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에서 숨 쉬는 거인의 심장...10월 8일이 다가오지 않기를 바라는 이유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2.10.03 06: 50

"너무 많이 와 닿았다."
롯데는 조만간, 모두가 바라지 않았던 시간을 맞이해야 한다. 10월8일, LG와의 정규시즌 최종전은 이대호의 은퇴경기로 진행될 예정이다. 올해가 마지막 시즌이라고 일찌감치 예고한 이대호는 여전히 선수단 곳곳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주고 있다. 
타선에서는 어떤 선수도 이대호의 생산력과 임팩트를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 139경기 타율 3할3푼4리(530타수 177안타) 22홈런 97타점 OPS .880의 성적을 남기고 있다. 규정타석 기준, 팀 내 타율, 안타, 홈런, 타점 모두 1위다. 결승타 역시 9개로 팀 내 1위의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타선에서 이대호의 존재감을 지우기 쉽지 않다. 이런 이대호 없이 내년을 보내야 하는 롯데는 공격력의 약화가 불가피하다. 

롯데 자이언츠 박세웅이 7회초 수비를 마치고 이대호와 손을 잡고 얘기하고 있다. 2022.04.09 / foto0307@osen.co.kr

하지만 타선 뿐만아니라 투수진에서도 이대호의 존재감이 미치고 있다. 지난 2일, 사직 두산전에서 5이닝 무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된 박세웅은 그동안 이대호의 조언을 마음 깊이 새겨듣고 발전을 거듭했다. 지난 2020년 부침을 거듭하고 한계에 막혀있던 시점, 이대호의 조언으로 투심을 추가해 반등의 모멘텀을 만든 바 있다.
당시 박세웅은 "이대호 선배님께서 ‘공의 회전이 조금만 이상해도 타자들이 멈칫할 수가 있다. 한 번 시도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조언을 해주셨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 시점을 기점으로 박세웅은 포크볼 의존도를 줄이며 슬라이더, 커브 등을 좀 더 다양하게 활용하는 투수로 거듭났다.
올 시즌 역시 힘든 순간마다 이대호의 피드백으로 박세웅은 용기를 얻었다. 그는 "올해 초반 페이스가 너무 좋았고 팀도 잘 나갔다. 긍정적인 생각으로 피칭을 이어갔다. 모든 수치와 데이터 등 지표들이 커리어 하이 시즌만큼 좋은데 왜 안좋을까 고민을 했고 뾰족한 해답을 찾지는 못했다"라면서 "피홈런, 4사구 모두 줄었지만 많은 피안타로 점수를 내주는 경우가 많아서 보완할 점을 많이 고민했다"라고 되돌아봤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이대호의 말 한마디가 박세웅에게는 큰 힘으로 다가왔다, 그는 "힘든 가운데, 너무 감사한 분이 (이)대호 선배님이다. 너무 감사드리고 싶은 생각이 너무 크다. 마지막 시즌에 후배 투수들의 경기를 보면서 해주시는 피드백이 너무 많이 와 닿았다"라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날 두산전에서도 이대호의 한 마디가 박세웅에게 큰 용기를 심어줬다. 그는 "오늘 경기에서도 1회가 끝나고 '너무 좋은 모습으로 공을 던지는 것 같다'라는 말씀을 해주셔서 감사드린다"라고 재차 고개를 숙였다.
선수들과 팬들 모두 이대호의 은퇴가 아쉬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이대호의 '헤어질 결심'은 변함없다. 곳곳에 이대호의 숨결이 묻어있기에 그 존재감을 하루아침에 지워내기 쉽지 않다. 10월8일이 다가오지 않았으면 하는 이유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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