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뗄 거예요"…이유미 '어른들은 몰라요', 불편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Oh!쎈 리뷰]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21.04.07 08: 19

 덜컥 임신한 18세 여고생 세진(이유미 분)은 학교 선생님들로부터 ‘보호’가 아닌 ‘주의’를 받은 그날 이후부터 학교에 나가지 않는다.(*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돈을 모아 반드시 유산을 해야겠다고 결심한 세진. 문제는 그런 그녀에게 구체적인 계획도 생각도 없다는 것이다. 길거리를 떠돌아 다니며 롱보드를 타는 게 마냥 좋은 세진은 “아이 뗄 거예요”라고 같은 말만 해맑게 반복하며 시간의 흐름에 자신을 맡긴다. 
‘어른들은 몰라요’(감독 이환, 제공배급 리틀빅픽처스, 제작 돈키호테엔터테인먼트)는 임신한 여고생 세진이 길을 배회하다 ‘가출 선배’ 주영(하니 분)을 만나고 그녀의 도움으로 유산 프로젝트를 감행하면서 벌어지는 일상을 그린 드라마 영화. 지난 2018년 개봉한 ‘박화영’의 이환 감독의 차기작이다. 전편에서 임신했던 세진의 서사를 ‘어른들은 몰라요’의 전면에 내세워 그녀만의 좌충우돌 인생 스토리를 써내려갔다. 

영화 포스터

영화 스틸사진
불법적인 방식으로 유산을 하려다 또 한차례 수모를 겪고, 이 과정에서 파랑머리 재필(이환 분) 패거리를 만나 한 팀을 이룬다. 사는 대로 생각하는 세진과 주영에게 재필은 어떻게 보면 구세주 같은 존재다. 재필과 그의 친구 신지도 가세해 세진의 유산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돕는다. 네 사람이 어느새 절친이 된 듯하지만 얄궂은 운명은 그들을 곤경에 빠뜨린다. 
‘어른들은 몰라요’는 비행 청소년들에게 진심 어린 관심과 보호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극 초반에는 일진 청소년들의 학교 생활에 집중하다가, 세진이 가출하면서 만난 주영과 유산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낙태 이야기로 옮겨간다. 낙태를 원하는 10대 여고생의 생각없는 선택들이 눈을 가리고 볼 만큼 자극적이고 곳곳에서 불편하기도 하지만, 의지할 곳 없는 그들의 인생을 영화로 간접체험 하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묵직한 주제를 만나게 된다. 영화 말미 “어른들을 믿었잖아요"라고 말하며 어느새 성숙해버린 세진의 모습을 보며 어른으로서 최소한의 관심은 가졌던 것인지 반성하게 된다.
영화 스틸사진
세진 역을 맡은 신예 이유미의 자유분방한 스타일의 연기가 러닝타임 127분을 휘젓는다. 연기만 보면 그녀의 실제 성격도 마치 세진과 비슷할 것 같다는 착각마저든다. 고등학생 세진이 어리바리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듯 천진난만 하지만, 어떨 때는 강단 있는 면모를 보이기도 한다. 이유미가 백치미 넘치는 캐릭터를 맛깔나게 표현함으로써 극의 재미를 더한다.
걸그룹 EXID에서 춤이면 춤, 예능이면 예능, 그리고 귀여운 외모까지 더해 부족함이 없었던 하니가 ‘어른들은 몰라요’를 기점으로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한층 더 궁금하게 만들었다. 그녀의 첫 번째 스크린 주연작 ‘어른들은 몰라요’는 그간 하니가 가수로서 보여줬던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던진 채 맨 얼굴을 드러낸 작품이다. 
영화 스틸사진
자유롭게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시며 욕설을 날리는 하니의 얼굴은 마치 처음 보는 신인배우처럼 낯설지만 반갑다. 이유미와 하니는 분명 미래가 가장 기대되는 젊은 배우들이다.
15일 롯데시네마 단독 개봉. 러닝타임 1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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