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훈, 스턴트맨 도움보다 '男배우' 중심 억대 출연료가 문제 [김보라의 뒷담화]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21.04.21 20: 45

 배우 이제훈이 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에서 소화한 액션 장면을 놓고 비소 섞인 뒷말이 많다. 지난 17일 방송된 4회의 옥상신(scene)에서 이제훈이 스턴트 배우의 도움을 받은 게 티가 많이 나 어색하다는 것이다. 이 배우가 못 하고 부상의 위험이 따르는 액션연기를 스턴트 배우의 도움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촬영 및 편집 과정이 어색했다는 점이다. 배우보다 PD와 카메라 감독, 편집 스태프에게 화살을 돌려야한다.
지난 17일 방송된 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극본 오상호, 연출 박준우)에서 김도기(이제훈 분)는 ‘학폭’ 가해 학생 세 명과 그들의 배후에 있는 조폭 7명을 혼자 상대했다. 
이제훈이 정의로운 남자 김도기 역할을 맡은 것에는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다만 그가 액션 전문배우가 아니기에, 공중에 떠서 몸을 쓰는 고난이도 발차기와 여러 명에게 동시에 공격을 받아 맨손 액션을 펼치는 장면에서 스턴트 배우의 도움을 받았다.

클로즈업샷과 바스트샷, 그리고 전신을 비교적 가까이에서 잡은 풀샷에서는 이제훈이 직접 액션 연기를 소화했다. 그러나 부감샷, 익스트림 풀샷에서는 이제훈이 아닌 스턴트 배우가 연기했다는 게 확연히 티가 나 일반 시청자들의 눈에도 띈다.
이는 이제훈이 몸을 사리고 주연배우로서 불성실했다기보다 촬영부터 편집에 이르기까지 치명적인 구멍이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스턴트 배우의 도움을 받은 이제훈이 잘못한 게 아니라 제작진이 해당 신을 어설프게 촬영-편집해 송출한 게 문제다. 
김도기 역을 맡은 이제훈이 액션에 특화된 여타 남배우들에 비해 액션에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제 나름대로 노력한 흔적은 엿보인다. 촬영 전부터 액션스쿨에 다닌 것은 기본이고, 무술 팀과 합을 맞추며 체력적으로 가꾸고 있기 때문이다. 여타 배우들과 마찬가지로 액션을 위한 준비를 빠짐없이 하고 있고, 캐릭터에 자신만의 개성을 반영하고 있다. 
대역 배우의 출연이 눈에 띄면서, 일각에선 이제훈이 드라마 회당 1억여 원을 받아놓고 무성의하게 몸을 사리며 연기할 수 있느냐고 지적한다. 그러나 주연배우가 액션신의 100%를 소화했다가 부상을 입게 되면 오히려 그게 더 제작진에게 손해가 나는 일이다. 촬영 일정이 연기되고 그로 인해 시간적·경제적 손해를 본다. 그런 피해를 사전에 막기 위해 전문적인 스턴트 배우를 두는 것이다. 스턴트맨의 도움을 받은 배우를 지적할 게 아니라, 다른 작품에서 100% 액션을 소화한 다른 배우들의 공을 칭찬해주는 게 더 빛이 난다.
앞서 얘기했듯 스턴트 배우의 도움을 받은 배우를 비하할 게 아니라 우리나라 남자 배우들을 중심으로 형성된 불균형한 ‘몸값 구조’가 애초에 문제다. 
드라마 회당 억대 출연료나 영화 한 편당 수억원의 출연료를 받는 남성 배우들에게 개혁이 요구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배우들의 개런티가 곧바로 그들의 흥행 성적이나 연기력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한 번 형성되면 좀처럼 바뀌지 않는 철밥통 구조가 문제다. 가령 작품이 망하면 제작진과 스태프는 힘든데, 배우에게 가는 손해는 거의 없이 승승장구한다. 
남성 배우가 여성 배우보다 많은 금액을 받고 못 받고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공정하게 ‘몸값’을 받느냐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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