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란이 일으킨 ‘골 폭풍’, EPL 넘어 UCL로 세력 넓혀[최규섭의 청축탁축(清蹴濁蹴)]
OSEN 조남제 기자
발행 2022.09.08 10: 36

어느 정도 예상했던 ‘골 폭풍’이다. 그런데 그 이상이다. 일찌감치 내려진 경계령을 조롱하는 양 오히려 바람의 세기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센바람을 내다봤으나 이미 큰센바람으로 바뀌며 주의보도 경보로 전환됐다.
엘링 브레우트 홀란(22·맨체스터 시티)이 일으킨 골 폭풍이 유럽 축구계를 휩쓸고 있다. 진원지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를 넘어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까지 세력 범위를 넓혀 가며 맹위를 떨치는 양상이다.
유럽 축구 5대 리그 득점 판도에서, 가장 윗자리엔 홀란이 자리하고 있다. 축구 이적 정보 전문 사이트인 트랜스퍼마크트가 세계 최고 시장 가치(1억 6,000만 유로·한화 2,205억 원)를 지녔다고 평가하는 킬리안 음바페(파리 생제르맹)도 홀란의 기세에 뒤로 처졌다. 걸음 차도 세 걸음(10-7골)씩이나 될 정도다. 2021-2022시즌 분데스리가에서, 홀란(22골)을 여유 있게 제치고 득점왕에 오른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35골)도 그의 놀라운 형세에 움츠러든 꼴이다. 2022-2023시즌 스페인 라리가로 무대를 옮긴 레반도프스키(바르셀로나)는 5골로, 홀란의 골 사냥에 비하면 50%에 머물고 있다.

이번 시즌 유럽 축구계의 시선이 어디에 꽂힐지는 아직 초반임에도 불구하고 분명해졌다. 홀란이 어디까지 진화할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유럽 축구다.
거세지는 ‘홀란바람’, 시즌이 끝날 때쯤이면 ‘싹쓸바람’으로까지 거세질 듯
UCL 조별리그 1라운드가 7일(이하 현지 일자) 끝났다. A~H조 2경기씩 16경기가 펼쳐진 조별 라운드 첫판에서도, 엘링 홀란이 몰아온 바람은 역시 격렬했다. G조 원정 세비야전(6일·라몬 산체스 피스후안)에서, 2골을 터뜨려 ‘The Sky Blues’(맨체스터 시티 별칭)의 대승(4-0)을 이끈 주인공으로 자리매김했다.
단순한 2골이 아니다. UCL 역사의 한쪽을 수놓은 선제 결승골과 추가골이었다. 둥지를 바꿔 가며 세 번째 폭발한 UCL 소속 팀 데뷔전 2골은 홀란의 가공할 득점력을 엿보기에 전혀 모자라지 않는 좋은 보기다.
홀란은 2016년 노르웨이 브뤼네에서 프로 무대에 첫선을 보였다. 그 뒤 노르웨이 몰데(2017~2018년)→ 오스트리아 레드불 잘츠부르크(2018~2020년)→ 독일 보루시아 도르트문트(2020~2022)를 거쳐 올 7월 EPL 땅을 밟았다. 그런데 잘츠부르크와 도르트문트 시절에, 홀란은 UCL 첫 경기에서 각각 2골씩을 뽑아낸 바 있다.
이같이 빼어난 팀 적응력이 필요한 세 번의 소속 팀 UCL 데뷔 2골은 지금까지 단 세 명만이 밟았던 어려운 경지다. 페르난도 모리엔테스(스페인), 하비에르 사비올라(아르헨티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스웨덴)가 각각 진기한 기록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바 있다. 당대 세계 축구계의 두 지존으로 평가받는 ‘신계의 사나이’인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조차도 아직 들어서지 못했을 정도다.
홀란의 폭발력에 더 힘을 실어 준 희생양은 세비야였다. 홀란은 UCL에서 세비야와 세 번을 맞닥뜨렸는데, 그때마다 2골씩 모두 6골을 터뜨렸다.
이 기록도 대단하다. UCL 역사상, 같은 상대와 만나 멀티골을 사냥한 골잡이도 이제껏 세 명밖에 없다. 웨인 루니(잉글랜드), 호날두, 메시가 그 주인공들이다. 특히, 호날두는 독일 분데스리가의 명문 바이에른 뮌헨을 상대로 네 번씩이나 멀티골을 휘몰아친 바 있다.
적어도 UCL에서만큼은 홀란이 골 사냥에 관한 한 으뜸을 뽐내는 호날두를 무색케 한다. UCL에서, 홀란은 20경기에 나서 25골을 잡아냈다. 경기당 1골을 능가하는(1.25) 발군의 골 솜씨다. 호날두는 UCL 데뷔 뒤 초반 20경기에서 어떤 모습을 보였을까? 놀랍게도(?) 단 한 골도 뽑지 못했다.
그래픽=후스코어드닷컴 홈페이지
당연히 홀란은 세계 최대 축구 전문 통계 사이트인 후스코어드닷컴이 선정한 UCL 2022-2023시즌 제1라운드 베스트 11에 이름을 올렸다. 음바페와 함께 4-4-2 전형의 두 공격수로 뽑혔다. 둘이 받은 평점은 나란히 8.3점이었다.
홀란은 이미 지난 8월 EPL 베스트 11에도 선정된 바 있다. 당시 후스코어드닷컴이 매긴 평점(8.3점)은 열한 명 가운데 가장 높았다.
EPL 이번 시즌 6경기에서, 홀란은 10골을 터뜨렸다. 경기당 평균 평점이 8점을 넘어선다(8,20). 경기당 평균 1.67골의 경악할 만한 페이스다. 이 수치를 부상 등 변수를 고려하지 않고 단순 대입한다면, 이번 시즌 60골을 훌쩍 뛰어넘는(63.46) 어마어마한 골 기록이 세워진다. 그때쯤이면 큰센바람은 가장 위 등급인 싹쓸바람으로 격상돼 있지 않을까?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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