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타 타율 1위' 한화, 그런데 왜 수베로 감독은 대타 아낄까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1.04.20 13: 19

올해 한화는 대타 적중률이 매우 높다. 대타 성적이 5타수 2안타 3타점 2볼넷. 대타 타율 4할, 출루율 5할7푼1리는 모두 리그 1위 기록이다. 
그러나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은 대타를 거의 쓰지 않고 있다. 개막 후 13경기에서 대타를 7번밖에 사용하지 않았다. 리그 최다 25번의 대타를 투입한 KT와 비교할 것도 없다. 한화 다음으로 적은 두산도 12번의 대타를 기용했다. 
대개 대타 작전은 타격이 약한 선수 타석 때 쓰인다. 찬스가 걸리거나 흐름을 바꿔야 할 타이밍에 대타를 부른다. 감독에겐 회심의 승부수이기도 하다. 팀 타율 7위(.240) OPS 8위(.667)로 타격이 약한 한화가 대타 작전을 거의 안 쓰는 건 눈에 띄는 특징이다. 

한화 수베로 감독이 지시를 내리고 있다./ksl0919@osne.co.kr

높은 성공률에도 불구하고 대타를 아끼는 이유가 무엇일까. 수베로 감독은 "우리 팀 선수 구성상 20대 초반 어린 선수들이 많다. 리빌딩 과정에 있고, 어린 선수들을 압박감이 큰 상황에 노출시켜야 성장을 할 수 있다. 시즌 초반이라서 이렇게 하는 건 아니다. 우리 팀이 가야 하는 방향성이다"고 밝혔다. 
한화 장운호가 수베로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jpnews@osen.co.kr
찬스 상황에서 대타를 쓰면 득점 확률을 높일 수 있지만 교체되는 선수는 성장 경험을 놓치게 된다. 프로야구는 이기는 게 목적이고, 대타 작전을 써서 득점 확률을 높이는 게 기본이다. 대타 작전은 필수. 그런 면에서 수베로 감독이 대타를 아끼는 것은 미래를 바라보는 팀의 방향성과 일치한다. 
실제 한화는 매 경기 타자들에게 3~4타석을 보장하고 있다. 선수 교체를 웬만해선 하지 않고 한 경기 전체를 맡긴다. 선발 라인업을 다양하게 쓰면서 엔트리 전체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고 있다. 백업 선수들도 경기 후반 교체로 1타석씩 짧게 뛰는 게 아니다. 특정 경기에 선발로 나와 시작부터 끝까지 뛴다. 
전형적인 리빌딩 팀의 운용이지만 당장 성적을 내야 하는 프로야구에서 쉽지 않은 선택. 수베로 감독은 팀의 리빌딩 과정을 인지하고 인내할 각오가 돼 있다. 그는 "선수들이 타이트한 경기, 압박감 큰 상황을 많이 경험해야 한다. 그 안에서 많은 것을 배우며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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