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관 뺨치네' 92km 아리랑볼, 관중석 어머니는 '춤추며 환호'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1.04.06 18: 17

아들의 ‘아리랑볼’에 관중석 어머니는 춤을 추며 열광했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외야수 카아이 톰(27)에겐 잊을 수 없는 특별한 하루였다. 
우투좌타 외야수 톰은 지난 5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콜리세움에서 열린 2021 메이저리그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홈경기에 7번타자 좌익수로 선발출장, 3타수 무안타 1삼진으로 침묵했다. 
하지만 톰은 9회초 뜻밖의 화제를 일으켰다. 2-9로 뒤진 오클랜드는 좌익수 톰을 투수로 마운드에 올렸다. 승패가 기울자 불펜을 아끼며 이벤트용으로 야수의 투수 등판 카드를 꺼냈다. 메이저리그에선 꽤 자주 볼 수 있는 일. 

[사진] 카아이 톰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고교 시절 이후 처음으로 마운드에 오른 톰은 크게 힘들이지 않는 폼으로 던졌다. 최고 구속은 72.4마일(117km),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70.1마일(113km)에 그쳤다. 선두자타 호세 알투베에게 던진 2구째 커브는 57.7마일(92km)에 불과했다. 이날 경기 유일한 변화구로 스트라이크존을 크게 벗어났다. 나머지 19개 공은 모두 패스트볼. 
느린 공으로도 톰은 잘 막았다. 개막 4연전 통틀어 35득점을 폭발한 휴스턴 타선이었지만 톰의 아리랑볼에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 알투베가 유격수 뜬공, 카일 터커가 2루 뜬공으로 잡혔다. 로벨 가르시아의 빗맞은 타구가 시프트 반대 3루 쪽으로 향하며 내야 안타가 됐지만 요단 알바레스가 유격수 땅볼로 아웃됐다. 
[사진] 카아이 톰의 어머니(왼쪽)와 여자친구가 환호하고 있다. /MLB TV 중계화면
톰이 마운드에 오를 때부터 이닝이 끝날 때까지 오클랜드 3루 덕아웃 위 관중석에선 유난히 큰 환호성이 터졌다. 톰의 어머니 바비와 여자친구 브리트니였다. 아들이 아웃카운트를 잡을 때마다 어머니는 두 팔 번쩍 들고 몸을 흔든 채 박수를 치며 열광했다. 여자친구도 휴대폰으로 영상을 찍으며 같이 기뻐했다. 
경기 후 톰은 “타구가 내게 날아오지 않길 바랐다. 타자들이 방망이를 휘두를 때마다 움찔했다. 투수가 되는 게 어떤 기분인지 궁금했는데 재미있는 경험이었다”며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소리를 질러도 어머니 목소리는 항상 알 수 있다. 마운드에 오를 때부터 손을 흔드는 어머니를 보니 웃음이 나왔다. 어머니는 늘 나를 응원한다”고 이야기했다. 
톰의 어머니는 아들의 투구에 “굉장했다”면서도 “오클랜드가 다시는 이런 상황이 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클랜드는 휴스턴에 개막 4연전 모두 졌다. 톰의 등판도 개막 4연전에 35실점으로 투수진을 소모한 오클랜드의 어쩔 수 없는 고육책이었다. 
[사진] 카아이 톰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해 12월 룰5 드래프트를 통해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서 오클랜드로 이적한 톰은 올해 빅리그에 데뷔했다. 개막 시리즈에는 6타수 무안타로 침묵했지만 6일 LA 다저스전 8회 4번째 타석에서 중전 안타로 데뷔 첫 안타를 신고했다. 그러나 오클랜드는 다저스에 3-10으로 패하며 개막 5연패에 빠졌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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