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 불운남' 불펜이 날린 승리만 31번 "디그롬 혼자 다했어, 팀도 아냐"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1.04.07 05: 12

메이저리그 불운의 대명사가 된 투수 제이콥 디그롬(33·뉴욕 메츠)이 2021시즌도 불운으로 시작했다. 에이스의 승리를 날린 동료 투수는 좌절했다. 
디그롬은 6일(이하 한국시간)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시즌 첫 경기에 선발등판, 6이닝 3피안타 2볼넷 7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했다. 최고 102마일(164km), 평균 99.1마일(160km) 강속구를 뿌리며 필라델피아 타선을 힘으로 압도했다. 
타석에서도 디그롬은 4회 적시타 포함 3타수 2안타 멀티히트로 펄펄 날았다. 공수에서 맹활약하며 팀이 2-0으로 리드한 7회 마운드를 넘겼다. 투구수가 77개밖에 되지 않았지만 시즌 첫 등판, 관리 차원에서 루이스 로하스 메츠 감독이 교체를 결정했다. 

[사진] 제이콥 디그롬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기 후 로하스 감독은 “디그롬이 개막전에 정상 투구하고 쉬었다면 교체하지 않았을 것이다”고 말했다. 지난 2일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개막전이 워싱턴 선수단 내 코로나 확진자 발생으로 취소되면서 디그롬의 첫 등판도 4일 미뤄졌다. 시범경기 마지막 등판 이후 열흘간 실전 투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보호 차원에서 일찍 교체한 것이다. 
그러나 8회 불펜이 순식간에 5실점하며 디그롬의 승리를 날렸다. 지난겨울 영입한 구원투수 트레버 메이와 애런 루프가 차례로 무너졌다. 개막전부터 불펜 난조로 3-5 역전패, 메츠의 분위기도 좌절감이 가득했다. 
[사진] 트레버 메이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적 첫 등판을 스스로 망친 메이는 “다른 유니폼을 입고 나선 첫 경기가 이렇게 끝나길 바랄 사람은 없다. 좌절감을 느낀다”며 “디그롬이 모든 것을 스스로 다할 필요는 없다. 그건 팀이 아니다. 솔직히 오늘은 디그롬 혼자 다했다”고 자책했다. 
디그롬은 애써 담담했다. 그는 교체 타이밍에 대해 “코치진과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이야기를 했고, 장기적으로 볼 때 옳은 결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한 뒤 “오랜만에 타석에 들어서서 좋았다. 타격하는 게 즐겁다”며 멀티히트를 기록한 것에 만족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메츠 불펜이 디그롬의 승리를 날린 건 이날이 무려 31번째. 8시즌 통산 70승을 거둔 디그롬이 불펜 도움만 잘 받았다면 벌써 100승도 가능했다. 지난 2018년부터 최근 4년간 77경기 평균자책점 2.07로 300이닝 이상 투수 중 최고 수치를 기록 중이지만 이 기간 25승19패에 그쳤다. 메츠는 36승41패로 디그롬이 선발등판한 날 승보다 패가 더 많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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