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투수 원태인은 요즘 가장 핫한 선수 중 한 명이다.
20일 현재 3경기에 등판해 2승 1패를 거뒀다. 평균 자책점 1.00으로 이 부문 1위를 질주 중이다. 또 25차례 삼진을 솎아내며 팀 동료 데이비드 뷰캐넌과 함께 공동 선두에 올라 있다.
20일 SSG와의 홈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원태인은 "지난 경기는 말 그대로 이미 지난 일이다. 다음 경기를 위해 매일매일 새롭게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원태인과의 일문일답.
-지난해 전반기에도 좋은 흐름을 이어갔다. 차이가 있다면.
▲지난해 힘을 앞세워 직구 승부를 많이 했는데 올해 들어 변화구 비율이 더 늘어났다. 지난해 전반기 성적은 좋았지만 이닝당 출루 허용률(0.83)은 만족 못한다. 현재 3경기에 불과하지만 이닝당 출루 허용률이 향상돼 만족스럽다. 정현욱 코치님께서도 '주자를 내보내지 않으면 위기가 오지 않는다'고 강조하신다. 매 이닝 선두 타자를 잡고 시작하고자 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탈삼진도 지난해보다 늘어난 게 좋아진 부분이다.
-몸쪽 승부 능력이 좋아진 것 같은데.
▲지난해 몸쪽 사인이 나오면 한가운데 몰리는 실투가 많았다. 몸쪽 공을 던졌을 때 힘으로 승부하려고 했는데 올해 들어 (강)민호 형의 사인에 따라 제구에 초점을 맞춰 던지니까 장타 허용이 줄어들었다.
-오프시즌 슬라이더를 연마하는 데 초점을 맞췄는데 효과를 보는 것 같다.
▲올 시즌 좋은 결과가 나오는 첫 번째 비결이 슬라이더다. 원래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내는 경우가 많은 반면 슬라이더는 10번 가운데 한 번 나올까 말까 했다. 지난 등판 때 4회 1사 3루 위기에서 연속 삼진을 잡아냈는데 올 시즌 가장 만족스러운 장면이었다.
-롯데전 10탈삼진 모두 헛스윙 삼진이다.
▲학창 시절부터 삼진을 많이 잡는 투수는 아니었다.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내가 원하는 대로 들어가고 투 스트라이크 이후 삼진을 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커졌다. 삼진을 많이 잡으니 야구가 더 재미있다.
-루킹 삼진과 헛스윙 삼진 가운데 어느 게 더 좋은가.
▲원래 직구로 윽박지르면서 삼진을 잡는 걸 좋아했는데 이제 헛스윙 삼진이 늘어나면서 그게 더 재미있다.
-평균 자책점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뿌듯하긴 하다. 현 상황에 안주하지 않겠다. 현재 평균 자책점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겠지만 최대한 낮은 평균 자책점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시즌 초반에 좋은 흐름을 이어가며 도쿄 올림픽 대표팀 승선에도 순풍이 부는 분위기다.
▲지난해 예비 명단에서 탈락한 뒤 동기 부여가 많이 됐다. 올림픽이 1년 연기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좋은 결과를 만들고 싶었다. 아직 3경기에 등판한 게 전부지만 욕심은 있다.
-뷰캐넌에게 조언을 구하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
▲뷰캐넌에게 루틴에 대해 자주 물어보고 준비 과정을 똑같이 하려고 한다. 작년 같으면 힘들면 쉬어가고 그랬는데 올해 들어 힘들어도 운동을 빼먹지 않는다. 후반기에도 좋은 흐름을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또 뷰캐넌에게 투심 패스트볼을 물어봤는데 한 번 던져봤다. 초구부터 몸에 맞는 공이 나와 안 되겠다 싶더라. 이정식 배터리 코치님께서 '직구가 좋은데 왜 투심을 던지느냐. 직구 위주로 자신 있게 승부하자'고 말씀하셨다. 연습은 계속하고 있는데 아직 실전에서 활용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뷰캐넌에게 계속 물어보고 있다.
-아버지(원민구 전 경복중 감독)께서 선발 등판하는 날마다 팔공산 갓바위에 올라 승리를 위해 불공을 드린다고 들었다.
▲원래 등판 전날 올라가셨는데 이제는 자정에 맞춰 올라가신다. 성적이 좋지 않을 때 부담이 컸는데 아버지께서 늘 응원해주셔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승리 후 방송 인터뷰를 통해 아버지께 감사드린다고 말씀드리고 싶었는데 쑥스러웠다. 내가 아들을 둔 아버지라면 그렇게까지 못했을 텐데 정말 감사드린다.
-과거에는 원태인의 원정 경기 선발 등판도 직관했는데.
▲아버지께서 클럽 야구를 창단하셨는데 애들을 가르치는 시간과 경기 시간이 겹쳐 직관은 못하신다. 예전에는 아버지와 야구 이야기를 많이 나눴는데 프로 입단 후 자세한 이야기는 안 하신다. '요즘 많이 좋아졌다' '네가 잘해서 행복하다' 이 정도 이야기만 하신다.
-올 시즌 목표를 상향 조정할 계획은 없는가.
▲현재 페이스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승리는 내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기에 운에 맡기고 매 경기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하는 게 목표다. 10승 달성도 좋지만 규정 이닝을 소화하고 지난해보다 퀄리티스타트를 많이 달성하는 게 목표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