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 내보낸 '서튼의 영건들' 부진... 강윤구 영입은 현실의 완충제?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1.07.23 07: 06

새로운 현장 리더십 체제가 갖춰진 뒤 2군에서 담금질을 하던 많은 영건들이 1군 마운드에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준비됐다고 판단을 했지만 현실의 높은 벽에 가로막혔다. 결국 이들을 보호하고 연착륙을 도와줄 완충 역할의 선수를 영입하는 결론에 도달했다.
롯데는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NC와의 트레이드를 발표했다. 2022시즌 신인 드래프트 2차 4라운드 지명권을 내주고 좌완 투수 강윤구(31)를 받아오는 조건이었다.
롯데는 지명권 트레이드가 제도화된 이후 두 번의 지명권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지난해 12월 KT 위즈에 내야수 신본기, 투수 박시영을 내주면서 사회복무요원 복무 중이던 투수 최건, 그리고 2022시즌 신인 드래프트 2차 3라운드 지명권을 받는 트레이드를 실시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NC에 2022시즌 2차 4라운드 지명권을 내주면서 좌완 강윤구를 데려오는 선택을 했다.

5회말 NC 강윤구가 역투하고 있다. /youngrae@osen.co.kr

롯데는 지난 5월, 허문회 감독을 경질한 뒤 래리 서튼 감독이 부임하면서 프런트와 일치된 방향성을 만들었다. 2군에서 기량을 갈고 닦았던 투수들을 차례대로 콜업했다. 유망주 육성이 필요했고 1군 불펜진이 궤멸 상태에 접어들면서 새얼굴 발굴도 필요했다. 상황과 명분은 충분했다. 서튼 감독과 구단은 우완 김도규, 김창훈, 정우준, 박명현, 좌완 송재영, 김진욱 등 젊은 투수들이 1군으로 불러올렸고 의욕적으로 이들을 활용했다.
그러나 현실과 이상의 괴리는 컸다. 무작정 젊은 투수들로 불펜진을 꾸리고 이들에게 필승조에 준하는 역할을 부여하면서 테스트를 했지만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했다. 그렇다고 젊은 투수들을 비난할 수도 없다. 결과론적이지만 충분한 준비가 되지 않은 채 피튀기는 전쟁터로 내몰린 꼴이었기 때문.
롯데 서튼 감독이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jpnews@osen.co.kr
그나마 김진욱은 시즌 초반 선발에서의 부진을 딛고 불펜 투수로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국가대표까지 선발 됐다. 하지만 다른 투수들의 경우 기대만큼 성장세가 만족스럽지 않았다. 결국 1군 무대에 무작정 젊은 선수들을 내보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표본은 다소 부족하지만 구단 내부에서도 “생각만큼 젊은 투수들이 1군에서 성장세가 보이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의견이 이따금씩 나오고 있었다.
결국 젊은 투수들의 보호막이 될 수 있는 투수가 필요했다. 만족스럽지는 않더라도 당장 젊은 투수들의 부진을 상쇄하면서 이들의 성장까지 징검다리가 되어줄 투수가 필요했다. 좌완 투수가 부족한 팀의 상황도 고려됐기에 강윤구라는 자원이 눈에 들어왔다. 롯데 구단은 “좌완 불펜을 보강하고자 트레이드를 추진했다”고 말했지만 이러한 속뜻도 내포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재개될 후반기에는 어깨 부상으로 차례로 이탈했던 최준용, 김대우의 복귀가 예정되어 있다. 이들과 함께 젊은 투수들에게 부담이 가해지는 상황의 등판을 최소화하면서 육성까지 도모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려고 했다.
아울러 롯데는 앞선 KT와의 지명권 트레이드로 3라운드에서 2명을 지명할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 4라운드 지명권을 포기할 수 있는 이유기도 했다. /jhrae@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