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키니 미녀 논란..'1박2일', 국민예능의 굴레
OSEN 윤가이 기자
발행 2014.07.28 13: 36

[OSEN=윤가이의 실은 말야] 동시간대 1위로 질주 중이던 '1박2일'이 암초를 만났다. 난데없는 비키니 미녀 논란이다. 상황은 이렇다.
지난 27일 방송된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 강원도 강릉 여행 편에서는 해수욕장에 도착한 멤버들이 이른바 '비키니 미녀들'과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모습이 등장했다. 이날 김주혁 김종민 정준영 등 세 사람은 복불복 게임에서 이겨 비키니 미녀들과 물놀이를 하고 간식을 나눠먹으며 어울렸다. 반면 게임에서 패한 차태현 김준호 데프콘 등은 개그우먼 오나미와 김혜선, 그리고 험악한 인상의 남자들에게 둘러싸여 벌칙 아닌 벌칙을 당했다. 승자와 패자의 희비가 갈리는 상황이 연출되며 색다른 웃음을 자아낸 것.
문제는 이러한 내용을 두고 여성을 상품화하는 게 아닌가, 비키니 미녀와 개그우먼들을 대비시켜 위화감을 조성했다는 일부 시청자들의 지적이 이어졌다는 점. 상황의 극대화를 위해 제작진은 비키니 미녀들 역할을 할 모델들과 더불어 오나미, 김혜선을 사전 섭외했고 이들은 연출에 따라 혼신의 연기로 극과 극의 상황을 만들었다.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비키니 미녀들과 김주혁 김종민 정준영의 그림은 아름답게 비춰지고 우스꽝스러운 분장과 몸개그, 입담을 과시한 개그우먼들과 나머지 멤버들의 모습은 처량하고 서글프게 보일 밖에. 제작진은 바로 이러한 대비 지점에서 웃음 포인트를 기대했고 이는 꽤 적중했다. 즐겁게 즐긴 이들이 다수였지만 방송 후 일부 시청자들은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에서 위화감을 조성하는 상황을 일부러 연출한 것에 대해 영 탐탁지 않다는 반응도 내놨다.

이에 대해 연출을 맡고 있는 유호진 PD는 28일 OSEN에 "여성들이 비키니를 입은 것은 문제의 소지가 아닌 것 같다. 다만 게임의 결과에 따라 상처럼 비키니 미녀들과의 데이트를 즐긴 것이 다소 오해의 소지를 불러일으킨 것 같다"면서 "여성을 상품화할 의도는 없었다. 지난 방송분의 콘셉트가 '피서지에서 생긴 일'이었다. 멤버들이 모두 남자이기 때문에 누구나 꿈꾸는 로망을 그린 것일 뿐이다"라고 해명했다.
또 "이미 피서지에서 생긴 일을 설정으로 극과 극의 설정을 한 많은 프로그램들이 있었고, 지난 방송분과 같은 콘셉트를 선보인 곳도 많다"면서도 "그러나 시청자들이 '1박2일'에 원하는 도덕적인 잣대가 있으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제작진의 의도가 어떠했든 결과적으로 불편하게 비춰졌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앞으로 자극적이지 않고 편안한 방송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작진의 해명에서 주목할 부분은 '시청자들이 1박2일에 원하는 도덕적 잣대'라는 대목이다. 맞는 얘기다. 이젠 잊힌 분위기이지만 '1박2일'은 과거 시청률 40%를 거뜬히 넘기는 괴력의 '국민 예능'이었다. 지금이야 지상파의 전반적인 시청률 하락세와 더불어 자체 시청률이 많이 하락했지만 튼튼한 팬덤을 지녔던 영광은 남았다. 또 현재 방송 3사의 시청률 파이가 줄었다고 해도 '1박2일'이 여전히 남녀노소를 아우르는 인기 예능인 것만은 자명하다. 특히 동시간대 방송되는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이나 MBC '일밤-진짜 사나이'와 비교해 성별로나 연령별로나 비교적 넓은 시청층을 확보 중이다. 쉽게 말해 아이도 어른도 두루 즐기는, 남녀구분 없이 전연령대가 사랑하는 프로그램인 것.
'1박2일'의 입지가 그러하다 보니 비키니 미녀들과 '개그콘서트'에서 못난 캐릭터만 단골로 맡는 개그우먼들이 극명히 대비된 연출 콘셉트 자체가 자극적으로 수용되고 다소 확대 해석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사실 '개그콘서트'와 같은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은 물론이거니와 여러 유형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미모와 박색(薄色)을 나누고 뚱뚱한 사람이나 허약한 사람을 대비시켜 개그를 하는 경우는 부지기수였다. 비키니를 입은 미녀들이 등장하는 건 사실상 예삿일이다. 음악 프로그램에서도 미성년의 아이돌들이 경쟁적으로 핫팬츠와 망사 의상을 입고 나오는 판국에, 주말 예능에서 해변을 배경으로 비키니 여성들이 등장한 것 자체를 여성 상품화나 외모 지상주의로 몰아붙이는 건 무리 아닐까.
다시 말해 포인트는 유 PD의 말처럼 도덕적 잣대다. 어찌 보면 '1박2일'로서는 다소 괴로운 부담이다. 웃음을 줄 포인트를 고민하면서 남녀노소 시청자들을 모두 고려하고, 도덕적으로도 완벽을 기해야 하는 단서를 둔다면 분명 운신의 폭은 줄어든다. 방만해서야 안 되겠지만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어느 정도 합리적인 기준은 적용해 줘야 하지 않을까. 한때 독야청청 국민 예능으로 군림했던, 그래서 지금도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만큼 '1박2일'에게 씌워진 굴레는 꽤나 크고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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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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