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책이 많다, 많아도 너무 많다
OSEN 백종인 기자
발행 2022.05.23 13: 06

롯데, 한화, NC 3팀...사상 유례없는 게임당 1개꼴 실책
[OSEN=백종인 객원기자] # 21일 잠실 두산전. 롯데는 에이스나 다름없는 박세웅을 내세웠다. 2회 말. 안타 2개와 사구 1개로 2점을 뺏겼다. 계속된 1사 2, 3루. 박계범의 유격수 땅볼 때 홈을 노리던 주자(김재호)를 잡았다.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이후가 문제다. 타자를 저격한 포수의 2루 송구가 빠졌다. 그 사이 2루→3루를 거친 정수빈이 홈을 팠다. 세이프. 커버 들어간 박세웅이 어물어물하는 사이 박계범은 3루까지 진출했다. 타구 하나에 실책 2개가 겹치며 3-0을 만들어줬다. 이날 내ㆍ외야에서 롯데는 5개의 에러를 쏟아냈다. 스코어 4-12로 자멸했다.

지난 8일 사직구장 삼성전에서 이학주와 안치홍이 2루에서 충돌하며 실책을 범하고 허탈해하고 있다. 2022.05.08 / foto0307@osen.co.kr

# 22일 고척 키움전. 한화는 중반까지 끌려갔다. 2-4로 뒤지던 6회 초 반격. 1점을 만회한 뒤 계속된 1사 1, 2루 기회다. 김인환의 타구는 1루수 쪽이다. 잘 하면 병살도 가능했지만, 1루수 김웅빈이 공을 놓쳤다. 4-4 동점 허용.
이어 노수광의 스퀴즈 번트 때 또다시 헛점이 노출됐다. 투수 하영민의 1루 송구가 빗나가며 추가점을 내줬다. 곧바로 포수 이지영의 2루 견제구도 빠져 3루를 헌납하는 등 6회 초에만 3개의 실책이 나왔다. 히어로즈는 이 게임에서 4개의 범실로 역전패(스코어 5-6)했다. 6실점 중 자책점은 2개뿐이다.
6회 키움 내야진의 실책 장면  SPOTV 중계화면
땅볼 타구가 나오면 불안해진다. 잡다가 버벅거리고, 잘못 던져서 빠지기 일쑤다. 실책이 너무 많다. 22일까지 217게임에서 380개가 기록됐다. 경기당 1.75개 꼴이다. 최근 5년간에 비해 20% 이상 늘어난 수치다.
◇ 5년간 KBO리그 실책 (22일 현재)
144경기 체제로 진행된 2015년 이후 1000개 이상의 실책은 3번 나왔다. 2015년(1001개)과 2016년 (1045개), 그리고 지난 해다. 현재 추세라면 이번 시즌은 1260개 페이스다. 가장 많았던 2016년 보다 200개 이상 많은 수치다.
팀별로 보면 전력에 미치는 영향이 실감된다. NC, 롯데, 한화 등 하위권 팀들이 실책수 공동 1위(45개)에 올랐다. 이들이 범한 게임당 1개꼴 비율은 2000년 이후 어느 팀도 기록한 적 없다. 그런데 올 시즌 3팀이 한꺼번에 유례없는 부진을 헤매는 상황이다.
굳이 따지자면 1경기를 덜 한 롯데가 맨 앞 자리다. 괜찮은 선발진과 막강한 화력을 갖추고도 고전하는 이유다. 탄탄한 라인을 자랑하던 NC와 두산도 수비력 문제로 짜임새가 떨어지는 모양이다. 반면 SSG는 이들의 절반에 가까운 25개에 그친다. 선두 질주의 요인이다. LG와 키움 역시 나쁘지 않은 수치다.
한국야구위원회 홈페이지
개인별로 따지면 더 명확해진다. 롯데의 3ㆍ유간이 전체 1, 2위를 차지한다. 한동희가 11개, 이학주가 9개다. 래리 서튼 감독의 고민이 엿보인다. 특히 한동희는 수비율(FPCT)에서 8할대(0.889)에 그친다. 주전급 중에는 드문 수치다. 이 부문에서는 KIA의 3루를 지키는 류지혁(0.883)과 김도영(0.887)도 비슷한 수준이다.
톱 클래스 내야수들의 성적과 비교해 보자. 박성한(SSGㆍ7개)과 오지환(LGㆍ6개)은 실책수에서 이학주와 불과 2~3개 차이다. 그러나 소화한 이닝수가 100이닝 가량 더 많는 점이 차이다. 허경민 역시 300이닝 이상 뛰며 5개의 에러로 선방했다.
한국야구위원회 홈페이지
각 구단은 그라운드 관리에 예산을 늘리는 추세다. 전문가를 고용하고, 이들을 (해외) 전지훈련에 동행시키기도 한다. 또 메이저리그용 흙을 수입해 단장하는 것도 생소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노력에 비례해 리그의 경기력이 향상되는 지는 의문이다.
물론 숫자로만 따지기는 어렵다. 수비력은 훨씬 포괄적이다. 범위, 안정감 등등. 기록 이면에 숨겨진 것들이 많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요즘 실책이 많다. 많아도 너무 많다. 실망스러운 경기력은 선수들이 책임감을 느껴야 할 부분이다.
칼럼니스트 前 일간스포츠 야구팀장 / goorada@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