와 ‘닥터 소울’을 만나는 픽션(fiction)이 합쳐진 팩션(faction) 형식으로 꾸며졌다. 독특한 미술사 판타지라고 생각해도 좋겠다.
김소울은 홍익대에서 미술을 공부하고 가천의과학대에서 미술치료학 석사, 미국 플로리다주립대학교(Florida State University)에서 미술치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국제임상미술치료학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한국열린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 특임교수이자 가천대 조소과 객원교수이다.
그는 10년 이상 미술치료 임상 경험을 쌓았다.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갈등을 겪고 있는 내담자들이 심리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김소울은 “실제로 제가 그들을 만나지 않았지만 역사속의 인물들 그리고 닥터 소울이라는 사실과 허구가 만나진 팩션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다. 즉 ‘미술사적 새로운 판타지’ 라는 장르라고 생각하셔도 무방하다”고 설명했다.
“어찌보면 막장의 스토리까지 갈 수 있는 여러 가지 사적인 화가들을 이야기, ‘예술가이기 때문에 이렇게 살았을까’라고 의구심이 들 정도로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많이 풀어냈다”는 『치유미술관』 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마음 아픈 사람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줄 수 있는 그런 책이다.
김채연 한국임상미술치료협회장은 “유명화가들은 왜 이렇게 마음이 아팠을까. 시공을 초월해 그들과 아픔을 나누게 해준 『치유미술관』 이 고맙다. 상담기 형식이어서 명화를 남긴 그들과 실제로 만나서 대화를 나누는 듯했다. 그림이 지닌 치유기능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찬사를 보냈다.
또 한정운 한국도자재단 큐레이터는 “그림을 몰라도 빠져들게 될 것이다. 명화 이야기를 이렇게 편하게 들려줄 수 있다는 게 놀랍다. 『치유미술관』 에 빨려 들어가 어느새 화가에게 질문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새로운 글쓰기 방식으로 명화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적극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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