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만에 처음 본 상황" 심판의 오심, 터크먼은 왜 1루로 돌아가야 했나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2.05.15 03: 34

“40년 만에 처음 나온 상황이라…”
14일 대전 롯데-한화전에서 혼란스런 상황이 발생했다. 2회 1사 1,3루 한화 공격에서 정은원이 우익수 뜬공을 쳤다. 3루 주자 박정현이 리터치를 한 뒤 홈으로 태그업했다. 박정현이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으로 홈을 먼저 쓸면서 세이프됐다. 희생플라이 득점. 
문제의 상황은 그 다음 순간 시작됐다. 롯데 벤치에선 투수 김진욱에게 3루로 공을 던지라는 사인을 보냈다. 박정현의 리터치가 포구 전에 이뤄진 것으로 보고 어필 플레이를 하려고 한 것. 이어 노시환 타석 때 한화 1루 주자 마이크 터크먼이 2루로 향했고, 김진욱이 발을 풀고 2루로 공을 던졌다. 그러자 2루심 이민호 심판이 경기를 멈춘 뒤 터크먼을 1루로 돌려보냈다. 주심의 플레이 콜이 없었기 때문에 인플레이 상황이 아니었다. 

한화 터크먼 /OSEN DB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이 그라운드로 나와 이민호 심판에게 관련 상황을 질의했다. 이때만 해도 서로 웃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 문제는 그 다음 순간이었다. 주심의 플레이 콜이 있은 뒤 김진욱이 발을 풀어 3루로 견제하며 어필 플레이를 한 사이 터크먼이 1루에서 2루로 뛰었다. 어필 플레이 직후 롯데에서 박정현 리터치 관련 비디오 판독 요청이 있었고, 2분간 판독 끝에 원심 그대로 정상 플레이가 인정됐다. 
그런데 여기서 심판진이 2루에 있던 터크먼에게 1루 귀루를 지시했다. 2루 도루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수베로 감독이 다시 나와 한참 동안 심판들과 이야기를 주고받았지만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터크먼도 양팔을 들고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결국 터크먼의 2루 도루는 인정되지 않았고, 1루에 귀루하는 것으로 상황이 정리됐다. 
결론부터 말하면 심판진의 착각, 실수였다. 이날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상황을 모두 지켜본 허운(63) KBO 심판위원장도 “40년 만에 처음 보는 상황이다”며 난감해했다. 허운 위원장은 1982년 삼미 창단 멤버로 1987년부터 20년 넘게 심판으로 활동한 KBO리그의 산증인이다. 
현역 심판 시절 허운 KBO 심판위원장 2006.09.16 /OSEN DB
경기 후 심판실에서 만난 허 위원장은 “심판들의 착각이 있었다. 비디오 판독 요청이 오면 바로 볼데드 상황인데 (터크먼의 ) 플레이는 그 이전에 이뤄졌다. 1루 주자가 2루에 간 것을 판독 요청과 연결된 (볼데드) 상황으로 심판들이 순간 착각했다. 볼데드가 아니라 인플레이로 놔둬야 할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허 위원장은 “(터크먼이 움직이기 전) 판독 요청 시그널이 먼저 나왔으면 (심판진 결정이) 정상적이다. 하지만 이 상황은 판독 요청 전 정상 플레이를 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것이다. 1루 주자가 2루에 간 것을 놔둬야 했는데 심판들이 실수를 했다”며 “지금 이와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잘못한 부분에 대해선 책임을 져야 한다. 징계가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허 위원장은 “(어필 플레이 상황에서) 주자가 그렇게 플레이한 것은 지금까지 못 봤다. 40년 만에 처음이다. 말도 안 되는 플레이였는데 심판들이 거기에 당황해 착각을 했다”면서도 “심판은 착각하면 안 된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재차 실수를 인정했다. 이날 경기를 중계한 양상문 스포티비 해설위원도 “투수가 3루를 체크하기 위해 견제할 때 1루 주자가 2루로 도루하는 것은 처음 본다”며 보기 드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화 터크먼 /OSEN DB
터크먼의 순간적인 센스와 경기에 대한 집중력이 빛난 플레이. 그러나 KBO리그에서 누구도 하지 못한 플레이에 모두가 당황했고, 대혼란 속에 허무하게 도루 1개를 놓쳤다. 한화도 아쉽게 됐다. 계속된 공격에서 노시환의 중전 안타로 1,2루 찬스가 이어졌지만 이진영이 3루 땅볼 아웃된 한화는 추가 득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만약 2루 도루가 인정됐다면 노시환의 안타 때 터크먼이 2루에서 홈으로 들어와 5-1로 스코어를 벌릴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경기 흐름상 중요한 상황이었다. 5-8로 역전패한 한화는 판정 불운까지 겹치며 9연패 수렁에 빠졌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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