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보다 토종이 잘해야” 개막전 선발 소형준, 이강철의 뚝심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1.04.02 07: 12

파격이라고 느껴질 수 있는 KT 위즈의 개막전 선발투수. 그러나 이는 이강철 감독의 준비된 플랜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KT는 오는 3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리는 한화와의 2021시즌 개막전 선발투수로 2년차 소형준을 전격 낙점했다. 당초 에이스인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 또는 시범경기서 구위가 좋았던 윌리엄 쿠에바스의 출격이 예상됐지만, 2015년 1군 진입 이후 처음으로 국내선수를 개막전 마운드에 올리는 변칙을 택했다. 지난 6년 동안 KT 개막전 선발투수는 모두 외인(어윈-마리몬-로치-피어밴드-쿠에바스-데스파이네)이었다.
KT는 왜 에이스를 놔두고 2년차 소형준에게 개막전이라는 큰 경기를 맡긴 것일까. 데스파이네의 몸 상태가 좋지 않은 것일까. 이는 “외국인선수에 의존하면 안 된다”는 이 감독의 뚝심에서 나온 ‘예견된’ 선택이었다.

28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수원kt위즈파크에서 2021시즌 프로야구 KT 위즈와 NC 다이노스의 시범경기가 진행됐다.1회초 KT 선발 소형준이 마운드에 올라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다./ksl0919@osne.co.kr

지난 3월 초 울산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이 감독은 소형준-배제성-고영표로 이어지는 막강 토종 3인방을 바라보며 “KT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외인에 의존하는 게 아닌 토종 마운드를 잘 만들고 싶었다”며 “그래서 작년에 (소)형준이도 계속 기용을 했고, (배)제성이에게도 계속 기회를 준 것이다. 토종 마운드가 잘 돌아가야 좋은 팀이 될 수 있다”는 지론을 설명했다.
실제로 이 감독은 2019년 부임과 함께 토종 투수 육성에 심혈을 기울였다. 설령 1군 마운드에서 부진을 거듭할지라도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는 전략 속 현재보다 미래를 신경 썼다. 그 결과 직구에만 의존했던 배제성의 2년 연속 10승, 2020 1차 지명에 빛나는 소형준의 10승, 선발과 불펜 사이에서 방황했던 주권의 홀드왕 등을 이뤄냈다. 여기에 군에서 돌아온 ‘원조 에이스’ 고영표가 합류하며 KT 선발진은 창단 후 가장 견고한 전력을 갖추게 됐다.
KT의 토종 육성 플랜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지난해 상무에서 퓨처스리그 다승과 평균자책점 1위에 오른 엄상백이 올 여름 전역을 앞두고 있고, 기대주 김민과 손동현은 지난달 상무로 향해 재정비에 돌입했다. 또한 돌아온 심재민과 김민수, 류희운 등도 올해 더 나은 활약이 기대되는 투수들이다. 이 감독의 체계적인 육성이 지속된다면 내년에도 또 토종 투수가 개막전 선발투수를 맡지 말란 법은 없다.
개막전 선발을 맡은 소형준을 향한 신뢰도 당연히 두텁다. 이 감독은 “소형준이 시즌을 앞두고 몸을 잘 만들어왔고, 공도 점차 좋아지고 있다. 컨디션이 좋다”면서 “작년 포스트시즌 활약을 보면 큰 경기에서도 강했다. 향후 10년 이상 팀을 책임질 수 있는 에이스이기에 큰 고민 없이 개막전 선발 투수로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소형준도 이에 “개막전 선발이라는 부담보다 정규시즌 144경기 중 한 경기라는 생각으로 던질 생각이다. 팬들과 함께 ‘마법같은 2021시즌’을 보낼 수 있도록 첫 단추를 잘 꿰겠다”는 2년차 답지 않은 성숙된 소감으로 호투를 다짐했다. /backligh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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