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 앞에 무력한 쌍둥이, 백업 라인업에 완패→루징 당하다 [오!쎈 잠실]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21.04.18 18: 02

올 시즌 우승을 목표로 하는 LG 트윈스가 두산 베어스와 시즌 첫 3연전에서 또다시 ‘트라우마’를 깨지 못했다. LG는 1차전을 승리했지만, 두산 주전들의 줄부상으로 백업들이 나선 2~3차전을 패배하며 1승2패 루징시리즈로 끝났다. 
LG는 두산을 만나기 전까지 분위기가 좋았다. 개막 후 KT, SSG, 키움 상대로 연거푸 위닝시리즈를 거두며 단독 1위에 올랐다. 지난 3년간 13승 34패 (1무승부)로 절대 열세였던 두산까지 넘어서면 선두권을 당분간 유지할 것으로 보였다. 류지현 신임 감독은 "(두산전은) 선수들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알아서 잘 할 것이다"는 말로 각오를 대신했다.  
그러나 LG는 부상 선수 없이 외국인 투수 원투펀치를 내고도, 부상 병동이 된 두산의 벽을 넘지 못했다. 앞으로 두산과 맞대결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18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2021 신한은행 SOL KBO 리그'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진행됐다. 5회말 2사 LG 김현수가 헛스윙 삼진아웃된 뒤 방망이를 내던지고 있다. / soul1014@osen.co.kr

지난 16일 1차전, 켈리(LG)-로켓(두산)의 선발 맞대결에서 투수전이 이어졌고 LG는 1-0으로 승리했다. 경기 도중 두산은 부상자가 속출했다. 박세혁이 김대유가 던진 직구에 헬멧과 얼굴을 맞고 쓰러졌다. 정수빈은 허리, 박건우는 허벅지가 안 좋아 경기 도중 교체됐다. 
17일 2차전, 두산은 박세혁(안와골절), 정수빈(내복사근 손상), 김재호(출산 휴가), 오재원(2군), 페르난데스(컨디션 조절)가 빠진 선발 라인업을 냈다. 조수행(중견수), 안재석(유격수), 장승현(포수), 국해성(우익수) 등이 선발 출장해 1.5군에 가까웠다. 
LG 선발 투수는 수아레즈였다. 2경기에서 14이닝 18탈삼진 무실점, 2루에는 주자를 한 번도 내보내지 않은 위력적인 피칭을 보여줬다. LG 타선은 부상 선수가 한 명도 없이 완전체였다. LG가 좋은 분위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됐으나 경기 양상은 정반대였다. 
백업이 나선 두산의 근성과 집중력이 돋보였다. 두산 타자들은 2스트라이크 이후에 끈질기게 파울 타구를 치면서 투구 수를 늘렸고, 3회까지 3점을 뽑으며 수아레즈를 무너뜨렸다. 3이닝 동안 90구를 던진 수아레즈는 더 이상 마운드에서 버티지 못했다. 
LG에서 트레이드로 옮긴 양석환이 3안타 2타점으로 활약했고, 백업으로 기회를 잡은 조수행은 1타점 3루타와 경기 후반 2루타성 안타를 잡아내는 슈퍼 캐치로 승리 흐름을 이어갔다. 고졸 신인 안재석은 유격수 자리에서 매끄러운 수비로 안정감을 보여줬다. 
18일 3차전, 두산은 박건우가 우익수로 출장하면서, 페르난데스가 지명타자로 라인업에 복귀했다. 여전히 박세혁, 정수빈, 김재호의 빈자리는 백업 선수들이 메웠다. 
두산은 2회 LG 선발 이민호 상대로 한 번의 찬스에서 무서운 집중력으로 빅이닝을 만들었다. 선두타자 페르난데스가 안타로 출루했고, 1사 2루에서 안재석이 좌전 안타로 찬스를 이어갔다. 2사 1,3루에서 허경민의 투수 맞고 3루수 앞 내야안타로 선취점을 뽑았다. 이후 조수행이 볼넷을 골라 만루가 됐고, 박건우의 2타점 적시타와 김재환의 2타점 우월 2루타가 터졌다. 양석환의 적시타까지 터져 순식간에 6-0으로 달아났다. 결국 1-9로 완패했다. 
두산은 주전 3~4명이 빠져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강팀의 저력을 보여줬다. 화수분 야구가 장점인 두산은 빠진 자리에는 언제든지 다른 선수들이 티나지 않게 메워준다. 위기에서 더 강해졌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18일 경기를 앞두고 백업 선수들에게 일침을 가한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첫 경기 끝나고 불러서 얘기를 했다. 백업 선수가 아니다. (경기에) 나가면 주전이다. 누가 '포지션이 뭐냐'고 물어보면 '백업이다'고 말할 거냐고 물었다"며 "기회가 오면 잡아내고, 이겨내서 주전 자리를 차지해야 한다. 백업으로 이 정도면 잘 했다고 웃으며 집에 갈 일이 아니다. 선배들한테 자리를 그냥 주면 안 된다. 기회 왔을 때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FA 선수들(오재일, 최주환)이 빠져나가고, 지난해 맹활약한 외국인 투수 알칸타라와 플렉센이 각각 일본프로야구과 미국 메이저리그로 진출해도 두산이 강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orang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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