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의 18.44m]통역 출신 두산 유창준, 데뷔 첫 승 놓친 사연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4.05.09 06: 09

두산 베어스에는 통역출신 선수가 있다. 바로 우완투수 유창준(25)가 그 주인공이다.
유창준은 먼 길을 돌아 다시 그라운드에 복귀한 노력파 선수다. 부산 출신으로 부산중을 졸업한 뒤 일본까지 야구유학을 갔지만 프로팀 선택을 받지 못한 채 두산 통역업무를 담당하며 한국으로 돌아왔다. 군복무 이후 가능성을 눈여겨 본 두산이 신고선수로 영입했고 작년 퓨처스리그에서 6승 평균자책점 2.71을 기록했다.
작년 광복절 LG와의 퓨처스 경기에서는 완봉까지 했고, 이후 1군에서 기회를 얻으면서 불펜 4경기와 선발 1경기를 뛰며 가능성을 보였다. 작년 1군 성적은 5경기 1패 평균자책점 5.00, 가능성과 숙제를 동시에 보여줬다.

올 시즌은 퓨처스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했다가 뒤늦게 1군에 합류했다. 6일 두산이 사직 롯데전에서 대패한 다음에 선발투수였던 홍상삼과 불펜투수 허준혁이 1군에서 말소됐고 그 대신 유창준이 1군 엔트리에 올라왔다. 7일 롯데전에서 아웃카운트 2개를 깔끔하게 잡아내며 2014년 1군 첫 등판을 마친 유창준은 8일 경기에서는 5-3으로 앞선 3회 선발 정대현의 뒤를 이어 마운드에 올랐다.
유창준은 용덕한으로부터 외야 뜬공을 유도해 아웃카운트와 점수 1점을 맞바꿨고 문규현에게 중전안타를 맞아 동점 위기에 몰리기도 했지만 김문호를 삼진 처리하며 리드를 지켰다. 4회말에는 다시 8-4 리드를 업고 등판해 1사 1,3루에서 마운드를 이현승에게 넘겼다. 이현승이 루이스 히메네스에게 적시타를 허용하며 유창준의 자책점은 1점이 됐다. 8일 경기 성적은 1이닝 2피안타 1볼넷 1탈삼진 1실점이다.
이날 두산은 15-6으로 대승을 거뒀다. 문제는 누구에게 승리투수를 주느냐였다. 선발 정대현은 3회 무너지며 앞선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간 상황, 이러한 경우에는 기록원 판단 하에 가장 효과적인 피칭을 한 투수에게 승리를 준다.
유창준은 1이닝 1실점을 기록했고 뒤이어 등판한 이현승은 1⅔이닝 무실점으로 잘 던졌다. 이날 기록을 맡았던 김상영 기록원은 한참을 고민한 끝에 유창준에게 홀드를, 이현승에게 승리투수를 줬다. 이현승은 2011년 8월 13일 대전 한화전 이후 거의 3년 만에 승리투수가 되는 기쁨을 누렸다.
먼저 등판한 투수가 홀드, 나중에 등판한 투수가 승리를 얻는 건 보기 드문 장면이다. 여기에 대해 김상영 기록원은 "선발투수가 팀이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5회를 채우지 못하고 내려갔을 때 3점 이내 리드를 지켜낸 두 번째 투수에게 홀드를 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왜 유창준은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을까. 김상영 기록원은 "사실 그 문제로 경기 후에 고민을 많이 했다. 가장 효과적인 투구를 한 투수에게 승리투수를 주게 되어 있는데, 유창준도 사실 잘 던졌고 이현승도 자격이 충분했다. 그런데 이현승이 유창준보다 아웃카운트 2개를 더 잡았기 때문에 승리투수를 이현승에게 줬다. 만약 유창준이 이현승과 같은 이닝을 소화했다면 승리를 유창준에게 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록 승리투수가 되지 못한 유창준이지만 충분히 값진 경기였다. 이날 유창준은 홀드를 얻었는데 이는 프로데뷔 후 1군에서 처음으로 따낸 승리관련 기록이다. 비록 간발의 차이로 데뷔 첫 승은 놓쳤지만 마운드의 집단붕괴 속에서도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에 앞으로 더 많은 기회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cleanupp@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