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군행에 자진 방출이라니…개막 앞두고 떠난 외국인 타자 "그럴 줄 알았다, ML 자존심 셌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4.03.28 06: 00

개막을 앞두고 2군행 통보를 받은 외국인 타자가 퇴단을 요청했다. 하루아침에 외국인 타자를 잃은 요미우리 자이언츠로선 황당하기 짝이 없다. 메이저리그 통산 178홈런의 거포 루그네드 오도어(30)가 이 황당 사건의 주인공이다. 
일본프로야구 요미우리는 지난 26일 오도어의 퇴단을 알렸다. 오는 29일 시즌 개막을 앞두고 2군행 통보를 받은 오도어는 “미국에 돌아가겠다”며 구단에 먼저 퇴단을 요청했다. 구단 설득에도 불구하고 오도어는 의사를 굽히지 않았고, 조만간 공식적인 퇴단 절차를 밟는다. 
‘주니치스포츠’를 비롯해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베 신노스케 요미우리 신임 감독은 오도어 퇴단에 대해 “유감이라면 유감이다. 본인이 그렇게 결단했다고 하니 어쩔 수 없다”면서 “다른 선수들에게 큰 기회가 될 것이다. 모든 선수들이 시즌 중에도 서로 경쟁을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요미우리에서 퇴단한 루그네드 오도어. /요미우리 자이언츠 SNS

텍사스 레인저스 시절 루그네드 오도어. 2017.04.05 /soul1014@osen.co.kr

오도어는 2014~2013년 메이저리그 10시즌 통산 1154경기 타율 2할3푼(4044타수 930안타) 178홈런 568타점 OPS .710을 기록한 베네수엘라 출신 우투좌타 거포 내야수. 2015년 33개, 2017년 30개, 2019년 30개로 3번이나 30홈런 시즌을 보냈지만 갈수록 공수에서 기량이 하락세를 보였다. 
텍사스 레인저스 시절 루그네드 오도어. 2019.03.10 /jpnews@osen.co.kr
텍사스 레인저스 시절 루그네드 오도어. 2019.03.10 /jpnews@osen.co.kr
지난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59경기를 뛰며 타율 2할3리(138타수 28안타) 4홈런 18타점 OPS .654에 그쳤고, 올해는 아시아 무대로 향했다. 지난 1월 요미우리와 1년 추정 연봉 2억엔에 계약하며 일본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요미우리 규율에 따라 트레이드마크였던 수염을 말끔하게 정리한 오도어는 구단 요청에 따라 포지션도 2루수에서 우익수로 옮기기로 했다. 
비자 발급이 늦어 지난달 16일 스프링캠프에 합류한 오도어는 시범경기에서 크게 부진했다. 시작부터 14타석 연속 무안타로 침묵하더니 12경기 타율 1할7푼6리(34타수 6안타)에 그쳤다. 홈런과 타점은 하나도 없었고, 볼넷 1개를 얻는 동안 삼진 9개를 당했다. 출루율 .176 장타율 .200 OPS .376. 
타격감도 좋지 않은 데다 24일 라쿠텐 골든이글스와의 시범경기에선 두 번의 견제사로 집중력이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신인 외야수 사사키 슌스케가 시범경기에서 16경기 타율 4할(45타수 18안타) 7타점 OPS .940으로 맹타를 치면서 요미우리는 오도어에게 조금 더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주기로 했다. 그런데 오도어가 2군행을 거부하고 퇴단을 요청하면서 파국을 맞았다. 
요미우리에서 퇴단한 루그네드 오도어. /요미우리 자이언츠 SNS
요미우리에서 퇴단한 루그네드 오도어. /요미우리 자이언츠 SNS
요시무라 사다아키 요미우리 편성본부장은 “아직 우리가 생각한 모습이 아니니 2군에서 적응하는 시간을 갖고 컨디션을 올려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오도어는 2군에 떨어지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몇 번이나 얘기하고 설명했지만 오도어의 마음은 변하지 않았고, 퇴단을 요청했다”며 난감해했다.
계약 당시 ‘감독의 말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는 조항을 넣었지만 오도어는 이를 지키지 않았다. 2억엔의 연봉 지급에 대해서도 요시무라 본부장은 “논의해봐야 할 부분인데 오도어가 계약을 해지해 달라고 한 것이다”며 전액 지급은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오도어의 갑작스런 퇴단을 두고 선수단 내부에선 ‘시간 문제였다’는 분위기도 있다. ‘도쿄스포츠’에 따르면 요미우리 주전 선수 중 한 명은 “역시나 그럴 줄 알았다는 느낌이다. 메이저리그에서의 실적 때문인지 오도어는 자존심이 상당히 강한 게 느껴졌다. (오키나와) 나하에서 첫 인사를 할 때부터 신경질적인 성격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시범경기에서 일본 투수들의 변화구에 답답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요미우리에서 퇴단한 루그네드 오도어. /요미우리 자이언츠 SNS
도쿄스포츠는 요미우리 1군에 외국인 타자가 오도어 1명밖에 없어 그가 고립 상태에 놓여있었다는 점도 지적했다. 젤러스 휠러 순회 타격코치가 있긴 했지만 계속 함께하진 않았고, 오도어가 선수단에 쉽게 녹아들기가 어려운 환경이었다고 짚었다. 취재진 질문에 응하지 않는 등 여러 가지로 불편한 모습을 계속 보였다. 
[사진] 텍사스 시절 루그네드 오도어(오른쪽)가 토론토 호세 바티스타의 안면에 주먹을 날리고 있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유야 어찌됐든 시즌 개막을 앞두고 외국인 선수가 2군행에 반발해 스스로 팀을 떠난 것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메이저리그 시절에도 오도어는 유명한 돌발 행동이 있었다. 텍사스 레인저스 소속이었던 지난 2016년 5월16일(한국시간) 토론토 블루제이스전에서 호세 바티스타의 거친 2루 슬라이딩에 분노, 그의 안면에 오른손 스트레이트를 정확하게 꽂아 ‘핵주먹’으로 큰 화제가 됐다. 이로 인해 오도어는 사무국으로부터 8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아야 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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