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로이터 통신 한국인 사진기자 김경훈, "사진을 읽어 드립니다"
OSEN 김영민 기자
발행 2019.03.21 19: 20

 ‘미국을 흔든 한국인 사진 기자.’ 그의 이름 앞에는 이런 수식어가 붙어 있다.
작년 11월 멕시코의 국경 도시 티후아나. 미국 국경 수비대가 쏜 최루탄에 눈물 범벅이 되어 쫓기는 중남미 난민 모녀의 사투 장면이 카메라에 담긴다. 로이터통신 소속 한국인 사진기자 김경훈 씨가 포착한 이 한 장의 사진은 수많은 미국인들의 심금을 울렸다. 이 소식은 태평양 건너 국내에까지 알려지면서 사진 한 장의 위력을 실감케 했다. 
김 기자는 멕시코 국경에서 촬영한 ‘캐러밴 모녀’ 사진으로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2019년 ‘로이터 통신 올해의 사진’을 수상했고, POYi 국제보도사진전에서도 상을 받았다. 

한 장의 사진으로 멕시코 국경 중남미 난민들이 실상을 알린 김경훈 기자가 20여 년간 누빈 사진 취재 현장의 이야기를 엮어 책으로 펴냈다. 1974년 서울에서 태어난 저자는 중앙대학교 사진학과와 런던 커뮤니케이션 대학London College of Communication에서 보도 사진을 공부했다. 1999년 일간스포츠에서 사진 기자로 입문한 뒤 2002년부터 현재까지 로이터 통신에서 근무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 서울, 도쿄, 베이징 지국에서 근무했으며, 동남아 쓰나미 참사,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방사능 유출, 평양 아리랑 축전, 세월호 참사, 중남미 캐러밴 행렬 등을 취재 했다. 올림픽과 월드컵도 단골 메뉴였다. 
로이터 통신 사진 기자로 일하면서 세계 곳곳의 사건 사고 현장을 취재해 온 김 기자가 이 책에서는 '저자'로 변신한다. 사진 뿐만 아니라 사진에 얽힌 이야기들을 함께 풀어 놓기 때문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사진에 얽힌 가슴 시린 사연, 죽은 사람을 사진에서 만날 수 있다는 심령사진의 황당한 스토리, 사진의 발명을 둘러싼 배신의 드라마 등 사진 너머에 담겨 있는 이야기가 흥미롭게 소개 된다. 
우리에게 익숙한 사진들이지만 그 뒷면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이야기가 숨어 있다. 또 우리가 몰랐던 사진 속에도 신기하고 매혹적인 사연들이 숨어 있다. 통신사 사진 기자들이 겪는 사건들은 흥미진진하지만 때로는 안타까움으로 몸서리쳐지기도 한다. 그런 다양한 경험들이 사진과 그 뒷이야기들로 엮였다.
저자가 보여주는 사진은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된다. 하지만 저자는 여기에 머무르지 않는다. 사진이 찍히게 된 배경을 이해함으로써 사람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올바른 시선을 갖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사진 기자 김경훈 씨의 시작은 지금처럼 디지털 카메라가 아니었다. 24컷, 36컷짜리 필름을 장전하던 카메라에서 시작해 디지털 카메라로 넘어 왔다. 요사이는 또다시 스마트폰으로 진화하고 있다. 
사진은 특별한 날을 기록하던 도구에서 일상의 모든 것을 담아내는 수단으로 용도가 바뀌었다. 사진은 이제 또 다른 형태의 언어가 됐다. '저자' 김경훈이 주목한 것도 바로 이 점이다. 일상의 소통 수단으로 사진을 인식했다.
언어가 난무하면 바른 말과 그른 말을 구분하는 식견이 있어야 한다. '사진을 읽어 드립니다'는 단순히 사진을 설명하는 책이 아니라 사진이 왜 우리에게 필요하며, 사진에 담긴 이야기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 지를 보여준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거론할 때면 늘 빠지지 않는 ‘만삭의 위안부’ 사진은 저자가 직접 취재한 중국의 일본군 위안부 생존자 할머니들의 이야기와 함께 우리를 숙연하게 만든다. 전설적인 종군 사진가 로버트 카파의 대표작에 대한 미심쩍은 의혹들은 저자와 같은 로이터 통신에 근무하던 동료 미국인 사진 기자의 증언으로 한층 더 생생해진다. 
이 책은 사진의 역사를 시간순으로 나열하지도 않았고, 이론을 학술적으로 설명한 책도 아니다. 단지 어디선가 본 적 있는 사진들 속의 이야기를 쫓아가다 보면 사진의 역사를 이해하게 되고, 사진이 얼마나 우리 삶에 깊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깨닫게 된다. 
오래된 사진에는 이야기가 있고, 그 이야기는 그대로 역사가 된다. 이 단순한 이치는 오늘을 기록하고 있는 지금의 사진에도 적용된다. 
사진이 발명된 이후 촬영된 사진 속 아이들은 한결같이 굳은 표정이거나 잠든 모습이다. 이러한 사진들의 대다수가 죽은 아이들을 찍은 것이라면 그 안에는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을까?
사진이 대중화되기 전인 19세기에 유럽과 미국에서는 심령사진이 유행했는데, 죽은 사람의 영혼이 찍힌 사진은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사람들에게 큰 위안이 되곤 했다고 한다. 심지어 미국 대통령 링컨의 영혼을 담았다는 사진은 심령사진의 인기를 한껏 끌어올리기도 했다. 저자가 직접 취재한, 일본 이가 마을 닌자 사진의 비밀도 생생히 살아 있는 '오늘의 이야기'다. 
저자는 말한다. "사진에 남아 있는 흔적들을 쫓아가다 보면 결국 사진 너머의 이야기에 주목하게 될 것이고, 보기 좋은 사진 수백 장보다 이야기가 담긴 사진 한 장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된다." /100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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