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든 이름 불러 달라” 골칫거리→애니콜로 재탄생한 17승 에이스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1.09.13 13: 05

6회초 2사 3루에서 마운드에 오른 두산 이영하가 LG 홍창기를 중견수 플라이 처리하고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2021.09.12 /jpnews@osen.co.kr
“이닝, 연투 모두 상관없다. 언제든 이름만 불러 달라.”
2019년 17승 이후 2년 내내 두산의 골칫거리였던 이영하(24)가 확 바뀌었다. 선발에서 불펜으로 보직을 바꾼 뒤 마침내 감을 찾았는지 지난 12일 더블헤더에서 연속 승리를 거둔 뒤 취재진과 만나 “난 지금 힘들다고 할 때가 아니다. 이닝, 연투 관계없이 언제든 내 이름을 불러 달라”는 의욕에 찬 모습을 보였다.
이영하는 전날 LG와의 더블헤더 2경기서 모두 승리투수가 됐다. 1차전에서 1⅔이닝 무실점으로 4월 14일 잠실 KT전 이후 151일만에 시즌 2승째를 맛본 뒤 2차전 역시 2⅓이닝 무실점 호투로 하루 2승을 쓸어 담았다. 필승조 이영하의 천금 구원 속 두산은 파죽의 6연승을 달리며 공동 5위를 0.5경기 차로 추격했다.
이영하는 이날 2승으로 더블헤더에서 연속 승리를 거둔 KBO리그 역대 6번째 투수로 기록됐다. 2004년 6월 23일 유동훈(KIA) 이후 17년만에 나온 진기록이었다. 그 전에는 1호 문희수(해태, 1988년)를 시작으로 김성길(삼성, 1991년), 권준현(현대, 2003년 4월), 송진우(한화, 2003년 9월)가 있었는데 1차전 구원승, 2차전 선발승을 따낸 문희수를 제외한 나머지 5명(이영하 포함)은 모두 구원승으로 2승을 기록했다.
경기 후 만난 이영하는 힘들지 않았냐는 질문에 “난 지금 힘들 상황이 아니다. 경기 나갈 때 불러주는 것만으로 감사하다”고 웃으며 “요즘 들어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 공도 많이 올라왔고 형들이 볼 때마다 잘 할 수 있다고 응원해주니까 진짜 그런 생각이 든다. 나한테도 한 번 기회가 온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무실점하고 내려온 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난다. 기분이 너무 좋았다”며 “형들이 평소 운동하는 방법과 관련해 많은 조언을 해줬고 그걸 그대로 했더니 컨디션이 좋아졌다. 모처럼 2경기 모두 구위도 만족스러웠다”고 흡족해했다.
7회초 두산 이영하가 역투하고 있다. 2021.09.12 /jpnews@osen.co.kr
2019년 17승 에이스 이영하는 지난해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방황하더니 올해도 선발에서 10경기 1승 5패 평균자책점 11.17의 부진을 겪으며 다시 불펜행이 결정됐다. 마무리를 자청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좌천 성격의 보직 변경이었기에 패전조 또는 추격조를 맡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영하는 “선발에서 성적이 좋지 않아 쫓기는 상황이었다. 불펜 와서도 10점 차로 지고 있을 때 이닝이나 소화할 줄 알았다”며 “감독님이 내게 기회를 주신 것 같다. 그렇기에 항상 잘 던지고 싶고, 불펜이라는 새 보직에서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진심을 전했다.
약 2년간의 긴 부진으로 팀의 골칫거리로 전락했던 이영하. 그러나 이 기간을 통해 얻은 점도 있었다. 그는 “엄청 맞아보고 볼넷도 실컷 주면서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멘탈이 잡혀야 확실히 잘 던질 수 있다는 걸 느꼈다”며 “감독님, 코치님이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많은 기회를 주셨다. 이제는 계속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승부욕이 생긴다”라고 밝혔다.
보직도 선발보다는 불펜이 조금 더 마음이 편하다. 이영하는 “선발은 1이닝만 막는 게 아니기 때문에 1회를 던진 뒤 2회는 어떻게 해야할 지 고민이 컸다”며 “이젠 그런 부담이 없어졌다. 물론 2이닝 이상도 던지지만 한 이닝이라고 생각하니 도움이 된다. 매 타자를 간절하게 상대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이제 시즌 종료까지 남은 경기는 42경기. 올 시즌 내내 팀에 도움이 되지 못한 이영하는 남은 시간 모든 걸 쏟아 부어 그 동안의 부진을 만회하려 한다. 그리고 그가 구위를 되찾아야 두산도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다.
이영하는 “이젠 불펜에서 내 이름을 불러주면 좋다. 이닝, 연투 모두 상관없다”며 “속된 말로 내가 싸놓은 똥이 있기 때문에 그걸 다 치운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하겠다. 1회부터 팔을 풀고 대기하겠다”는 남다른 각오를 밝혔다. /backligh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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