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블 대업' 차상현 감독 "박미희 감독님께 박수 쳐주고 싶다" [일문일답]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1.03.30 23: 17

차상현 감독이 GS칼텍스를 V리그 여자부 사상 첫 트레블로 이끌었다.
GS칼텍스는 30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0-2021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5전 3선승제) 흥국생명과의 3차전에서 세트 스코어 3-2로 승리했다.
정규리그 1위 GS칼텍스는 시리즈 3승 무패로 창단 첫 통합우승 대업을 이뤄냈다. 컵대회, 정규리그, 챔피언결정전을 모두 제패한 V리그 여자부 사상 첫 트레블이다.

GS칼텍스의 사상 첫 트레블을 이끈 이소영과 메레타 러츠가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의 별로 거듭났다.GS칼텍스는 30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0-2021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5전 3선승제) 흥국생명과의 3차전에서 세트 스코어 3-2(25-23, 25-22, 19-25, 17-25, 15-7)로 승리했다.통합우승을 거둔 GS칼텍스가 차상혁 감독에게 헹가래를 하고 있다. /cej@osen.co.kr

2016-2017시즌 도중 감독으로 부임한 차상현 감독은 5시즌 만에 팀의 통합우승을 이끌며 명장 반열에 올라섰다. GS칼텍스는 2007-2008, 2013-2014시즌에 이어 7년 만에 통산 3번째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우승상금은 7천만원. 앞서 정규리그 우승으로 1억원을 받았다.
다음은 차상현 감독과의 일문일답이다.
▲우승 감독이 된 소감은.
이제 마음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선수들에게 일단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다들 소문 들으셔서 알겠지만 내가 시킨 훈련이 나름 힘들다. 그 힘든 걸 이겨내줬다. 항간에는 칭찬을 잘 안한다고 하는데 사실 맞다. 선수가 선수로서 인정받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그렇게 됐을 때 어느 순간, 어떤 팀을 만나든 버티는 힘이 좀 생긴다고 본다. 칭찬을 하면 교만해지거나 자만을 할 수도 있다는 걸 선수 시절에 많이 느꼈다. 칭찬보다는 채찍을 들고 싫은 소리를 많이 하는 편이다. 5시즌째인데 이젠 선수들이 많이 이해해줄 것으로 본다. 잘 버텨주고 견뎌줘서 다시 한 번 감사하다.
▲우승이 확정된 순간 어떤 기분이었나.
우승하면 기분이 어떨지 평상시에도 상상을 한 번씩 해보긴 했다. 그러나 생각했던 것보다는 덤덤했다. 5세트에 시소게임 갔으면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생각보다 좀 그랬다. 안도의 한숨도 나오고, 처음 느껴보는 이상한 오묘한 기분이었다.
▲오묘한 기분이란.
끝났다는 안도감, 해냈다는 기분도 있었지만, 강소휘 부상 영향도 있는 것 같다. 또 흥국생명 감독님도 그 누구보다 고생을 많이 하셨다.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김연경도 손가락 인대가 안 좋은 걸로 알고 있는데 그럼에도 투지를 보였다. 김연경이 있기 때문에 한국여자배구가 이 정도로 갈 수 있다고 다시 생각했다. 김연경의 멘탈, 기술이 좋은 걸 다시 알게 됐다. 여기에 여러 심정이 복합적으로 왔다. 감독 이전에 배구인의 한 사람이라 배구 걱정을 안 할 수가 업다. 흥한 것도 있지만 위기라고도 생각을 한다. 머리 맞대서 위기 극복을 생각해야 한다. 여자배구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 4세트 강소휘 부상 때 걱정이 컸을 것 같다.
크게 왔다. 5세트를 미리 생각했고, 5세트에 들어갈 때도 선수들에게 이제부터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마지막으로 생각하고 서로 버티고 믿자고 했다. 유서연이 정말 조커 역할을 잘했다. 올 시즌 내내 힘들 때마다 굉장히 잘해줬다. 오늘도 5세트 유서연의 그 득점이 없었으면 넘어갈 수도 있었다.
