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 감독이 콕 찍었다, ‘잠실 거포’ 부활에 달린 두산의 명운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1.04.03 10: 04

올해는 최주환도 없고 오재일도 없다. 두산 타선에서 홈런을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한 타자. 바로 ‘잠실 거포’ 김재환이다.
김태형 감독은 지난 2일 2021 KBO리그 미디어데이에서 키플레이어를 묻는 질문에 주저 없이 김재환을 언급하며 “장타력을 갖춘 3, 5번타자가 나갔다. 김재환이 4번에서 자기 역할을 해줘야 타선이 더욱 힘을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두산은 지난 시즌이 끝나고 2명의 중심타자를 한 번에 잃었다. 6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에 장타율 4할대 후반을 꾸준히 유지했던 오재일은 삼성으로, 2018년 26홈런을 비롯해 남다른 클러치능력을 뽐냈던 최주환은 SSG로 각각 둥지를 옮겼다. 이들의 이탈로 중심타선이 호세 페르난데스-김재환-박건우로 재편됐지만, 연습 및 시범경기를 통해 확인한 두산 라인업은 확실히 이전보다 무게감이 떨어져 보였다.

오후 훈련에서 두산 김재환이 타격연습을 하기 전 스윙을 하고 있다./rumi@osen.co.kr

이제 두산에서 장타를 기대할 수 있는 선수는 사실상 김재환 한 명 뿐. 다행히 트레이드를 통해 2018년 22홈런을 때려낸 양석환을 영입, 고민을 한층 덜어냈지만, 올해 타선의 최대 관전포인트는 잠실 거포의 부활이다. 두산 타선 특유의 응집력이 살아나기 위해선 4번에서 반드시 장타가 펑펑 터져야 한다. 오프시즌 내내 마운드 고민이 최대 화두로 떠오른 두산이었지만, 김 감독이 콕 찍은 키플레이어는 투수가 아닌 타자 김재환이었다.
2016년 37홈런을 치며 두산 4번타자로 자리매김한 김재환은 2017년 35홈런을 거쳐 2018년 타율 .334 44홈런 133타점 장타율 .657 출루율 .405의 맹타를 휘두르며 정규시즌 MVP의 영예를 안았다. 그러나 더 이상의 호쾌한 스윙은 없었다. 2019년 공인구 변화와 함께 홈런 개수가 15개로 뚝 떨어졌고, 지난해 30홈런을 치며 거포 자존심을 회복했다고 하나 타율이 .266에 그쳤다. 커리어 하이인 삼진 154개가 거포의 가치를 떨어트렸다.
그래도 다행히 올해는 기대 요소가 많다. 일단 삼진을 줄이고자 스프링캠프서 스윙폼을 이전보다 간결하게 바꿨다. 장타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시선도 존재하지만, 워낙 스윙 자체가 부드러운 선수라 컨택을 높이면 자연스럽게 장타도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다.
올 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얻는 부분도 긍정 요소다. 본인의 몸값을 높이기 위해 자연스럽게 절치부심의 한해가 예상된다. 여기에 2019년이 끝나고 메이저리그 도전에 실패한 그는 당시 “후일을 기약하겠다"며 재도전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부활에 성공한다면 내년을 미국행의 적기로 만들 수 있다. 김태형 감독도 ”예비 FA라 큰 걱정은 안 한다“며 ‘FA로이드’ 효과에 기대를 걸고 있다.
두산은 매 년 전력 유출 속에서도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대업을 해냈다. 그러나 올해는 유출의 무게감이 다르다. 중심타선에서 한 번에 2명이 이탈한 건 김태형 감독 부임 후 사실상 처음 있는 일이다. 두산 타선이 올해도 여전히 짜임새를 갖추고 있다고 하나 장타가 뒷받침돼야 장점이 더욱 부각될 수 있다. 김태형 감독이 콕 찍은 김재환이 잠실 거포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두산의 명운이 달린 큰 문제다. /backligh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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