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발언' 황선홍 "시스템 반드시 바뀌어야... 대회 중 A대표팀 감독 논의? 저 그렇게 비겁하지 않다"[오!쎈 현장]
OSEN 노진주 기자
발행 2024.04.27 13: 27

황선홍 감독이 무겁게 입을 뗐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은 27일 오후 12시께 인천공항 1터미널을 통해 귀국했다. 어두운 분위기 속 한국 땅을 밟았다. 
전날(26일) 황선홍호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8강전에서 신태용 감독의 인도네시아와 연장 혈투 끝에 2-2 무승부를 기록한 뒤 승부차기에서 10-11로 패했다. 이영준(김천)의 퇴장 악재 속 고군분투했지만 웃지 못했다.

[사진] 황선홍 감독 / 노진주 기자.

이태석(FC서울), 장시영(울산HD), 서명관(부천FC1995), 홍윤상(포항 스틸러스)은 이날 오후 늦게 다른 비행기를 타고 귀국한다. ‘해외파’ 김민우(포르투나 뒤셀도르프)와 정상빈(미네소타 유나이티드)은 도하에서 곧바로 소속팀으로 귀국한다.
인도네시아전 ‘충격패’로 한국은 오는 7월 개막하는 2024 파리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한다. 
파리올림픽 아시아예선을 겸해 열리는 이번 대회는 최종 성적 상위 3팀에 파리 직행 티켓이 주어진다. 4위는 아프리카의 기니와 플레이오프를 펼쳐 이겨야 본선으로 향한다.
한국은 8강에서 탈락하면서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이 대회 전까지 1988년 서울 올림픽부터 매번(9회 연속) 본선 무대에 올랐었다. 한국이 올림픽 본선 무대에 오르지 못한 것은 1984년 로스앤젤레스(LA) 대회 이후 40년 만이다.
26일 대한축구협회(KAF)가 공개 사과했다. KFA는 입장문을 통해 “2024 AFC U-23 아시안컵 8강전 패배로 파리 올림픽 본선 진출이 좌절된 것에 대해 축구팬, 축구인을 비롯한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10회 연속 올림픽 출전을 위해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모두 최선을 다했지만 아쉽게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축구 대표팀을 육성하고 지원하는 저희 KFA에 총괄적 책임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다시 한번 머리 숙여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향후 선수와 지도자 육성, 대표팀 운영 체계를 면밀히 검토하고 개선 방안을 찾아내 더 이상 오늘과 같은 실패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 당면 과제인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을 잘 마무리 짓고, 계속 이어지는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 좋은 경기로 국민 여러분께 기쁨을 드리기 위해 대한축구협회는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황선홍 감독 일문일답
늦은 시간까지 성원해 주신 분들, 선수들에게 죄송하고 미안하게 생각한다. 이런 결과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저에게 있다. 책임 통감한다. 다시 한번 죄송하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 앞으로도 많이 성장해야 하고, 어려운 가운데서도 최선을 다해줬다고 본다. 비난보단 격려를 많이 해주셨으면 한다.
-실패 원인은?
핑계 같을 수 있지만, 지금 연령대 팀 운영 구조와 시스템은 절대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제가 2년 여 정도 이 팀을 맡으면서 느낀 점은 이 시스템이면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다. 모든 것을 다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다 같이 노력해서 방법을 강구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도네시아전 패인
중앙 수비 쪽에 문제가 있어서 부득이하게 쓰리백으로 전환했다. 그렇다고 해서 내려서서 수비만 하자는 건 아니었다. 압박을 가하자고 했는데, 원활하지 않았다. 전적으로 제가 판단한 거고, 저의 미스였다. 후반전 때 다른 방향으로 접근하고자 했는데 부상, 퇴장 등 여러 가지 변수 때문에 원활하지 못했다
-시스템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하셨는데?
장기적인 플랜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지금 시스템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성인대표팀 감독을 겸직한 것이 결과적으론 독이 됐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저의 개인적인 생각은 그 부분이 크게 영향을 미치진 않았다. 이런 결과에 대한 책임은 저에게 있다. 마음이 무겁고, 죄송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해외파 차출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내셨다
우리가 언급했던 3명의 선수(양현준, 배준호, 김지수)는 직접 해당 구단에 방문해서 차출 협조를 약속 받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4월 시즌 막바지 순위 싸움이 치열하자 (구단이) 선수들의 차출을 거부했다. 김동진 최강민은 해외파 선수들의 차출이 안 됐을 때 대비해서 미리 결정한 상태였다. ‘중앙 수비를 안 뽑고 왜 미드필더 김동진을 뽑았나’ 하는 말이 있는데, 설명을 드리자면 지금 국내에서 경기에 참여하는 중앙 수비는 없다. 그래서 기존에 있는 선수를 중앙 수비로 돌리고, 미드필더를 보강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서 김동진 선수를 뽑았다.
-성인대표팀 차기 감독 후보에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의 거취나 계획은?
그건 제가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일단 많이 지쳐있다. 쉬고 싶고, 시간을 가지고 싶다
-퇴장 상황에 대해
저는 그 퇴장이 이해가 안 된다. 제가 왜 경고를 받고 퇴장을 당해야 하는지, 그 정도는 심판에게 항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석연치 않은 판정이다.
-이영준 선수를 후반에 내보낸 것에 대해, 연장전까지 내다봤다고 했는데 실제 인도네시아를 그렇게 고평가 한 건지?
저희 그렇게 쉽게 결정 안 한다. 선수 한 명 결정해도 밤을 새워 논의하고 결정한다.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영준은 2차전 끝나고 스포츠 탈장 증상이 있었다. 그동안 K리그 경기에 많이 참여하지 못했기 때문에 60분 이상 소화하게 되면 또 다른 부상을 야기할 수 있어서 조별리그 3차전 일본전을 쉬게 만들었다. 그 선수의 퍼포먼스는 65분이 최대치다. 그렇기에 전반에 내보낼지, 후반에 내보낼지 판단을 해야 하는데, 후반에 출전시키는 것이 이롭다고 판단해서 후자를 결정했다. 
-차기 대표팀 관련해서 협회와 면담했단 이야기가 일부에서 있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저 그렇게 비겁하지 않다. 저는 제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다음 생각하고 뒤에서 작업하고 그런 행동 안 한다.
-장기적인 계획이 중요하다고 하셨는데, 중요한 것을 꼽자면?
연령대표팀 4년 주기로 가야 한다. 반드시. 아시아게임 성적에 따라서 감독 수명이 좌우되면 아시안게임에 집중할 수밖에 없고, 그 다음 이후에 올림픽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4년이라는 시간이 아니다. 저는 작년 9월 아시안게임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끝나고 4월 이번 대회를 집중해야 했는데,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정말 짧았다. 몇 개월 밖에 안 됐다. 이런 구조로는 아시아권에서 상대를 완전하게 제압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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