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족" 벤투, 뽑는 선수만 뽑는 데도 드러난 문제점은 어떡하나[강필주의 36.5]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21.09.09 05: 49

"승점 4", "무실점", "만족한다."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안방에서 치른 두 차례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경기 후 내린 결론이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지난 2일 이라크와 0-0으로 비겼지만 7일 레바논전에서는 1-0으로 이겼다. 두 경기에서 승점 4을 올려 2연승을 달린 이란(승점 6)에 이어 조 2위로 올라섰다. 무실점까지 했으니 만족스러울 만하다. 

그렇지만 몇몇 장면은 지켜 보는 이들의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우선 주장 손흥민(29, 토트넘)이 벤치가 아닌 관중석에 앉아 있었다. 경기 전날(6일) 오른쪽 종아리 근육 염좌에 따른 부상 때문에 출전자 명단에서 아예 제외된 것이다. 손흥민이 대표팀에서 부상 때문에 벤치에도 앉아 있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황의조(29, 보르도)는 선발로 나오지 못했다. 경기 후 벤투 감독은 "45분 이상 출전할 수 있는 몸 상태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컨디션이 떨어진 황의조는 실제 후반 투입됐지만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는 해외파 특히 유럽파들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손흥민과 황의조는 이라크전에 나란히 풀타임을 소화했다. 귀국한지 50시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기를 뛴 손흥민은 경기 후 시차적응에 대한 아쉬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결국 이라크전의 무리한 기용이 레바논전 전력 이탈로 이어진 셈이다. 
또 자주 나온 장면은 아니었지만 경기 중 간간이 나온 선수간 '사인' 문제도 지적할 만 하다. 레바논전에서 중원에 있던 이재성이 오른쪽에서 오버래핑 하는 이용을 향해 패스한 것이 빗나갔다. 이용은 전진하겠다고 손짓했으나 이재성은 내려서는 줄 알고 차는 바람에 상대에게 공격권을 내줘야 했다. 
대표팀은 각 구단에서 떨어져 활약하다가 모이게 된다. 때문에 선수간 호흡이 상당히 중요하다. 서로 경기 전 사인을 정해 놓는가 하면 평소 자주 보는 사이인 만큼 눈빛 만으로도 어떻게 움직일지 알 수 있다. 조직력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부분이다.
벤투 감독은 매번 뽑는 선수만 뽑는 경향이 뚜렷하다. 대표팀이 변화가 커도 문제가 되겠지만 벤투 감독은 매번 예상을 크게 빗나가지 않는다. K리그 경기장에 자주 나타나 선수들을 유심히 관찰하지만 결국 해외파 중심이다. 실험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에도 벤투 감독의 선수 풀(Pool)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그런데 매번 뽑는 선수만 뽑는 데도 선수 관리와 조직력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새로운 선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만큼 선수 관리 측면에서도 좀더 집중하고 빨리 몸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가끔 실수가 나오겠지만 선수간 호흡도 점점 좋아진다고 볼 수 있다.  
벤투호는 그런 면에서 역행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하고 있다. 과연 이런 상태에서 이란을 만난다면 승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라크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70위였고 레바논은 98위였다. 공은 둥글다지만 36위인 한국의 일방적인 경기가 당연했다.
더구나 벤투호는 상대가 누구든 상관 없이 선수만 조금씩 바뀔 뿐 포메이션 역시 크게 변화가 없다. "우리 것만 제대로 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상대 입장에서 보면 한국은 허점을 파고 들기 딱 좋은 팀이다. 알고도 당한다지만 대비책을 마련하기 쉬울 수 있다.
물론 최종예선 2연전의 결과는 '만족스런' 승점 4였다. 하지만 한참 아래 팀들을 상대로 맹공을 퍼붓고도 1골을 힘겹게 넣었다면 26위인 이란을 상대로 어떻게 더 많은 골을 넣을 수 있을지 걱정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만족스럽게" 이겼지만 개운한 느낌이 들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축구는 상대적이다. 그럼에도 대대적으로 약한 면모를 보였던 중동 원정에 나서야 하는 한국이라면 이런 문제가 나온 이유를 곱씹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뽑는 사람만 뽑는 데 더 나아지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은 그저 느낌에 불과했으면 한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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