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리그 vs FIFA+UEFA' 대립에 볼모가 된 선수들, "우린 꼭두각시일 뿐"
OSEN 이승우 기자
발행 2021.04.20 15: 57

슈퍼리그 출범을 놓고 빅클럽들과 국제축구연맹(FIFA)-유럽축구연맹(UEFA)가 벌이는 힘 싸움에 선수들이 볼모로 잡혀 있는 모양새다. 
유럽최고의 클럽들이 모두 모인 유러피안 슈퍼리그(ESL)가 지난 19일(이하 한국시간) 공식출범을 발표했다. 2023-2024시즌부터 리버풀, 맨체스터 시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첼시, 아스날, 토트넘(이상 잉글랜드),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이상 스페인), 유벤투스, 인터밀란, AC밀란(이상 이탈리아) 등 12개 클럽이 고정 참가팀으로 ESL가 시작된다.
이후 축구계 저명인사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ESL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여기에 일부 잉글랜드 축구 팬들은 길거리로 나가 ESL에 참가하는 6개 팀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20일 경기를 치른 리버풀 선수단 버스를 팬들이 가로막는 사건도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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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시점 축구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기관인 국제축구연맹(FIFA)과 유럽축구연맹(UEFA)는 뜻을 모아 슈퍼리그 출범을 막겠다고 밝혔다. 챔피언스리그, 유로파리그 등 클럽대항전에서 슈퍼리그 참가팀을 퇴출하고, 각 국의 협회와 리그 사무국와 연대해 대응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급기야 알렉산더 세페린 UEFA 회장은 ESL 참가팀 소속 선수들의 국가대표 자격 정지까지 언급하며 엄포를 놓고 있다. 세페린 회장은 “슈퍼리그에 참가하는 팀에 속한 선수들은 월드컵과 유로 대회에 출전하지 못한다”라고 공식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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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국가대표 자격 정지 처분이 선수들에게 너무 가혹한 것이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나왔다. 구단의 뜻에 반대한다 해도 실질적으로 제동을 걸 수 없는 선수들을 볼모로 잡고 빅클럽들과 UEFA-FIFA가 힘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 ‘BBC’의 축구 분석 프로그램 ‘매치오브더데이’의 진행자 게리 리네커는 SNS를 통해 “국가대표팀에서 뛰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선수들을 향한 위협은 매우 불편하다”라며 “선수들은 이 문제에 대해 책임이 없고, 이런 식으로 벌을 받아선 안 된다. 클럽의 오너들은 더 이상 국가대표팀 축구를 신경쓰지 않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독일 축구대표팀의 주축이자 레알의 핵심 선수인 토니 크로스 역시 비슷한 의견을 전했다. 팟캐스트 ‘아인파흐 말 루펜’에 출연해 기본적으로 슈퍼리그에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도 “선수로서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없다”라며 “우린 FIFA와 UEFA의 꼭두각시 인형일 뿐이다”라고 전했다. 
물론 선수들에게 선택지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단체 행동을 통해 구단에 뜻을 전하거나, 이적을 통해 슈퍼리그 참가팀을 떠날 수 있다. 하지만 자유롭게 이적을 할 수 있을 만큼 계약 기간이 적게 남은 선수가 아니라면 구단에 실력행사할 수 있는 수단이 마땅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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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한국 축구대표팀의 주장 손흥민이 처한 상황이 그렇다. 손흥민과 토트넘의 계약은 오는 2023년 여름까지 유효하다. FIFA의 제재가 실제로 이뤄진 후 월드컵 출전을 위해 다른 팀으로 이적을 모색한다고 해도 에이스급 선수를 토트넘이 쉽게 보내줄 리 만무하다. /raul1649@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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