▲GS칼텍스의 우승 원동력으로 '원팀'이 꼽히는데.
부임과 함께 성적을 낼지 변화를 줄지 고민했다. 난 일단 변화를 택했다. 기본적으로 가져가야할 팀워크가와 팀 분위기가 기량을 넘어설 때가 있다는 걸 분명 알고 있다. 그걸 끝까지 강조했다. 거기서 어긋나는 행동을 하면 벌금제를 운영하고, 심하게 혼을 냈다. 끝까지 고집으로 하다보니 이젠 선수들도 내 성격을 잘 안다.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서로 신뢰가 쌓였다. 
▲선수들과 격 없이 지내는 특유의 수평리더십도 주목을 받고 있는데.
"도움이 안 됐다고 볼 순 없다. 그러나 걱정도 있다. 오빠 리더십으로 표현해주시는데 조금 겁이 난다. 내년에 1~2번 지고 나면 안 좋은 쪽으로 갈 수 있다. 그러나 변함없이 내 생각을 갖고 밀어붙였다. 하다보니 잘 따라와주고 그 중심에는 한수지, 김유리가 있었다. 또 이소영이 주장을 하면서 조화를 잘 맞춰줬다.
경기 종료 후 GS칼텍스 차상현 감독이 훌라후프 우승 공약을 하고 있다. /cej@osen.co.kr
▲이제 다음 시즌은 도전자가 아닌 디펜딩챔피언이다.
제일 큰 게 FA다. 선수들이 원하는만큼 돈을 요구하면 잡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금액은 한정적이다. 지금부터 제일 고민이다. 선수 입장에서 팀을 위해 조금 양보를 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요인으로 인해 팀을 떠날 것인지 결정을 해야 한다. 5시즌 하는 동안 같이 땀 흘리고 고생해서 만들어냈는데 조금은 선수들이 팀도 생각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살아보니까 돈보다 중요한 게 있다. 팀을 원하길 바란다. 간절한 마음이다. FA 이야기만 나오면 정신이 혼미해진다.
▲MVP 이소영-러츠를 칭찬해달라.
몸이 안 좋은 건 아니다. 심리적인 부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전체적으로 초반 선수들이 1, 2차전보다 범실이 굉장히 많았다. 조금은 마음이 앞서간다는 생각이었다. 그래도 역시 소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위기상황에서 결정을 내야할 때 내줬다. 또 러츠는 작년보다 안정감 있게 배구를 했다. 세터들이 어느 정도 볼 높이만 스피드 있게 맞춰주면 알아서 다 때릴 수 있는 기량까지 올라왔다. 시즌 중후반쯤 체력이 떨어지는 게 보여서 걱정했는데 시즌 종료 후 휴식기간이 큰 도움이 됐다.
▲처음에 여자부 지도자를 두고 고민을 많이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고민을 많이 했다. 원래 남자부에서 10년 지도자 생활을 했다. 당시 별명이 차보스였다. 그 정도로 훈련도 많이 시키고 강했다. 주변에서 이 얼굴로 여자팀을 가면 안 된다고 했다. 생각이 정말 없었는데 사람 일이 마음대로 안 된다고 와서 팀을 만들어야하니까 환경에 적응이 된다. 배구 지도자 인생에서 굉장히 잘 된 선택이었다. 앞으로 어떤 생활이 계속될지 모르겠지만 좋은 경험을 하고 있다. 오늘도 한 수 배웠다. 지도는 끝이 없다.
▲우승 후 눈물은 안 났나.
"상상하면서는 났는데 오늘은 안 났다. 선수들은 내가 혼자 방에서 운다고 하면 뒤도 안 돌아보고 간다.
▲끝으로 가족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애가 셋이다. 국가가 자식이 부족하다고 해서 힘을 냈다. 중3 딸, 초5 아들, 초1  딸이 있다. 시즌을 시작하면 거의 집을 못 간다. 늘 저녁에 연습 끝나면 영상통화를 한다. 안부를 묻고. 기다리라고 한다. 경기 끝나고 바로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와이프가 셋을 잘 키워줘서 고맙고,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사실 지금도 언제 집으로 갈지 모르겠다. 간다고 해서 오래 머물 것 같진 않다. 지금처럼 잘 기다려주고 응원해줬으면 좋겠다. /backligh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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