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잠서 깨어난 손흥민, 각종 EPL 2022 베스트 11 휩쓰는 기염[최규섭의 청축탁축(清蹴濁蹴)]
OSEN 조남제 기자
발행 2023.01.06 06: 54

‘자랑스러운 한국인’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 2023 계묘년(癸卯年) 들어 깨어나고 있다. 지난해 후반부 깊은 잠에 빠진 듯했던 모습이 아니다. 깡충깡충 뛰어갈 태세마저 엿볼 수 있는 신년 벽두다. 새해가 솟은 지 나흘째인 지난 4일(이하 현지 일자), 109일 만에 기나긴 동면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켠 데에서도 느낄 수 있는 도약의 기운이다.
골 소식뿐만 아니다. 낭보가 잇달아 찾아들며 손흥민을 북돋운다. 이런 상서로운 조짐에 고취된 손흥민이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2022-2023시즌 후반부 대활약을 펼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이는 새해 초다.
지난 4일, 손흥민은 크리스털 팰리스를 희생양 삼아 침체의 늪에서 벗어났다. 후반 27분 토트넘의 대승(4-0)에 마침표를 찍는 마무리골을 터뜨렸다. 지난해 9월 17일 레스터시티전에서, 해트트릭으로 대승(6-2)을 화려하게 장식한 뒤 실로 오랜만에 맛본 골맛이었다. 길고 어두웠던 8경기 무득점 터널에서 빠져나오는 순간이기도 했다.

하루 뒤인 5일, 겨울잠에서 일어난 손흥민을 반기듯 꽃 소식이 날아들었다. 화신(花信)을 띄운 곳은 세계 최대의 축구 전문 통계 사이트인 후스코어드닷컴(whoscored.com: WS)이었다. 이날, EPL 2022 베스트 11을 선정해 발표한 WS는 손흥민을 왼쪽 미드필더로 낙점했다.
2022년의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BBC가 옵타(Opta) 통계를 기반으로 선정한 EPL 2022 베스트 11에 이미 이름을 올렸던 손흥민은 거푸 영광을 누리며 생애 최고의 한 해를 보냈음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 지난해 5월, 아시아인 최초로 EPL 2021-2022시즌 득점왕(23골) 등극의 위업을 이루며 2022년을 자신의 해로 수놓을 수 있음을 일찌감치 예고했던 손흥민이었다.
BBC에 이어 후스코어드닷컴 선정 EPL 2022 베스트 11도 석권하며 웃음
손흥민이 WS 선정 EPL 2022 베스트 11에 선정됐음은 뜻깊다. WS는 골과 어시스트를 떠나 한 해 출전했던 전 경기의 평점을 기준으로 – 전 경기 총평점 ÷ 출장 경기 수 - 부문별 최고 선수를 뽑기 때문이다. 따라서, 벼락치기에 능한 선수보다는 한결같이 역량을 발휘하는 선수가 뽑힐 수밖에 없다. 그만큼 한 선수가 한 해 동안 얼마나 기복 없이 꾸준히 기량을 펼쳤느냐가 그대로 드러나는 선정 방식이다.
손흥민이 비록 지난해 후반 석 달 동안 골을 뽑아내지는 못했을망정 플레이 자체가 엉망은 아니었음을 간접적으로 내비치는 대목이기도 하다. 더구나, 손흥민은 지난해 전반부에 깊은 인상을 아로새기는 맹활약으로 고평점 행진을 펼쳤던 게 한 해 평균 평점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2021-2022시즌, 손흥민은 팀 내 최고 평균 평점(7.51)을 받은 바 있다. 2022년 평균 평점(7.48)과 0.03점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시즌 내내 고르게 플레이했음이 엿보인다.
공격 포인트 측면에서도, 손흥민은 대단했다. 손흥민은 지난해 18골 7어시스트를 수확해 25개의 공격 포인트를 양산했다. 지난해 EPL에서, 손흥민보다 더 많은 골을 뽑아낸 선수는 ‘영혼의 짝꿍’인 해리 케인(25골)을 비롯해 3명뿐이다. 어시스트도 공동 6위다. 손흥민이 골잡이로서뿐 아니라 찬스 메이커로서도 뛰어남을 단적으로 읽을 수 있는 객관적 수치다.
4-3-3 전형으로 베스트 11을 뽑은 BBC와 달리 WS는 4-4-2 시스템에 따라 위치별 최고 선수 열한 명을 선정했다. 이에 따라, BBC에서 왼쪽 윙포워드에 들어갔던 손흥민은 WS에선 왼쪽 미드필더로 이름을 올렸다. 손흥민과 토트넘을 같은 둥지로 삼아 완벽한 호흡을 뽐내는 케인은 공격수로 선정됐다(표 참조).
한편, WS가 선정한 EPL 2022 베스트 11엔, 지난 시즌 챔프 맨체스터 시타가 네 명을 올려놓으며 자존심을 한껏 뽐냈다. 주앙 칸셀루(왼쪽 풀백), 케빈 더 브라위너, 로드리(이상 중앙 미드필더), 엘링 홀란(포워드)이 그 얼굴들이다. 특히, ‘괴물’ 홀란은 2022-2023시즌에 맞춰 EPL에 뛰어들어 채 5개월도 몸담지 않았음에도 열한 명의 최고수에 들어감으로써 그가 얼마나 돋보이는 활약을 펼쳤는지를 다시금 그려 볼 수 있었다.
1992년 EPL로 옷을 갈아입은 이래 최고 명문 클럽의 아성을 쌓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이번 시즌 선두를 질주하는 아스널은 단 한 명의 선수도 내놓지 못해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반면, 리버풀은 조엘 마티프와 버질 판 데이크(이상 센터백)를, 풀럼은 베른트 레노(골키퍼)를,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키런 트리피어(오른쪽 풀백)를, 레스터 시티는 제임스 메디슨(왼쪽 미드필더)를 각각 배출하며 대조적 양상을 보였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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