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과 극’과 ‘무미건조’…'OPS 2위' 롯데 화력의 함정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1.04.20 14: 20

팀 타율 2할7푼8리과, OPS .763(출루율 .379+장타율 .384)는 모두 리그 2위다. 공격 지표들 대부분이 상위권을 장식하고 있는 롯데 자이언츠의 화력이다. 하지만 실상은 그리 위력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롯데의 타선은 시즌 초반 활화산처럼 타올랐다. 리드오프 안치홍의 부활 의지와 이대호의 마지막 2년 절치부심, 주장 전준우의 초반 활약, 한동희의 성장세 등이 돋보였다. 여기에 대체 자원 배성근과 오윤석, 김재유, 추재현 등의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다. 선발과 백업을 가리지 않는 활약이 고무적이었다.
하지만 10경기가 지나면서 롯데 타격 생산성의 민낯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비율 스탯 등 생산력은 돋보인다. 그러나 경기 마다 편차가 극심하다. 롯데는 현재 5승8패를 기록 중인데 5승 모두 8득점 이상의 대량 득점 경기였다. 하지만 대량 득점 이후 득점력이 뚝 떨어졌다. 한번에 몰아친 뒤 그 다음 침묵하는 등 극과 극의 타격 성적을 기록했다. 대량 득점으로 승리를 거둔 뒤 치른 5경기 중 4경기에서는 2득점 이하를 올렸다. 특히 지난 16일 사직 삼성전 9-3 대승 이후 17~18일 2경기에서는 모두 득점 없이 침묵하며 완패했다. 현재 18이닝 연속 무득점을 기록 중이다.

롯데는 1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정규시즌 삼성 라이온즈와의 시즌 첫 번째 맞대결에서 9-3으로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롯데는 시즌 5승6패를 마크했다. 2연패를 끊었다. 삼성은 6승6패로 승률이 다시 5할로 내려앉았다.경기 종료 후 롯데 선수들이 승리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sunday@osen.co.kr

엔트리 운영 자체가 유연하지 못한 탓이라고도 풀이할 수 있다. 대승을 거둔 경기에서 롯데는 대부분의 주전 선수들이 경기를 거의 책임졌다. 경기 중후반 승패가 뒤늦게 갈린 경우도 있었지만 일찌감치 점수 차가 벌어진 경기에서 롯데는 야수진의 교체를 아꼈다. 상대 팀의 불문율 등을 고려해야 할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롯데의 야수 엔트리는 유연하게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꾸준히 의문으로 남는 경기 운영이었다.
또한 한 번 몰아칠 때는 몰아치지만 타격이 풀리지 않을 때 점수를 ‘쥐어짜는’ 능력이 떨어진다. 화끈하지도 않으면서 그렇다고 세밀하지도 않다. 롯데 타선의 팀 컬러 자체가 무미건조해 질 가능성이 있다. 출루율은 좋지만 결국 득점을 하지 못하면 허울 뿐인 기록이 될 뿐이다. 현재 롯데의 시즌 잔루는 131개로 리그 최다.
지난 시즌 롯데는 1점 차 승부에서 13승21패로 이 부문 최하위에 머물렀다. 이에 허문회 감독은 올해 희생번트, 앤드 런 작전 등 벤치의 경기 개입을 늘렸다. 하지만 뚜렷한 성과가 드러나지는 않는다. 희생번트는 리그에서 가장 많은 5번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 희생번트가 득점으로 연결된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도루도 마찬가지. 도루는 9번 시도해 3번 성공, 6번을 실패했다. 적극적인 벤치 개입과 베이스러닝이 득이 될 때도 있지만 현재까지는 독이 된 경우가 더 많았다. 11일 사직 키움전(2-3), 14일 광주 KIA전(2-3) 등 두 차례 연장 승부를 펼쳤는데 모두 1점 차로 패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운이 따르지 않았고 상대의 컨디션이 좋았다고 위안을 삼을 수 있다. 하지만 운도 반복되면 실력으로 굳어지는 것이 프로스포츠의 세계다. 극과 극으로 편차가 큰 타격 생산성을 균등하게 조절하고 작전에 대한 고민을 해야 롯데의 성적도 나아질 확률이 있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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