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감독이 주는 이미지 중 하나는 ‘정공법’이다. 굳이 전략을 감추지 않고 정면 승부하는 게 미국 정서. 20년 가까이 미국에서 야구를 해온 카를로스 수베로(49) 한화 감독이 개막전 선발투수를 꽁꽁 감추는 모습은 의외라 할 만하다.
한화는 내달 3일 수원에서 KT를 상대로 정규시즌 개막전을 갖는다. 4~5선발을 2명씩 짝지은 탠덤 전략을 구사하는 한화는 풀타임 선발이 라이언 카펜터, 닉 킹험, 김민우 3명이다. 시범경기 성적만 놓고보면 카펜터가 개막전 선발로 유력하다.
카펜터는 2경기에서 8⅔이닝 3피안타 2볼넷 16탈삼진 무실점 위력투를 펼치며 쾌조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개막전 상대인 KT를 상대로도 26일 시범경기에서 5이닝 2피안타 무사사구 8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킹험은 우천 노게임 포함 2경기 5⅔이닝 2실점, 김민우는 2경기 8이닝 4실점(2자책)을 기록했다. 킹험과 김민우의 시범경기도 괜찮았지만 카펜터의 개막전 등판이 현재로선 가장 무난한 선택이다.
하지만 수베로 감독은 “아직 개막전 선발을 확정짓지 않았다. 선수들에게도 통지하지 않았다”며 “미리 발표했다가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른다. 그래서 개막전 선발이 바뀌게 되면 그 자리에 들어갈 선수가 자신이 대체자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고 이야기했다.
실제 개막전까지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모른다. 당장 두산만 해도 당초 좌완 아리엘 미란다가 개막전 선발로 나설 예정이었지만, 왼쪽 팔 뒤쪽에 근육통을 호소하면서 차질을 빚었다. 우완 워커 로켓으로 개막전 선발이 바뀌었다.
디테일에 강한 지도자답게 수베로 감독은 선수들의 심리에도 신경을 쓴다. 28명 개막 엔트리 결정 과정에서도 마찬가지. 그는 “마지막 1~2자리를 빼곤 다 결정했다. 비슷한 경기력을 보이고 있는 선수들이 있어 (엔트리) 선택에 시간이 걸린다”며 “지금 2군에 내려가더라도 언제든 1군에 올릴 수 있는 선수들”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언제까지 결정을 미룰 수 없다. 선수도 미리 일정을 알아야 제대로 준비할 수 있다. 수베로 감독은 “목요일(4월1일)에 개막전 선발을 밝히겠다”며 개막 이틀 전 최종 결정을 예고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