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타율 순이 아니다? 수베로는 왜 1할대 내야수를 밀착 지도했을까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2.05.26 10: 36

“우리 팀에는 이런 선수도 있습니다.”
한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지난 25일 대전 두산전을 앞두고 그라운드에서 한 내야수를 1대1 밀착 지도했다. 직접 글러브를 끼고 펑고 타구를 받는 시범을 보이더니 선수의 포구 자세를 유심히 지켜보며 많은 조언을 건넸다. 끊임없이 박수로 선수를 독려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KBO리그에서 사령탑이 특정 선수의 수비 훈련을 직접 지도하는 건 결코 흔한 장면이 아니다.
수베로 감독이 1대1 지도를 자청한 선수는 프로 7년차 이도윤(26). 북일고를 나와 2015 한화 2차 3라운드 24순위로 입단한 뒤 주로 백업을 전전한 내야수였다. 1군 통산 기록은 104경기 타율 1할7푼1리 1홈런이 전부이며, 올 시즌도 32경기 타율 1할5푼4리 1홈런 3타점으로 활약이 저조한 상황이었다.

한화 이도윤 / OSEN DB

그러나 사령탑은 이도윤의 숨은 가치에 주목했다. 수베로 감독은 취재진과의 사전 인터뷰에서 먼저 “우리 팀에는 선수 1명이 있다”라고 운을 떼며 “타율은 1할대 초반에 머물러있지만 다른 면에서 도움이 된다. 특히 수비에서 보이지 않는 보탬이 되는 선수”라고 칭찬했다.
내야수 이도윤을 밀착 지도 중인 수베로 감독 / backlight@osen.co.kr
실제로 이도윤은 지난 24일 대전 두산전에 9번 2루수로 선발 출전해 2회 1사 2, 3루 위기에서 김재호의 안타성 타구를 몸을 날려 잡은 뒤 1루에 송구, 아웃카운트를 늘렸다. 그 사이 3루주자가 홈을 밟았지만 호수비를 통해 추가 실점을 막을 수 있었다. 아울러 타석에서도 2루타 한 방과 도루로 승리에 힘을 보탰다.
수베로 감독은 “수비를 통해 리드오프의 출루를 막고, 2회 최소 실점에 기여했다”라며 “자칫 두산에게 분위기를 내줄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좋은 수비로 이를 막았다. 이는 선발 김민우의 투구수를 줄이면서 퍼포먼스를 극대화하는 데도 도움이 됐다”라고 박수를 보냈다.
이날 1대1 지도에서는 수비 기본기를 강조했다. 수베로 감독은 “이도윤은 글러브워크가 부드러운 선수다. 기본에 충실한 반복 학습을 통해 다음 레벨에 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라며 “작년 거제 스프링캠프 때와 비교해 많이 성장한 케이스로 보면 된다. 매일 열심히 하니 성장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타율이 1할대에 머물러 있어도 다른 면에서 승리에 기여하면 가치를 인정받는 한화의 문화. 그리고 이는 최근 아기 독수리들의 고공비행으로 이어지고 있다. 감독이 경기 전 그라운드에서 백업 선수에게도 박수를 보내니 선수들이 신이 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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