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수 3인의 희생…롯데는 승리로 명분을 찾아야 한다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1.04.18 13: 44

리그 역대 최초의 기록을 썼다. 야수 3명이 마운드에 오르는 초유의 사건이 벌어졌다. 비록 리그 역사의 기록이지만 해프닝으로 생각하게 하게 하고 명분을 찾기 위해서는 승리가 절실하다.
롯데는 지난 17일 사직 삼성전 7회 1사 1,2루 상황부터 외야수 추재현, 내야수 배성근과 오윤석이 차례대로 마운드에 오르며 9회까지 무실점으로 책임졌다. 롯데는 선발 앤더슨 프랑코가 ⅔이닝 8실점(4자책점)으로 처참하게 무너지면서 일찌감치 불펜을 가동해야 했다. 경기 초반부터 필승조를 투입하기 어려운 흐름으로 흘렀다. 결국 필승조 자원들을 아끼기 위해서 야수 1명도, 2명도 아닌 3명을 마운드에 올리는 선택을 내렸다. 야수 3명 투수 투입은 역대 최초의 진기록이다. 팬들에게는 승패와 관계 없는 상황에서 흥미로운 볼거리였을 수 있지만 롯데 벤치의 고민이 담긴 선택이었다. 이후의 경기들도 준비를 해야 했기에 필승조 투수들에게 휴식을 부여했다.
필승조는 아꼈지만 투수로 등판한 야수들이 희생을 한 셈이다. 투구와 타격의 신체 메커니즘은 확연하게 다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 투타겸업 자체가 프로에서 왜 자취를 감추게 됐는지에 대한 이유다. 부상의 위험이 클 수밖에 없다. 물론 투타겸업에 꾸준히 도전하고 있고 소기의 성과들도 나타나고 있는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가 있지만 이는 특수한 케이스다.

17일 오후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2021 신한은행 SOL KBO 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가 열렸다.  8회와 9회 롯데 야수 추재현, 배성근, 오윤석이 차례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sunday@osen.co.kr

또한 야수 3명을 등판시키면서 휴식을 취해야 할 주전급 야수들이 대부분 풀타임을 소화했다. 딕슨 마차도, 안치홍, 손아섭, 한동희, 김준태 등은 강풍으로 쌀쌀해진 저녁 날씨 속에서 몸이 굳은 채로 3시간 30분 가량을 야외에 있었다. 컨디션 관리 역시 신경써야 한다. 그리고 강태율과 지시완 등 포수 2명은 아예 출장을 하지 않았다. 
지난 10일 대전 두산전에서 1-14로 뒤진 상황에서 야수 2명을 기용하며 필승조를 아꼈던 한화 이글스는 이튿날인 11일, 라이언 카펜터의 5⅔이닝 2실점(비자책점) 역투에 이어 좌완 김범수, 강재민, 그리고 마무리 정우람을 올려 3-2, 1점 차 신승을 거뒀다. 필승조를 아낀 이유를 경기로 증명했다.
롯데도 마찬가지의 상황이다. 오늘의 야수 희생을 담보로 내일 승리를 대출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승리로 갚지 못하면 결국 무의미한 희생이고 명분 없는 기용으로 평가 받을 수 있다. 야수들의 투수 등판은 부도수표로 전락할 수 있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이날 경기를 이겨야 하는 이유다. 벤치 역시 좀 더 적극적이면서 유연한 경기 운영을 펼치는 것이 필요하다.
투수들은 부담을 가진 채 마운드에 오를 전망. 롯데는 선발 투수로 박세웅이 등판한다. 박세웅은 지난 13일 KIA전에서 6이닝 무실점으로 시즌 첫 승을 신고했지만 삼성과는 악연의 연속이었다. 지난해 4경기 1승2패 평균자책점 8.47로 부진했다. 구승민, 최준용, 김대우, 이인복, 김원중 등 필승조급 선수들이 경기 중후반 삼성의 타선을 반드시 틀어막아야 하는 부담과 함께 경기를 치러야 한다.
해프닝은 해프닝으로 매듭짓기 위해서는 승리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 과연 롯데는 승리에서 명분을 찾는 경기를 펼칠 수 있을까. /jhrae@osen.co.kr
롯데는 1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정규시즌 삼성 라이온즈와의 시즌 첫 번째 맞대결에서 9-3으로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롯데는 시즌 5승6패를 마크했다. 2연패를 끊었다. 삼성은 6승6패로 승률이 다시 5할로 내려앉았다.경기 종료 후 롯데 허문회 감독이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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