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 먹은 느낌"…'다음 소희' 배두나·김시은, 바뀌지 않을 현실에 고함(종합)[현장의 재구성]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23.01.31 20: 50

 영화 ‘다음 소희’는 노동력 착취로 자신의 이윤 창출에만 목적을 둔 기업부터, 적성을 찾아주기보다 취업률에 집착하는 교육 당국, 그리고 명확한 책임 소재를 가리지 않고 부실 수사하는 경찰의 만행을 낱낱이 담은 현실 부조리극이다. 인물과 서사에 집중하면 집중할수록 다큐멘터리, 뉴스를 보는 것처럼 비탄과 슬픔에 잠기게 된다.
‘취업률(진학률)을 높여야 한다’는 의식과 극단적 선택 사건이 일어난 뒤 몇 달만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쉽게 잊어버리는 냄비 속성이 우리 사회의 치명적 병폐다. ‘다음 소희’라는 영화가 우리 사회 만연한 문제를 단박에 해결할 수 없겠지만,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병폐를 청산하기 위한 대전환이 절실하다고 조심스럽게 얘기한다.
‘다음 소희’(감독 정주리, 제공 쏠레어파트너스, 제작배급 트윈플러스파트너스, 공동제작 크랭크업필름)는 당찬 열여덟 고등학생 김소희(김시은 분)가 현장실습에 나가면서 겪게 되는 사건과 이를 조사하던 형사 오유진(배두나 분)이 같은 공간, 다른 시간 속에서 마주하게 되는 강렬한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지난 2022년 열린 제75회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초청작이자 폐막작으로 선정됐다.

31일 오후 서울 용산아이파크몰 CGV에서 영화 ‘다음 소희’(감독 정주리) 언론시사회가 진행됐다.  배우 배두나와 김시은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2023.01.31 / soul1014@osen.co.kr

31일 오후 서울 용산아이파크몰 CGV에서 영화 ‘다음 소희’(감독 정주리) 언론시사회가 진행됐다.  배우 배두나와 김시은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2023.01.31 / soul1014@osen.co.kr
각본 및 연출을 맡은 정주리 감독은 31일 오후 서울 이촌동 용산 CGV 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다음 소희’의 언론배급시사회에서 “실제 사건을 모티프로 한 영화”라고 소개했다.
‘다음 소희’는 2017년 특성화고 졸업을 앞둔 여고생이 콜센터 계약방지팀에 현장실습을 나갔다가 업무 스트레스 및 우울증에 시달려 극단적 선택을 한 전주 콜센터 현장실습생 사건을 모티프로 삼았다.
이날 정 감독은 “영화 속 콜센터 환경, 사내 조건, 분위기 등을 사실적으로 채우기 위해 노력했다”며 “실제 사건의 주인공이 있지만 영화 속 소희와 그녀의 죽음을 알아가는 형사 유진은 허구의 인물”이라고 현실을 바탕으로 창작했음을 알렸다.
31일 오후 서울 용산아이파크몰 CGV에서 영화 ‘다음 소희’(감독 정주리) 언론시사회가 진행됐다.  배우 배두나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 2023.01.31 / soul1014@osen.co.kr
이어 정 감독은 실제 사건을 영화의 소재로 삼은 이유에 대해 “해당 사건을 제가 뒤늦게 알게 됐다. 그 이전에 벌어졌던 일들, 그 이후에 벌어진 일들을 보며 어쩌면 저도 그 사건들을 반복하게 만든 한 명의 일원이지 않을까 싶었다”고 감독으로서 부채 의식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앞서 정주리 감독은 장편영화 ‘도희야’(2014)로 데뷔하며 준비된 신예의 탄생을 알렸던 바. 이 영화는 제67회 칸 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받았는데, 두 번째 작품인 ‘다음 소희’로 또 한 번 칸영화제에 진출한 것이다.
‘다음 소희’는 지난해 열린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받았고 폐막작으로 선정돼 전세계 평단과 관객으로부터 호평받았다.
31일 오후 서울 용산아이파크몰 CGV에서 영화 ‘다음 소희’(감독 정주리) 언론시사회가 진행됐다.  정주리 감독이 미소 짓고 있다.  2023.01.31 / soul1014@osen.co.kr
이날 정주리 감독은 “작년 겨울에 이 영화를 열심히 촬영했었는데 이렇게 1년이 지나, 겨울이 다 가기 전에 우리나라 관객들을 뵐 수 있게 돼 기쁘다”는 개봉 소감을 밝혔다. 이 영화는 2022년 1월 6일 크랭크인 해 같은 해 2월 28일 촬영을 마쳤다.
형사 오유진 역을 맡은 배두나는 ‘도희야’ 이후 ‘다음 소희’를 통해 정주리 감독과 재회했다.
이날 배두나는 “감독님이 다른 여자 배우들에게 제안하실 수도 있었는데 제게 하자고 하셔서 감사했다”며 “정주리 감독님께서 이번에도 좋은 얘기를 쓰셨구나 싶었다. 소재와 주제 의식에 다시 한번 반했다. 감독님 옆에서 필요하신 대로 제가 서포트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출연을 결정한 이유를 밝혔다.
31일 오후 서울 용산아이파크몰 CGV에서 영화 ‘다음 소희’(감독 정주리) 언론시사회가 진행됐다.  배우 김시은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2023.01.31 / soul1014@osen.co.kr
오디션과 미팅을 통해 김소희 역에 캐스팅된 신인 김시은도 “감독님께서 저와 같이 하자고 해주셔서 감사했다. 배두나 선배님과 같은 작품을 할 수 있게 돼 영광스럽다”는 소감을 남겼다.
이어 배두나는 유진 캐릭터에 대해 “직업이 형사지만 ‘그것이 알고 싶다’ PD님의 앞모습, (사건에 대해) 듣고 있는 그 얼굴을 떠올리며 연기했다. 막상 연기를 해보니 되게 답답하더라. 연기하면서 고구마를 먹은 듯한 느낌이었다.(웃음)”며 “유진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수사하고, 답답한 마음에 화도 내보지만 모멸감을 느낀다”라고 설명했다.
31일 오후 서울 용산아이파크몰 CGV에서 영화 ‘다음 소희’(감독 정주리) 언론시사회가 진행됐다.  배우 배두나와 정주리 감독, 김시은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2023.01.31 / soul1014@osen.co.kr
그러면서 배두나는 “영화를 보실 관객들도 저처럼 답답하고, 많은 감정들을 느끼실 거라고 생각한다. 제가 (사건의) 가장 앞줄에서 인물의 감정을 느꼈다”며 “저희가 소희를 위로하지 못 했지만 소희로부터 위로를 받았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다음 소희’는 26회 판타지아 국제영화제 감독상·관객상, 42회 아미앵 국제영화제 관객상·장편 특별 언급상·UPJV 학생 특별 언급상, 23회 도쿄 필맥스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 6회 핑야오 국제영화제 최우수작품상 등을 수상하며 국내 개봉 전부터 전세계 호평을 받고 있다.
오는 2월 8일 극장 개봉해 국내 관객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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